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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의 역습, 우주 쓰레기가 온다!

우리가 매일 잠들기 전 바라보는 ‘밤하늘의 펄~’ 같은 별들은 사실 인공위성일 확률이 높다. 지구 궤도는 인류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로 초만원이기 때문! 그리고 개발의 대가는 필연적으로 쓰레기 문제를 낳고 있는데…

영화 ‘승리호’에는 우주 상공을 파편처럼 떠도는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로봇 팔로 폐 로켓을 잡고, 궤도 주위를 빠르게 날아가는 잔해물을 그물로 포획하는 영화 속 장면. 현실에선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류는 우주 상공을 향해 발사체를 비롯한 수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열을 올릴 뿐, 그 잔여물인 우주 쓰레기를 치울 수 있는 해답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영화 ‘승리호’는 돈을 벌기 위해 우주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우주 해적들의 이야기다.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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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곳 없는 우주 쓰레기, 오늘도 우주는 아프다

첫 인공위성이 우주로 발사된 1957년부터 65년 동안 인류가 발사한 로켓 수는 6,340개.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의 개수는 14,710개에 달한다.(2022년 12월 기준, European Space Agency) 문제는 우주 개발의 기하급수적인 속도에 비례해, 걷잡을 수 없이 방대한 양의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냉전시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궤도에 발사됐던 낡은 대형 우주 발사체들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했다. 대표적으로는 러시아 발사체의 상단부로 쓰였던 SL-16로켓이 있다. 미국 연구기관 레오랩(LeoLabs)은 현재 고도 840km 안팎의 궤도에 길이 11m에 9.9t의 중량을 가진 16개의 SL-16로켓이 떠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 더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문 관측 도구 중 하나로 평가받는 허블 우주 망원경도 조만간 수명을 다해 몇 년 후면 대기권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NASA에 따르면 허블 우주 망원경은 2028년에서 2040년 사이에 자연적으로 대기권으로 재진입, 운명을 마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대형 우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지만, 사실 더 큰 위협은 파편처럼 쪼개진 잔해물이다. 우주 쓰레기는 크게 10㎝ 이상, 1~10㎝, 1㎝ 이하의 물체로 구분되는데, 지름 10㎝ 이상의 쓰레기는 3만 6,500개, 1㎝ 이상은 100만 개, 1㎝ 이하로 작은 것들은 무려 1억 3,000만 개나 된다.(2021년 기준, European Space Agency) 2007년 중국은 고장 난 통신 위성 1기를 폭파시키는 대위성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폭파된 무게 750kg의 위성은 당구공만 한 크기로 흩어지면서 수백 마일에 걸친 우주 공간을 오염시켰다. 지상 레이더로 파악할 수 있는 파편 숫자만 무려 3,500여 개. 총알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의 통제 불능 잔해물들은 같은 경로에 위치한 다른 인공위성들을 위협하면서 오늘도 궤도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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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도가 붙은 우주 개발 경쟁, 시작은 일론 머스크?

가뜩이나 임무가 종료돼 버려진 인공위성들로 빼곡해지는 우주 상공을 향해, 최근 들어 인공위성 발사 횟수는 더 급증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 X가 진행 중인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 때문. 스타링크는 전 세계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통신망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으로, 스페이스 X는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로부터 2027년까지 무게 260~295kg의 스타링크 위성 1만 2천 개를 배치할 수 있도록 승인 받았다. 재활용 우주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일론 머스크는 하나의 발사체에 위성 60여 개를 실어 한번에 발사하겠다는, 무모해 보였던 계획을 차근히 실현해나가고 있다.

전 지구를 커버하는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 (출처: 힙포인사이트 – 로봇 미래 신기술 유튜브 채널)

이에 질세라 아마존과 윈웹 등의 다른 업체들도 소형 통신위성 발사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유럽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앞으로 5~10년 사이에 지구 궤도의 위성 숫자는 최대 10만 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 많은 위성들의 우주 공간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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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과 빛공해! 우주 쓰레기 악몽이 현실로!

1월 9일 미국 지구관측위성 추락 상황 감시 안내문.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트위터)

우주 쓰레기 문제가 당장 미세먼지나 기후 변화처럼 지구의 환경과 인류의 터전을 위협하진 않는다고? 아직까지 희박한 확률이지만, 우리 머리 위로는 인공위성과 발사체의 잔해 등이 꾸준히 추락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무게 2.45t에 달하는 미국의 지구관측 위성 ‘ERBS(The Earth Radiation Budget Satellite)’가 18년간 지구 궤도를 떠돌다 중력에 못 이겨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 2023년 1월 9일 오전 7시, 우리 정부는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미국 인공위성의 일부 잔해물이 9일 낮 12시 20분에서 1시 20분 사이 한반도 인근에 떨어질 수 있으니, 해당 시간의 외출을 자제한다’는 재난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시간대에 우리나라 상공의 항공기 이륙도 금지됐다. 다행히 이 위성은 이날 오후 1시 4분경 알래스카 서남부 베링해에 떨어졌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위험은 계속, 아니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무를 마치고 18년간 우주를 떠돌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복사수지위성(ERBS)이 지난 1월 9일 알래스카 인근에 떨어졌다. (출처: NASA)

뿐만 아니라,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가 밤하늘의 밝기를 10%나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21년 발간된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서(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따르면, 지상 망원경으로 천체 관측 시 우주 물체에 태양빛이 반사되거나 산란되어 줄무늬로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반사된 빛들이 천체 관측 방해 문제 외에, 야생동물들의 습성과 인간의 생활 패턴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향후 몇 년 뒤에는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 15개 중 1개가 인공위성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류의 후손들은 은하수 대신 거대 인공위성 군단을 보고 자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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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으로 다가온 우주 쓰레기, 대책은?  

SF 영화 속 지구는 어벤져스가 지킨다지만, 우주 쓰레기 문제에 대응한 현실 속 지구는 누가 지켜야 할까. 외계인의 위협이 아닌 지구에서 기원한 ‘우주 쓰레기’이기에 응당 국제 사회가 나서야 할 터.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약 70년 동안 축적돼 온 우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자, 국제기구 차원에서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000년대부터 UN은 COPUOS(The Committee on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 외기권평화적이용위원회),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Dredging Companies, IADC) 등의 산하 기구를 별도로 꾸리며, 우주 쓰레기 경감 가이드 라인과 위성의 의도적 파괴 및 유해 활동 전면 금지, 우주 쓰레기 배출 제한 및 지구 재진입 시 인명 사상률 1만 분의 1 이하 등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우주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이 개발 중인 우주 쓰레기 제거 서비스 위성 ‘COSMIC’. (출처: Astroscale 유튜브 채널)

덧붙여 우주 쓰레기 청소 사업에 뛰어든 민간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일본의 우주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강력한 자석으로 우주 쓰레기를 끌어당긴 뒤 지구 대기권으로 같이 떨어지면서 쓰레기를 불태워 없애는 기술을 실험 중이고,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은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고 작살과 집게 팔로 쓰레기를 사냥하는 로봇의 상용화를 개발 중에 있다.

이런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엄중한 현실은,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기준들이 아직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이라는 점, 우주 쓰레기 청소 기술 또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우주 쓰레기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태평양의 거대 플라스틱 섬처럼 우리의 우주 공간도 곧 쓰레기로 둘러싸여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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