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의 재정의… ‘건설’을 넘어선 ‘복합 기술 시스템’의 시대

데이터센터는 이제 건물이 아니라 ‘기술 집약적 시스템’으로 정의되고 있다. AI 시스템에 적합한 설계 역량, 연료전지 분산 전원과 냉각 기술, 수명이 다한 IT 자산을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 시스템 등 ‘설계-구축-운영-재활용’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완결형 밸류체인이 한층 주목받기 시작했다. AI 시대에 주목받는 인프라 기술력과 SK에코플랜트의 역량에 대해 알아보자.

(출처: 셔터스톡)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의는 운영 주체에 따라 다르게 제시된다.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은 데이터센터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구축, 실행, 제공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으로 설명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컴퓨팅 시스템과 관련 하드웨어 장비를 저장하는 물리적 위치’라고 정의하며, 삼성SDS는 ‘기업이나 기관이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 처리, 관리, 배포하기 위해 IT 인프라를 집약해 운영하는 시설’로 소개한다. 표현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인식은 분명하다. 데이터센터란 데이터를 저장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다시 말해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는 철저히 하드웨어 중심, 즉 ‘시설물’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왔다.


‘장소’가 아니라 ‘서비스’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데이터를 모아 두는 장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웹 기반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단순한 저장 장치를 넘어 실제 연산을 수행하는 CPU와 서버가 집적되기 시작했고, 센터 내부에서 작업을 처리하는 구조가 일반화됐다. 그렇다면 AI를 위한 전용 데이터센터도 같은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AI 데이터센터라는 개념을 들여다보면, ‘데이터센터’라는 명칭 자체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 인프라의 핵심이 더 이상 데이터의 보관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AI 역시 데이터가 중요하다. 고품질 데이터 확보는 여전히 성공적인 AI 개발의 필수 조건이다. 다만 AI 데이터센터가 수행하는 역할의 중심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연산을 수행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이른바 ‘추론 역량’을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다.

역할이 달라지면 요구 조건도 달라진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수의 고성능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나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 처리 장치)를 상시 운영해야 하며, 이로 인한 전력 소모는 기존 데이터센터(랙당 5~10kW)의 10배를 훌쩍 넘는 수준, 즉 랙당 60~100kW 이상으로 치솟는다. 발생하는 열 역시 기존 데이터센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운영 특성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비교적 예측 가능한 부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면, AI 데이터센터는 사용자 수요에 따라 부하가 급격히 변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설계의 우선순위 역시 달라진다. 과거에는 공간 효율이나 물리적 보안이 핵심이었다면,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확보와 열 관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한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본격적인 AI 데이터센터’라 부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인프라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를 보관하는 건축물이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을 중심으로 설계된 복합 기술 시스템(Complex Technical System)이라는 점에서다.


제조–전력–냉각–운영을 하나로 묶는 ‘초연결 시스템’

결국 AI 인프라의 성패는 개별 기술의 우수성보다 서로 다른 기술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조성’ 역량이다.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전산장비가 24시간 작동하기 때문에 전력∙통신∙냉각 시스템 등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설계 역량이 필수적이다.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새기기 위해 반도체 팹(Fab) 클린룸 상태를 미세 진동, 초순수 공급량 하나하나 극도로 정밀하게 요구하듯, AI 데이터센터 역시 고밀도 서버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유사한 수준의 시공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전력’ 공급은 AI 데이터센터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소비량이 클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 24시간 집중되는 수요를 만들어 전력망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전력 수요는 송배전망 병목이나 전력 주파수 왜곡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는 단순히 전력을 공급받는 시설을 넘어, 자체 생산과 효율화를 겸비한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망 시스템) 형태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고효율 분산 전원이 요구되는 이유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모습

이 과정에서 연료전지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화석연료는 환경 측면에서의 한계가 뚜렷하고 초소형 원전은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는 높은 효율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현시점에서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AI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 센터용 냉각 타워 (출처: 셔터스톡)

‘냉각’ 기술의 중요성도 한층 높아졌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공기 순환을 전제로 한 공랭식 설계로 충분했지만,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액체를 활용한 유체 냉각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나아가 서버 전체를 전류가 흐르지 않는 고순도 물이나 열전도율이 높은 실리콘 오일, 플루오르화 탄소 화합물 등에 담가 운영하는 액침 냉각 기술까지 활용되고 있다.

‘운영’ 역량 역시 간과할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고가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노하우가 필수적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GPU와 서버의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전자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데이터센터를 일회성 시설이 아닌 자원이 순환하는 친환경 생태계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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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부상하는 통합적 설계·운영 역량으로 완성되는 AI 데이터센터

문제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2024년 4GW(기가와트)에서 2035년 123GW로 3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에코플랜트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6년 신년사를 통해 ‘AI 인프라 설루션 프로바이더(AI Infra Solution Provider)’라는 비전을 분명히 했다.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내재화해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SK에코플랜트가 시공중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예상 조감도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SK텔레콤, 울산광역시, AWS와 함께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을 개최했다. SK AI데이터센터 울산은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로 고집적 GPU를 활용하는 첨단 IT 인프라로 조성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조성 및 인프라 구축을 맡은 SK에코플랜트는 핵심 설비 설계와 시공부터 전력∙통신∙냉각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 구축 역량을 갖추게 된 셈이다.

전력 분야에서도 성과는 이미 가시화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싱가포르 GDS 데이터센터에 전력 생산을 위한 연료전지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연료전지를 활용한 고효율 냉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흡수식 냉동기 원리를 이용한 냉수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연료전지에서 발생한 열을 회수해 흡수식 냉동 장치를 거쳐 차가운 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한다면 냉각을 위한 막대한 전력 소비 없이 냉각 자원 확보가 가능하다.

SK에코플랜트가 개발한 연료전지 기반 냉각 설루션. 연료전지에서 발생한 열을 냉각수 생산에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IT자원에 대한 지속가능성 역량도 빼놓을 수 없다.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테스는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IT자산처리(ITAD, IT Asset Disposition) 선도 기업으로, 데이터센터 서버부터 반도체 등 미래 핵심산업으로 분류되는 IT자원에 대한 전문 회수 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 인프라 시장의 경쟁은 ‘누가 더 싸게 짓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똑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AI 시대에 데이터센터만 잘 짓는 것은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할 수 있다. 전력과 냉각, 자원 순환까지 아우르는 전 생애주기 관점의 운영 전략이 설계 단계부터 반영돼야 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인프라 조성 역량에 전력·냉각 전문성을 결합하고, 자원 순환 역량까지 통합한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원스톱 AI 인프라 설루션을 통해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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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기 이미지 - SK에코플랜트 밸류체인반도체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 주목받는 '컴퓨트 인프라' 산업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대중서를 15권 이상 발간했다. 현재는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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