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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l Permit, IRA, CRMA… 폐배터리 재활용, 글로벌 규제 읽어야 길이 보인다

세계 각국이 핵심원자재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美 IRA, EU CRMA 등 주요 권역별로 관련 공급망 생태계를 자국 중심으로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점점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에 더해 국가 간 폐기물 이동을 제한하는 바젤 협약(Basel Convention) 이슈까지 더해지며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이에 각 규제를 상세히 살펴보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 봤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Valdis Dombrovskis) EU 무역 커미셔너(가운데)와 티에리 브르통(Thierr Breton) EU 내부 시장 담당 집행위원(오른쪽)이 지난 3월 브뤼셀 EU 본부에서 EU CRMA에 대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공급망분석팀 연구위원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분야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자원민족주의 강화 등 대외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세계 각국이 자국 내 첨단산업의 핵심원재료 공급망 구축과 관련한 통상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발표해 시행 중이며,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CRMA)을 통해 EU에서 사용되는 80종 이상의 원자재 중 전략적 중요성이 있는 원자재 34종을 ‘핵심원자재’로 지정하고, 그중 친환경(Net Zero), 디지털(Digital), 우주(Aerospace), 방산(Defence) 등 4개 산업 분야에 해당하는 리튬, 코발트 등의 ‘전략원자재’ 16종에 대한 생산역량 관리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게 ‘핵심원료 공급망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포함한 공급망 확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IRA와 CRMA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새로운 원료 확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과 관련된 바젤 협약(Basel Convention) 등 주요 이슈를 살펴보며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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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 핵심광물 사용해야 세액공제!”

2022년 8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IRA를 발효했다. 주목할 점은 총 재정 3,690억 달러 중 80%를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부문에 편성했다는 것인데, 특히 청정 제조 시설, 첨단 제조 생산, 친환경 전기차, 청정 전력 투자/생산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세액공제 규모는 1,028억 달러(약 140조 원)에 달한다.

친환경 전기차 제조 기업이 IRA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①판매하는 전기차가 북미에서 최종 조립돼야 하고, ②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핵심광물이 미국 또는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체결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2023년 40%) 채굴 또는 가공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것이어야 하며, ③배터리 부품은 북미에서 일정 비율(2023년 50%) 이상 생산된 것으로 사용, ④*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을 제외한 다른 공급처로부터 핵심광물과 배터리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모두 달성할 경우 판매한 전기차 1대당 총 7,500 달러(약 1,000만 원)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즉 미국은 IRA를 통해 자국에 배터리 제조공장 설립을 유도하는 한편,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 중국에 지나치게 편향된 배터리 핵심광물 수입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우려기관: IRA는 아직 FEOC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8월 시행된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서는 △중국에 설립되거나 본점을 둔 기업 △중국에 설립된 외국기업의 100% 자회사 △중국인 또는 중국기업이 의결권(지분)을 25% 이상 보유한 모든 법인 등을 FEOC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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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EU 내 생산 늘리고 원자재 공급망 관리 강화!”

EU는 2023년 3월 전략원자재의 역내 공급망 취약성을 개선하고자 CRMA 초안을 발표했다. CRMA 초안은 2030년까지 EU 역내에서 채굴, 가공(제련 및 정제), 재활용하는 전력원자재의 양을 연간 전략원자재 수요량 대비 각각 10%, 40%, 15%로 확대하는 동시에, 역외 특정국에 대한 전략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65%를 넘지 않도록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략원자재 16종은 EU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비축하고 공동구매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역내 원자재 확보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략원자재를 사용하는 EU 역내 대기업은 공급망 자체 감사 수행 후 결과를 사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영구자석(Permanent Magnet)이 포함된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거나 EU 시장으로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부과했다. 때문에 CRMA는 전략원자재 16종 중 리튬, 니켈 등 5종을 사용하고, 對 EU 수출 비중이 높은 전기차용 배터리 셀 및 소재/부품 제조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RMA는 미국의 IRA와 달리 자국산 사용·조달 요건이나 외국산에 대한 명시적 차별조항을 담고 있지 않지만, 원자재 생산 시 환경, 노동규제 등 지속가능성 요건 준수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영구자석: 외부로부터 전기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아도 강한 자화상태를 오래 보존하며, 외부로부터의 자기적 영향에 대해 쉽게 변화하지 않는 자석. 전기차 모터와 발전기의 핵심부품으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전략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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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진 공급망 확보 경쟁 속 중요성 커진 ‘폐배터리 재활용’

IRA와 CRMA는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필수적인 핵심원자재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구축하고 싶은 미국과 EU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원료를 추출해 핵심원자재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대한 미국과 EU의 육성 노력도 눈여겨보아야 하는데, 이는 두 권역을 중심으로 발표되고 있는 대규모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증설 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에 따르면 2023년까지 미국 6.3만 톤, 유럽 4.1만 톤,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 지역 2.2만 톤 등 약 12.6만 톤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증설될 예정이며, 2024년 이후에는 유럽에 4만 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2.6만 톤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추가로 증설되는 등 두 권역에서의 폐배터리 재활용 역량(Capacity)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성장하는 데에 있어 선결해야 할 두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첫 번째는 아직 폐배터리 및 *스크랩(Scrap) 등 배터리 재활용 원료가 재활용 처리 설비용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경제성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원료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공급처를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 기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투자자들은 *전처리 및 *후처리 기술력을 가진 재활용 전문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Joint Venture, JV) 구축을 강화하는 추세다.

*스크랩: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 및 양극재 생산 시 발생하는 부산물.
*전처리: 폐배터리, 스크랩 등을 잘게 부수어 블랙파우더로 만드는 과정.
*후처리: 블랙파우더에서 리튬, 흑연,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원료를 추출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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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바젤 협약에 따라 폐기물로 정의되는 폐배터리를 수출입할 때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바젤 협약은 1989년 3월 22일 유엔 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UNEP) 후원하에 스위스 바젤(Basel)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교역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미국과 EU에는 전처리 공장은 많지만 후처리 공장이 많지 않아, 후처리 공장이 많고 관련 기술이 발달한 한국 등의 아시아로 발생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를 보내 재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바젤 협약에 따라 폐배터리 수출 시 수출자와 수입자 모두 수출입에 대한 두 해당 국가 관할부서의 사전동의(*바젤 퍼밋)를 거쳐야 하며, 수입자는 해당 폐기물 재활용 후 남은 폐기물에 대한 처리 과정 및 결과를 수출자와 수출국에 통보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젤 퍼밋(Basel Permit): 바젤 협약에서는 유해 폐기물 및 기타 폐기물을 수출할 경우 사전에 수입국으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바젤 퍼밋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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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유지하려면 관련 규제 엄격하게 준수해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 기술을 보유해 일찍이 전기차 보급시장인 EU에 진출해 배터리 제조경쟁력을 키워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려는 배터리의 제조부터 재활용까지의 전 주기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시에, EU 중심의 환경규제 및 국제 환경 협약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SK에코플랜트가 보여주고 있는 활발한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의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과의 협력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및 소재 공급 기술력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이미 30여 개의 ‘바젤 퍼밋’을 보유하고 있는 싱가포르 E-Waste 전문기업 테스(TES)를 자회사로 인수함으로써 폐기물 수출입 및 국가 간 운송 역량 및 노하우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SK에코플랜트가 앞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희영 연구위원은 2006년에 한국무역협회 입사했고, 2019년부터 3년간 중국 쓰촨성 청두지부 주재원을 거쳐 2022년부터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공급망분석팀에서 근무하며 우리나라 공급망 리스크 완화 정책 중 하나인 폐배터리 재활용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대표 보고서로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_중국 사례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스왑핑의 도입과 시사점>, <글로벌 배터리의 최대 격전지 EU 배터리 시장동향과 시사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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