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만에 ‘CES 2023’ 완벽 마스터]‘CES 2023’을 뜨겁게 달군 5개의 핵심 키워드는?
‘CES 2023’이 지난 1월 5일부터 4일간 열렸다. 가전, IT를 넘어 우주, 자동차,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앞다퉈 자신들의 첨단기술을 공개하는 각축장, CES. 이번 ‘CES 2023’을 이끈 핵심 키워드와 기술들을 짚어보며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 보자.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Together We Advance AI!”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소비자가전제품박람회)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4일 저녁(현지시간), 세계적 반도체 기업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리사 수(Lisa Su)’ 회장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무대 전면에 ‘Together We Advance AI. (우리 함께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나갑시다.)’라는 글자를 띄워 두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녀는 연설에서 AMD의 차세대 컴퓨터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인공지능(AI)은 미래 기술의 중요한 메가 트렌드”라며 “모든 장치에 AI 기능을 제공하려면 고성능 컴퓨터 ‘엔진’. 즉 프로세서가 필요하고 우리는 그 기술을 갖춘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 최고 경영자로서 자사의 기술력을 홍보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을 엿보면 ‘세상은 이미 AI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반도체 기술이 있다’는 강한 단정이기도 했다. 다른 회사도 아닌 ‘AMD’의 CEO가, 전 세계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앞다퉈 소개하는 CES 현장, 그것도 올해 CES의 모든 내용을 꿰뚫는 메시지를 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조연설 자리에서 “이제는 인공지능이 대세”라고 못 박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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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핵심은 인공지능의 ‘형태’!
‘AI가 미래’라는 이야기는 사실 십수 년 전부터 언급돼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CES 2023’의 ‘핵심 테마’로 AI를 꼽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번 CES에서 유독 AI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형태’들이 또렷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CES 2023’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크게 2가지 패턴으로 참여 기업들의 기술 형태를 구분할 수 있다. 바로 ▲모빌리티(Mobility)와 ▲메타버스+웹3.0(Metaverse+Web3). 모두 AI가 들어가 활동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다.
AI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에 기반을 둔 판단은 가능하며, 따라서 인간이 ‘목적’만 정해준다면 거기에 맞춰 착실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AI는 사람 대신 어떠한 객체를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는데, AI가 현실 사회에서 기계장치를 조종할 수 있으면 이를 ‘로봇’이라고 부른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장 현실적인 로봇의 형태는 단연 ‘이동형 로봇’, 즉 모빌리티를 꼽을 수 있다. ‘CES 2023’의 메인 테마 중 하나로 모빌리티 영역이 부각되고, 관련 신기술이 미래 산업의 주축으로 전망되는 건 매우 당연한 기술적 흐름인 것이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AI가 꼭 현실의 객체만 통제해 일을 하라는 법은 없다. 도리어 ‘가상현실’ 속 객체가 AI를 적용하기엔 더 손쉽고 확실하다. AI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3세대 인터넷 웹3.0도 같은 맥락이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면,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어떤 형태로든 ‘로봇’이나 ‘메타버스+웹3.0’의 범주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메타버스는 CES가 올해 최초로 선정한 핵심 주제다. 실제 전시장에는 메타버스와 웹3.0 코너가 별도로 신설되었고, 전통기업의 자리였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중앙홀을 메타버스 기술들에게 내어주었으며, 관련 세미나 및 세션만 15회 달할 만큼 주최측도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소니(SONY), 샤프(Sharp), HTC 등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세상에 접속하기 위한 장치, 이른바 VR, AR 기기들을 전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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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인간’
인간이 기술 발전을 가장 먼저 요구하는 시장은 어디일까. 바로 ‘의료 분야’다. ‘CES 2023’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분야는 메인 테마 중 하나로 꼽을 만했다. CES는 해마다 전시 개막에 앞서 참여 기업들의 기술을 분석해 ‘혁신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디지털 헬스’ 분야를 신설해 혁신상을 수여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 중엔 SK바이오팜, 롯데헬스케어, 라이프시맨틱스 등이 이 분야의 주요 참가 기업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SK바이오팜은 생체 신호를 감지해 뇌전증 발작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5종을 선보였고, 해당 기술로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CES 2023’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CES에서 무엇보다 주목받은 테마를 하나 꼽으라면 역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일 것이다. 기술이란 목적이 필요하고, 그 목적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 때문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인류 존속을 위한 테마는 ‘CES 2023’에 등장한 기술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흐름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인간이 개발해 온 다양한 기술들을 모아 함께 구성해 나가야 할 ‘지향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발전된 AI 기술을 메타버스와 로봇기술 형태로 적용하고, 이를 결국 에너지 보존, 전력 생산량 증진,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 스마트시티 조성,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의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테마 중 하나로 ▲인간 안보(Human Security)도 빼놓기 어렵다. 인간 안보란 1994년 유엔이 최초로 주창한 개념인데,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위협과 질병, 범죄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대상을 ‘인간’으로 설정한 것으로, 식량확보, 의료 개선, 환경보호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는 이번 ‘CES 2023’의 주제 자체를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이하 ‘HS4A’)’로 정하고, 유엔 산하 기관인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orld Academy of Art and Science)와 식량, 의료 접근성, 소득, 환경보호, 개인 안전, 지역 사회 안보 및 정치적 자유를 촉진하기 위한 HS4A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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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위한 기업들의 노력
‘CES 2023’의 ‘지속가능한 미래’ 테마와 연결해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AI 등 기술 혁신을 환경개선과 연결 지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이었다. 즉 ‘인간과 환경을 위한다’ 목적을 두고 AI 혁신을 십분 발휘하는 형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해외 기업들 가운데 눈에 띄는 기술들을 살펴보면, ‘농업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John Deer)가 비료 사용 60%를 줄일 수 있는 로봇 비료 살포기 ‘이그젝트 샷(Exact Shot)’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또, 일본의 파나소닉(Panasonic)도 차세대 태양광 전지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로 잎사귀를 표현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나무(Perovskite Solar Tree)’를 설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무엇보다 SK그룹의 행보가 주목할 만했다. ‘CES 2023’ 현장을 참관한 한 국내 과학 기술계 관계자는 “SK는 그룹 전시관 전체를 온전히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기술 소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며 “대부분 기업이 자사 신제품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SK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그 자체를 전시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CES의 메인 전시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 홀에서 1,200㎡ 규모로 SK주식회사, SK이노베이션, SK E&S,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에코플랜트, SK바이오팜 등 8개 기업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SK에코플랜트의 디지털 기반 폐기물 솔루션 ‘웨이블(WAYBLE)’은 CTA로부터 스마트시티 분야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하며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웨이블은 AI∙DT 기술을 기반으로 폐기물의 배출, 운송, 그리고 재활용 등의 최종적 처리까지 전 생애주기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데이터화하는 솔루션으로, 전 세계가 처한 폐기물이라는 환경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전 세계 첨단 기술이 집결하는 CES는 가히 ‘곧 우리 앞에 다가올 가장 확실한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번 ‘CES 2023’을 통해 본 그 확실한 미래란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의 시대’ 그 자체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도 AI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연결되며, 그 모든 기술이 인류의 안녕을 향하는 시대. ‘CES 2023’에서 펼쳐진 퍽 멋진 이 시대적 흐름이 얼마나 우리 현실에 가시화될 수 있을지 기대를 해 본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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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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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ether We Advance AI!”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소비자가전제품박람회)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1월 4일 저녁(현지시간), 세계적 반도체 기업 AMD(Advanced Micro Devices)의 ‘리사 수(Lisa Su)’ 회장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무대 전면에 ‘Together We Advance AI. (우리 함께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나갑시다.)’라는 글자를 띄워 두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녀는 연설에서 AMD의 차세대 컴퓨터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인공지능(AI)은 미래 기술의 중요한 메가 트렌드”라며 “모든 장치에 AI 기능을 제공하려면 고성능 컴퓨터 ‘엔진’. 즉 프로세서가 필요하고 우리는 그 기술을 갖춘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 최고 경영자로서 자사의 기술력을 홍보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을 엿보면 ‘세상은 이미 AI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반도체 기술이 있다’는 강한 단정이기도 했다. 다른 회사도 아닌 ‘AMD’의 CEO가, 전 세계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앞다퉈 소개하는 CES 현장, 그것도 올해 CES의 모든 내용을 꿰뚫는 메시지를 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조연설 자리에서 “이제는 인공지능이 대세”라고 못 박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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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핵심은 인공지능의 ‘형태’!
‘AI가 미래’라는 이야기는 사실 십수 년 전부터 언급돼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CES 2023’의 ‘핵심 테마’로 AI를 꼽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번 CES에서 유독 AI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형태’들이 또렷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CES 2023’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크게 2가지 패턴으로 참여 기업들의 기술 형태를 구분할 수 있다. 바로 ▲모빌리티(Mobility)와 ▲메타버스+웹3.0(Metaverse+Web3). 모두 AI가 들어가 활동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다.
AI는 인간처럼 생각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에 기반을 둔 판단은 가능하며, 따라서 인간이 ‘목적’만 정해준다면 거기에 맞춰 착실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AI는 사람 대신 어떠한 객체를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는데, AI가 현실 사회에서 기계장치를 조종할 수 있으면 이를 ‘로봇’이라고 부른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가장 현실적인 로봇의 형태는 단연 ‘이동형 로봇’, 즉 모빌리티를 꼽을 수 있다. ‘CES 2023’의 메인 테마 중 하나로 모빌리티 영역이 부각되고, 관련 신기술이 미래 산업의 주축으로 전망되는 건 매우 당연한 기술적 흐름인 것이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AI가 꼭 현실의 객체만 통제해 일을 하라는 법은 없다. 도리어 ‘가상현실’ 속 객체가 AI를 적용하기엔 더 손쉽고 확실하다. AI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3세대 인터넷 웹3.0도 같은 맥락이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면,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어떤 형태로든 ‘로봇’이나 ‘메타버스+웹3.0’의 범주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메타버스는 CES가 올해 최초로 선정한 핵심 주제다. 실제 전시장에는 메타버스와 웹3.0 코너가 별도로 신설되었고, 전통기업의 자리였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중앙홀을 메타버스 기술들에게 내어주었으며, 관련 세미나 및 세션만 15회 달할 만큼 주최측도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소니(SONY), 샤프(Sharp), HTC 등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세상에 접속하기 위한 장치, 이른바 VR, AR 기기들을 전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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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인간’
인간이 기술 발전을 가장 먼저 요구하는 시장은 어디일까. 바로 ‘의료 분야’다. ‘CES 2023’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분야는 메인 테마 중 하나로 꼽을 만했다. CES는 해마다 전시 개막에 앞서 참여 기업들의 기술을 분석해 ‘혁신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디지털 헬스’ 분야를 신설해 혁신상을 수여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 중엔 SK바이오팜, 롯데헬스케어, 라이프시맨틱스 등이 이 분야의 주요 참가 기업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SK바이오팜은 생체 신호를 감지해 뇌전증 발작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5종을 선보였고, 해당 기술로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CES 2023’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CES에서 무엇보다 주목받은 테마를 하나 꼽으라면 역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일 것이다. 기술이란 목적이 필요하고, 그 목적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 때문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인류 존속을 위한 테마는 ‘CES 2023’에 등장한 기술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흐름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인간이 개발해 온 다양한 기술들을 모아 함께 구성해 나가야 할 ‘지향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발전된 AI 기술을 메타버스와 로봇기술 형태로 적용하고, 이를 결국 에너지 보존, 전력 생산량 증진,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 스마트시티 조성,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의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테마 중 하나로 ▲인간 안보(Human Security)도 빼놓기 어렵다. 인간 안보란 1994년 유엔이 최초로 주창한 개념인데,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위협과 질병, 범죄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대상을 ‘인간’으로 설정한 것으로, 식량확보, 의료 개선, 환경보호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는 이번 ‘CES 2023’의 주제 자체를 ‘모두를 위한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이하 ‘HS4A’)’로 정하고, 유엔 산하 기관인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orld Academy of Art and Science)와 식량, 의료 접근성, 소득, 환경보호, 개인 안전, 지역 사회 안보 및 정치적 자유를 촉진하기 위한 HS4A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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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중에는 무엇보다 SK그룹의 행보가 주목할 만했다. ‘CES 2023’ 현장을 참관한 한 국내 과학 기술계 관계자는 “SK는 그룹 전시관 전체를 온전히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기술 소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며 “대부분 기업이 자사 신제품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SK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그 자체를 전시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CES의 메인 전시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 홀에서 1,200㎡ 규모로 SK주식회사, SK이노베이션, SK E&S,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SK에코플랜트, SK바이오팜 등 8개 기업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SK에코플랜트의 디지털 기반 폐기물 솔루션 ‘웨이블(WAYBLE)’은 CTA로부터 스마트시티 분야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하며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웨이블은 AI∙DT 기술을 기반으로 폐기물의 배출, 운송, 그리고 재활용 등의 최종적 처리까지 전 생애주기를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데이터화하는 솔루션으로, 전 세계가 처한 폐기물이라는 환경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전 세계 첨단 기술이 집결하는 CES는 가히 ‘곧 우리 앞에 다가올 가장 확실한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번 ‘CES 2023’을 통해 본 그 확실한 미래란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의 시대’ 그 자체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도 AI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연결되며, 그 모든 기술이 인류의 안녕을 향하는 시대. ‘CES 2023’에서 펼쳐진 퍽 멋진 이 시대적 흐름이 얼마나 우리 현실에 가시화될 수 있을지 기대를 해 본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