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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냄새 풍기는 암모니아의 등장, 그린 암모니아

코를 움켜쥐게 만드는 악취로 악명 높은 암모니아 중 ‘그린 암모니아’라는 것이 있다. 상쾌한 냄새라도 나는 암모니아인가 싶지만, 속된 말로, 돈 냄새가 진하게 풍겨 오는 자원이다. 날이 갈수록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린 암모니아의 냄새를 쫓아가 보자.

석유의 시대는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인류가 멸종할 상황에서 탄소 배출의 주 원인인 석유를 대체할 자원의 등장은 절실하다. 석유를 대체한다는 것은 에너지의 생산과 공급,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기까지 바뀌는 대변혁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석유를 대체할 자원이 제2의 석유가 되는 셈으로, 이 자원과 관련 기술을 획득하는 국가가 지금의 산유국들과 같은 경제적 부와 정치적 힘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제2의 석유로 가장 주목받는 자원은 바로 ‘수소’다. 석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유럽은 이미 재빠르게 수소 확보와 공급에 나섰다. 그 대표적 행보로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해 유럽 전역에 수소 배관망을 연결하는 ‘유럽 하이드로젠 백본(The European Hydrogen Backbone, EHB)’이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에 2만 8,000km, 2040년에 5만 3,000km에 달하는 배관망을 갖추게 된다.

수소 에너지의 시대를 열어줄 암모니아

하지만 수소는 저장과 수송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래서 ‘수소 캐리어(Carrier)’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데, ‘수소 캐리어’ 목록 중 가장 가능성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바로 ‘암모니아’다.

제2의 석유로 불리고 있는 수소의 운반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

암모니아 외에도 수소 캐리어로 ‘액화수소’ 역시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현재로서 액화수소는 암모니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수소를 액화하려면 끓는점을 영하 252℃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되어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다. 반면 암모니아는 끓는 점이 영하 33℃로 액화하기 쉽고, 이미 저장∙운송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소 캐리어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 더해 연소(분해) 시 탄소 배출이 없고, 그 자체로도 연료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활용 역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로 전 세계 암모니아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암모니아 시장 규모는 2022년 782억 6천만 달러에서 2030년에는 약 1,296억 3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연평균 6.5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장이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2, precedenc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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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열린 그린 암모니아 경쟁, 누가 승리할까?

이렇게 급부상 중인 암모니아 중에서도 더욱 주목받는 암모니아가 바로, ‘그린 암모니아’다. 그린 수소, 핑크 수소, 블루 수소 등 이제는 많이 알려진 수소의 색깔처럼 암모니아 역시 생산방법에 따라 색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린 암모니아는 해상풍력, 태양광 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수소로 만들어진 암모니아로, 제조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탄소중립 시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감을 반증하듯 많은 나라들이 앞다퉈 그린 암모니아 생산 또는 수송 계획을 발표하며 그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그린 암모니아 생산 및 활용 흐름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가진 캐나다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및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최대 40%에 달하는 세액 공제 등 적극적인 정책적인 지원은 물론, 지난해에는 독일과 대서양을 횡단하는 수소 공급망을 2030년까지 구축하기로 협의하며, 현재 풍력발전을 기반으로 한 다수의 대규모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시설 프로젝트들이 실행되고 있다.

캐나다는 풍력발전 설치 용량의 약 65%가 집중되어 있는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친환경 미래 도시를 세우겠다’는 야심만만한 포부를 천명한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주목할 만한데,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건설 중인 신도시 ‘네옴시티’의 에너지 생산원으로 그린 암모니아를 택했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첫 번째 대규모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시설의 건설이 시작되었으며, 이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120만 톤의 그린 암모니아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도 최근 몇 년 사이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그린 암모니아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일부는 빠르면 1~2년 내에 실제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그린 암모니아 시장 규모는 2023년 3억 달러에서 2030년 179억 달러로 성장, 무려 72.9%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3, markets and mark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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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암모니아의 기술적 선점이 필요한 한국

한편 우리나라는 이제 막 그린 암모니아 산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2019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수소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과 연구가 시작됐고, 2021년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18개의 연구기관과 기업이 모여 ‘탄소 중립을 위한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를 구성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국내외 기업 간의 협약과 교류, 국내 기업 간의 협력 등 그린 암모니아 산업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 암모니아는 석유와는 다르다. 기술 선점이 곧 자원 선점이나 다름없다. 원료를 생산할 수 없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차세대 자원의 냄새가 가득한 그린 암모니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기쁜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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