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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돌파한 세계 인구, 자원 빚더미에 앉다?

전 세계적인 저출산 문제 아래 들려온 희소식, 세계 인구 80억 돌파! 그런데, 자원 문제는 더욱 어두워질 전망이라고? 이미 용량 초과 상태에 놓인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아기 ‘다미안’이 ‘80억 번째 아기’라는 쓰인 티셔츠를 입고 누워 있다. 유엔은 세계 각국의 인구 증가율과 날짜 등을 계산해 80억 번째 인구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도미니카공화국을 지목, 이날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아기를 그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15일 새벽,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한 신생아가 첫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왔다. 인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이었다. 막 태어난 아이는 유엔이 선물한 ‘세계 80억 번째 아기’라는 공식 인증이 쓰인 옷을 입었다. 지구에 사는 인류가 공식적으로 80억 명을 돌파한 순간이었다.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벌써?’ 하는 놀라움을 보인 이가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11년 전인 2011년 70억 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전쟁과 전 세계적인 전염병에도 매년 1억 가까운 인간이 태어나 살아간 셈이다. 이는 인류 역사 전체를 기준으로 봐도 매우 빠른 속도다. 1800년대 초반 10억 명이었던 인류가 20억 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120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의학과 과학 기술, 그리고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인구 증가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유엔은 이 속도라면 15년 후인 2037년에는 90억, 2086년에는 104억 명을 기록해 인구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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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0.01%가 자원을 모두 사용한다?

그러나, 사실 80억 명이라는 숫자는 지구에 사는 다른 생물의 숫자와 비교했을 때 많은 양은 아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론 밀로(Ron Milo)교수 연구진은 지구에 사는 생물의 총량 5,500억 톤 중 인류가 차지하는 양은 6,000만 톤으로, 전체의 0.01%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2018, 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1971년~2022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인간의 자원 사용 규모가 지구의 생산 및 자정능력을 초과하게 되는 날을 뜻한다. (출처: Earth Overshoot Day 홈페이지)

문제는 이 0.01%가 지구 생태계와 환경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가 인간이 살면서 소비하는 엄청난 양의 자원이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는 지난 해 7월 28일, 2022년 사용 가능한 지구 생태 용량을 모두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지구가 1년 365일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을 약 200일 만에 인류가 모두 소비한 것이다. 이는, 현재 살고 있는 인류가 미래세대가 쓸 자원까지 빚을 내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인류가 이대로 자원 소비를 지속한다면 1.7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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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사이에서 벌어지는 자원 소비 불평등 

그런데 같은 인류라고 해도 똑같이 자원을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별로 자원 사용량은 큰 차이를 보인다. 2022년 기준으로 생태 자원 용량을 초과한 시점을 보면 미국은 3월 13일, 호주는 3월 23일, 영국은 5월 19일, 중국은 6월 2일이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12월 3일, 이집트는 11월11일, 멕시코는 8월 31일이었다. 경제와 산업에서 발전을 이룬 나라들이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국가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 (출처: Earth Overshoot Day 홈페이지)

하지만 이렇게 선진국들이 엄청나게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동안, 인구는 개발도상국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인구 80억 달성도 아프리카와 인도,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인구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시아 인구가 48억 명으로 인구 가장 많고, 이어 아프리카가 14억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대로라면 선진국의 지나친 소비로 인해 많은 인구를 감당할 개발도상국들이 필요한 자원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인구수와 자원 사용의 불균형은 재앙을 초래한다. 미국의 생태학자 겸 지리경제학자인 허먼 데일리(Herman E. Daly)는 “현재 세계인구의 6%밖에 되지 않는 미국인들이 세계 광물자원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고 세계 모든 사람들이 미국의 생활 수준에 도달하려 애쓴다.”며 “자원 생산량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면 미국인과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18%밖에 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 82%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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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인프라, 질과 양을 높여야 하는 이유

자원 배분과 인구의 불균형 해결을 위해선 ‘에너지’ 분야의 협력과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구 증가와 비례하는 것이 에너지 사용량이며,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많은 양의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기 때문이다.

잦은 정전으로 촛불을 켜고 책을 읽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

그런데,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대부분 화석 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질이 낮은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지난해 발표한 ‘*SDG7 추적(Tracking SDG7): 에너지 진보 보고서(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2)’를 살펴보면 전 세계 인구 24억 명은 지금도 가축의 배설물이나 숯, 석탄과 같이 연소할 때 심한 연기나 유해가스를 방출하는 질 낮은 연료로 취사하고 있다. 또 이들 중 약 7억 명은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만약 개발도상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가 이처럼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또 자원을 고갈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한다면, 현재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인류의 노력이 허사가 될 수밖에 없다.

*SDG7 추적(Tracking SDG7): 에너지 진보 보고서(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2): 2030년까지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위한 전 세계의 성과를 평가하는 보고서로, 2022년 유엔의 5개 산하기관(세계은행(World Bank)·국제에너지기구(IEA)·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세계보건기구(WHO)·유엔통계국(UNSD))이 함께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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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인구 돌파가 남긴 에너지 위기, 해결방법은?

재생에너지 사용과 생산은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건이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소비 국가다. 2022년 우리나라의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4월 2일로, 세계에서 8번째로 빨리 자원을 사용했다. 또한, 세계에너지소비통계(Enerdata)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국가별 총 에너지 소비량은 2억 9,800만 석유환산톤(TOE, 1TOE는 원유 1t의 열량)으로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28위)나 경제 규모(14위) 등을 고려하면 세계 최상위권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100% 자급이 가능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더는 선택이 아닌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또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재생에너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사업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려고 할 때 오히려 수준 높은 기술이 탄생하고, 이것이 세계 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을 우리는 숱하게 경험했다. 혹은 아프리카처럼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에 투자, 진출하여 우리의 기술력이 실현되고 발전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좋으나, 싫으나 우린 이제 80억의 이웃들과 살아야 한다. 한정된 자원, 그마저도 빠른 속도로 고갈되는 지구에서 80억을 먹여 살리려면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이를 위해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해결책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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