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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까지 가세! 수소경제, 누가 가장 앞서 있나?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원의 대표주자로서 수소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수소 정책 로드맵을 통해 최근 글로벌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수소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 전망해 보자.

채희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산업연구팀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불안한 국제 정세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면서도 외부 변수에 공급망이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요 국가들은 *수소경제를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수소는 궁극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고, 수입하더라도 화석연료보다는 훨씬 다양한 지역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수소경제(Hydrogen Economy):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 및 산업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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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도 동참… 점점 커지는 수소경제 생태계

수소경제를 확대하려는 이 같은 기조는 초기 유럽연합(EU) 중심에서 일본, 호주, 미국, 캐나다, 중국 등의 주요 국가들은 물론, 신흥국, 그리고 기존 화석연료 에너지 체계의 기득권 국가라 할 수 있는 산유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중동, 북아프리카, 호주, 동남아, 남미 등의 주요 산유국들이 수소경제에 동참하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천연가스를 활용해 블루수소를 만들거나 태양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만들기가 용이하고, 생산 경쟁력이 높아 수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소경제와 관련해 중앙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발표한 국가는 2022년 기준 30여 개국이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 관련해 중요한 변화를 야기하는 정책적 결정을 내린 횟수도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15건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상용화 프로젝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그린수소 상용화 사업 ‘뉴지오호닉(Nujio’qonik)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탄소 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뽑아내고 이를 다시 그린 암모니아로 전환해 유럽 등 타 대륙으로 운송하는 사업으로, SK에코플랜트가 참여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이 프로젝트에서 기본설계(Front End Engineering Design, FEED),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SOEC) 공급 및 설치, 그린 암모니아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EPC)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처럼 수소경제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관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국은 수소경제 보급 목표치를 상향하고 있다.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2022년 5월 에너지 및 핵심 산업 안보 향상을 위한 ‘REPowerEU’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의 수소 공급 및 활용 목표를 직전 1,000만 톤에서 2,000만 톤으로 2배 상향했으며, 올해 7월 독일 연립정부는 기존 ‘국가수소전략’을 개정해 그린수소 수전해 설비 구축 목표치를 2배로 상향했다. 또한 미국은 2022년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발표하면서 청정수소 생산시설 구축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했는데, 이에 더해 올해 6월에는 각종 신규 지원책을 추가하며 국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을 보완해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난 5월 2017년 제정했던 ‘수소기본전략’을 개정·발표하며 2030년 수소·암모니아 공급 목표를 200만 톤에서 300만 톤으로 상향했다. 또한 우리나라도 2022년 말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기존 9차 계획 대비 연료전지 보급 전망치를 실효용량 기준 2,166㎿에서 2,716㎿로 높였고, 2030년 에너지 전환부문 배출목표치를 기준 19억 2,700만 톤에서 14억 9,900만 톤으로 대폭 상향하면서 기존 전원별 발전량 전망에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에너지 외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항목을 추가했다. 이에 따르면 2030년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량은 수소 6.1TWh, 암모니아 6.9TWh로 전체 발전량 중 2.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2036년에는 발전량이 수소 26.5TWh, 암모니아 20.9TWh로 늘어 비중이 7.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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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수소는 마중물, 그린수소 확보가 최종 목표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데, 미국, EU 등 세계 각국서 세제 혜택 적용 여부를 두고 *블루수소나 *핑크수소 등을 청정수소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EU가 녹색분류체계 안에 핑크수소를 포함하기로 하는 등 청정수소 기준들과 수소 생산 전략들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어, 수소 생산 인프라는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대부분의 수소 생산 전략은 블루수소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동안 장기적으로 *그린수소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블루수소: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
*핑크수소: 원자력 발전 잉여 전력과 열을 활용해 생산되는 수소.
*그린수소: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물(H2O)을 전기분해(수전해)해 만들어진 수소.

장기적으로 그린수소 위주의 전략이 타당하나 아직까지는 그린수소의 생산 비용이 비교적 높고 기술 향상과 투자가 더 필요하다. 또한 지리적으로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생산 효율이 낮은 지역들도 있다. 때문에 천연가스를 활용한 블루수소는 그린수소 시대로 가는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미국, 중동, 북아프리카, 호주 등은 그린수소는 물론 인프라와 경제성 등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블루수소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활용한 블루수소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며, EU는 그린수소 위주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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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중심의 수소 인프라 구축 전략이 유효

또한 초기 효율적인 수소경제 육성을 위해 공통적으로 대규모 생산/수입/활용에 유리한 거점(Hub) 위주로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운송 전략 측면에서는 거점 위주로 *튜브 트레일러(Tube Trailer) 등을 활용한 근거리 기체 수송과 액화 수소 운반선을 활용한 원거리 액화 수송 방식이 주로 채택되고 있으며, EU와 미국은 역내에서 기존 대규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혼류 운송을 계획 중이다. 또한 대규모 수출입이 예상되는 국가들은 항만 지역에 액화 수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수소의 액화 및 운송에 높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온 액화 운송에 유리한 암모니아 형태로 활용하는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튜브 트레일러(Tube Trailer): 대량의 수소를 기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전용 저장용기가 장착된 차량.
*혼류(混流, Mixed Flow): 두 종류 이상의 물질을 혼합해 유동하는 방식.

활용 전략 측면에서는 공통적으로 수소를 운송, 난방, 전력, 합성연료,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는 전략이지만, 자세히 보면 국가별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도 존재한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발전용보다는 탄소 감축 효과가 더 높은 대형 상용차용 연료, *이퓨얼(E-fuel), 산업용(화학, 제철) 연료 등으로 수소를 우선 활용할 계획이며,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리적으로 재생에너지 효율이 낮은 편에 속해 발전용으로도 많이 사용할 예정이다.

*이퓨얼(E-fuel): 전기 기반 연료(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합성해 만든 인공 연료.

승용차 분야에서는 배터리 탑재 방식 전기차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후발주자인 수소차는 침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만, 배터리의 한계로 인해 중량이 크고 장거리·장시간 운행이 불가피한 대형 상용차(트럭, 버스, 건설기계), 지게차 등의 분야에서는 수소차도 경쟁력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전동화가 어려운 대형 선박과 항공 등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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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오른 수소경제, 남은 건 ‘고속성장’뿐

수소∙암모니아는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잉여구간을 이용함으로써 현재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와 더불어 재생에너지의 저장성과 이동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ESS보다 장기 저장성과 장거리 이동성이 좋아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아울러 수소는 현재 지배적인 산업 원료 물질인 화석원료의 탄소를 상당수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원료 물질 중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아직은 생산량이 적고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지만, 국내외 수소경제 정책이 더 강화되고 실행 전략들도 진전되고 있어 수소경제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IEA는 글로벌 수소 수요가 2020년 8,500만 톤, 2021년 9,400만 톤에서 2030년 2억 1,000만 톤, 2040년 3억 8,000만 톤, 2050년 5억 3,0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체 에너지 중 수소 비중은 2020년 1.7%에서 2040년 5%, 2050년 14%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아 지리적으로 재생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에는 탄소중립 여정에서 수소경제의 효용성이 클 수밖에 없다.

향후 도래할 수소경제 시대에서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의 산업 국가들은 자체 조달 물량만으로 수소 수요를 모두 충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에 다량의 해외 수소∙암모니아 수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경제성 높은 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 호주, 동남아, 남미 지역 등에서의 국가 간 수소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국가 차원에서의 자원 외교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민∙관이 협력해 해외 수소 생산에 참여하는 동시에 국내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는 등 적극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채희근 팀장은 2005년부터 유화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해왔고, 2017년부터는 KB경영연구소 산업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수소경제와 신재생에너지, 탄소 관련 규제 및 관련 산업, 자동차∙모빌리티∙2차전지 분야 등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 보고서로는 <수소경제의 최근 동향과 전망>, <신재생에너지로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 아프리카>, <차세대 배터리 동향 및 전망>, <자동차업계의 거대한 구도 변화 조짐과 시사점>, <스코프3로 넓혀져 가는 탄소 발자국>, <제조업을 흔들 탈타소 패러다임 RE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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