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력의 미래를 묻다: SK에코플랜트의 소재·인프라 전략 - 인하대학교 최리노 교수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 기업 4곳을 편입하며, 제조시설 구축, 설비 운영, 소재 공급, 리사이클링을 통합한 새로운 공급 모델을 구축했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다시 쓰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전략과 변화, 그리고 그 미래를 최리노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본다.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최리노 교수.

AI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 SK에코플랜트는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 설계∙구축부터 핵심 소재 공급, 리사이클링까지 반도체 산업의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공급난 속에서도 독보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5년 12월, SK에코플랜트는 SK㈜ 머티리얼즈 산하 4개 핵심 소재 자회사인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를 편입하며,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주요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이로써 안정적인 성장 기반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SK에코플랜트. 미래 반도체 산업의 토대를 직접 설계하며 성장을 가속화하는 SK에코플랜트의 전략을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Q

이번에 SK에코플랜트가 4개 반도체 소재 자회사를 편입한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저도 처음에 기사만 봤을 때는 ‘건설사인 SK에코플랜트가 왜 반도체 소재 회사를 편입했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니 전략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결정이더군요.

이번 편입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SK에코플랜트가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인프라 설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에 가깝습니다. 자회사 편입을 통해 핵심 소재를 내재화하면서 기술 경쟁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소재의 안정적 공급과 수율(정상적으로 생산된 칩의 비율) 확보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반도체 팹 구축과 인프라 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었고, 여기에 희소성이 높은 첨단 소재 기술을 보유한 4개 자회사가 더해지며 소재 공급까지 아우르는 기업 모델을 완성하게 된 것이죠.

무엇보다 이들 자회사는 글로벌에서도 난제로 꼽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공장 가동률 기반의 안정적 매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편입은 SK에코플랜트가 AI 반도체 시대의 병목을 해결하는 핵심 설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Q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신다면?

A

반도체 공정을 아파트 단지 건설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파트는 한 동씩 짓지만, 반도체는 단지 전체의 1층을 한 번에 깔고(증착), 그 위에 벽을 세울 곳과 비워둘 곳을 표시하고(리소그래피), 표시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정교하게 깎아내며(식각) 이 과정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 소자(회로부품, Device)를 쌓아가는 것이죠.

핵심은 얼마나 작고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느냐인데, 반도체는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칩 내 집적도라 높아지고 단가도 유지되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 역시 커지는 구조입니다.

Q

편입된 4개 자회사가 다루는 핵심 소재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반도체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반도체는 1cm2 안에 500억 개의 전자 소자(Device)를 집적하는 초정밀 산업으로, 소재 하나가 수율과 성능을 좌우하는 만큼 핵심 소재의 내재화는 곧 기술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이번에 편입된 네 개 자회사는 각각 반도체 공정의 가장 중요한 ‘결정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①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 포토레지스트(PR, Photoresist)
회로를 ‘찍어내는’ 감광재로, 특히 EUV용 PR은 전 세계 소수 기업만 생산합니다. 회로 패턴의 한계를 결정하는 말 그대로 ‘공정의 심장’입니다.

② SK트리켐 – 프리커서(Precursor)
원자층증착(ALD, Atomic Layer Deposition) 공정용 소재입니다. 원자 단위로 균일하게 박막을 쌓아야 하는데, 균일도가 조금만 흔들려도 수율이 무너지는 만큼 ‘수율을 지키는 핵심’ 소재입니다.

③ SK레조낙 – 식각가스(Etching Gas)
회로를 섬세하게 ‘깎아내는’ 식각 공정의 핵심입니다. 3D 메모리 시대에는 정확한 식각이 성능을 좌우할 정도로, 아주 깊은 깊이를 고르게 식각하기 위해서는 식각가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④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 블루 도판트(Blue Dopant)
OLED에서 파란색을 발광하게 만드는 핵심 재료로, 20년 넘게 글로벌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극복한 기술입니다. OLED의 밝기·전력 효율·수명을 결정하며, 전 세계에서도 생산 가능한 기업이 극소수입니다.

이 네 가지 소재는 모두 글로벌에서도 공급사가 제한적인 분야이자, AI·고성능 반도체 경쟁력의 기반을 이루는 전략 기술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편입으로 ‘제조시설 구축–설비 운영–소재 공급–자원순환’을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완결형 역량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Q

편입된 자회사의 경쟁사 및 국내 입지는 어떤가요?

A

경쟁사는 물론 존재합니다. 프리커서 분야만 해도 국내에 여러 기업이 활동하고 있죠.

하지만 소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 구조입니다.

SK트리켐은 SK하이닉스라는 확실한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품질만 확보하면 생산이 곧 매출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된 구조적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매우 큰 경쟁 우위입니다.

Q

SK에코플랜트와 자회사 간에는 어떤 기술적·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되나요?

A

가장 큰 시너지는 앞서 말씀드렸듯, 공정 안정성과 수율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됐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고객사는 공정 장애가 발생했을 때, 소재 문제인지, 설비·운영 문제인지, 수처리 문제인지 원인을 분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편입으로 소재 생산→ 소재 및 산업가스 공급 → 제조시설 전력∙수처리 최적 운영이라는 전 과정이 하나의 회사 안에서 통합 관리됩니다. 덕분에 고객사는 라인 안정성과 수율을 책임질 단일 파트너를 확보하게 된 셈입니다.

또한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 설루션과 ITAD 역량을 바탕으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폐기물·산업폐기물을 처리하고, 이를 다시 소재 기업이 활용하는 ‘폐기 → 자원 → 소재’라는 순환 모델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소재, 특수가스, 물∙전력까지 반도체 생산성을 결정하는 모든 요소를 책임지는 구조로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Q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소재 기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A

말 그대로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니 장비와 소재도 강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반대입니다. 소자(Device)가 제일 쉽고, 그 다음이 장비, 마지막으로 소재가 어려운 분야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소자회사는 크지만 장비나 소재, 그 중에서도 특히 소재 회사의 경우 수입에 의존했었습니다.

이제 반도체 경쟁력의 출발점은 결국 소재 확보입니다. 미세화, 성능, 수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공정 문제는 소재와 설비 운영 시스템이 서로 얽혀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합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편입을 통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공급 모델을 제시했으며, 이는 글로벌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Q

해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나요?

A

소재 기업과 인프라 기업의 결합은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일부 소재 기업이 초고순도 배관, 가스 캐비닛, 화학물질 공급 시스템(CDS) 등 일부 인프라 EPC 기능을 내재화한 ‘마이크로 EPC’ 사례는 있으나, 이건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소재·인프라·EPC 전 영역을 한 회사가 통합한 구조는 SK에코플랜트가 사실상 글로벌 최초에 가깝습니다. 이 점이 이번 편입이 갖는 전략적 차별성입니다.

Q

이번 편입 이후 SK에코플랜트의 사업성과와 수익성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A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예상됩니다. 하나는 재무 구조 개선, 다른 하나는 사업 체질의 고도화입니다.

먼저 수익성의 질적 변화 측면에서 보면, 편입된 4개 소재 기업은 일반적으로 20~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고수익 사업입니다. 이 실적이 연결되면 SK에코플랜트의 수익 구조는 크게 개선됩니다.

안정적 현금 흐름 확보 측면에서도 소재 사업은 공장 가동률에 따라 매일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라 현금 흐름이 안정적입니다.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술혁신과 신규 소재 확장 면에서도 각 자회사는 AI·데이터 기반 AX∙DX를 강화하고, 차세대 공정 소재 개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SK에코플랜트의 인프라 역량까지 결합하면 공정 단계별 최적화 설루션 제공이 가능해집니다.

종합하면, 이번 편입은 단순한 수익 개선을 넘어 SK에코플랜트를 반도체·AI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기술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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