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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배터리, 그 다음은? 폐배터리 재활용, 환경+경제를 한번에 잡다!

전기자동차와 전자제품 시장이 커질수록 ‘폐배터리’ 처리 문제는 시급해진다. 배터리의 순환경제를 위한 두 가지 해답, 재사용(Reuse)+재활용(Recycling) 기술을 살펴보자!

리튬 배터리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등 현대 다수의 전자제품에 쓰이는 배터리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주위를 둘러보자. 언제부턴가 전자제품 대부분이 ‘충전식’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대량의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전기자동차의 등장으로 배터리 사용률은 가히 ‘폭증’이란 단어가 잘 어울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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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세상 이면에 존재하는 ‘폐배터리’ 처리 문제

세상이 이처럼 급변한 까닭은 아무래도 배터리의 성능 향상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에 비해 월등히 발전된 ‘*리튬 배터리’가 등장하면서라고 해석하는 편이 좋다. 리튬 배터리가 실용화된 지는 이미 30여 년이 지났지만, 크기 대비 용량이 압도적인 리튬 배터리의 우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리튬 배터리의 주목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문제도 야기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양의 배터리 쓰레기, 이른바 ‘폐배터리’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리튬(Lithium): 가장 가볍고 밀도가 낮은 금속성 원소. 1990년대 휴대용 전자기기의 증가에 따라 배터리의 경량화가 요구되며 리튬 배터리가 확대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구성 방식.

리튬 배터리는 최대 500회 정도 충전 및 방전을 할 수 있는데, 그러고 나면 용량이 크게 줄어들어 상품 가치를 잃는다.(2020, ASUS 배터리 정보 센터) 전기자동차의 경우에는 배터리 용량이 곧 주행거리와 직결되므로 전체 용량의 20%만 줄어들어도 배터리를 교체하곤 한다. 주행거리나 충·방전 횟수에 따라 다르지만, 그 주기는 보통 5~10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전기자동차의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독일 자동차회사 BMW가 개발한 전기자동차 ‘i3’를 예로 들어보자. 전기자동차에는 커다란 셀(단품 배터리)이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가 들어가는데, 이 차에는 총 96개의 셀이 들어간다. 셀을 12개씩 묶어 ‘모듈’이라는 단위를 만들고, 모듈 8개를 다시 모아 ‘배터리 팩’을 만드는데, 이 배터리 팩 하나의 무게만 580㎏에 달한다. 그리고 이런 전기자동차는 매년 수백만 대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23년 기준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전 세계 전기자동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폐차 대수는 4천277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며, 이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은 용량 기준으로 3천339GWh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폐차대수 및 폐배터리 발생량 전망. (출처: SNE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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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였던 폐배터리가 자원이 되는 방법

그 엄청난 양도 양이지만, 폐배터리는 제대로 된 처리 과정을 거치지 못할 경우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폐배터리가 환경에 그대로 혹은 부적절하게 방치되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중금속들이 땅과 물, 공기를 오염시키고, 그 영향은 곧 생태계와 인류에도 뻗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폐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다 쓴 배터리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Reuse)하는 기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사실 폐배터리는 전혀 쓸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충전용량이 60~80% 정도 줄어들었을 뿐인 경우가 많다. 즉, 버리는 배터리 중 상태가 좋은 것을 골라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등에 재사용하자는 것이다.

반면, 재활용(Recycling) 기술은 폐배터리 속에 들어 있는 자원들을 회수해 다시 폐배터리 등의 소재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폐배터리는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마그네슘, 구리, 인산, 철, 망간 등 오늘날 전 세계가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희소금속들이 다수 포함되어 가장 가치 있는 *도시광산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

*도시광산: 금속자원이 제품 또는 폐기물의 형태로 일상 생활 속에 소량으로 널리 분포된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용어.

폐배터리 습식 재활용 방법.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습식과 건식이 있다. 습식 과정에서는 우선 폐배터리를 잘게 부순 가루인 ‘블랙파우더’를 만드는 과정을 거친 후, 화학작용을 통해 리튬을 먼저 뽑아내고, 불순물을 제거해 흑연을 뽑아낸다. 여러 차례 정제를 더 거치면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해낼 수 있다. 습식 재활용은 버리는 것이 거의 없는 방법이지만, 재활용 공정이 길고 복잡하며 염산 등 화학 용액을 많이 쓰는 만큼 오∙폐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도화된 수처리 기술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폐배터리 건식 재활용 방법.

반대로 건식 과정은 블랙파우더를 만들 필요가 없다. 폐배터리를 그대로 용광로에 녹인 다음, 틀에 붓고 식혀 하나의 합금 덩어리로 만든 후 제련을 통해 니켈, 코발트, 구리, 철 등의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건식의 장점은 복잡하지 않고 빠른 것이다. 하지만, 합금 덩어리가 아닌 금속 찌꺼기(슬래그)나 분진에 섞여 있는 리튬, 마그네슘 등의 자원들을 회수해야 한다면 습식 공정을 다시 적용해야 한다. 즉, 쉽고 간편하게 일부 자원을 회수하려면 건식, 다소 힘들지만 다양한 자원을 모두 회수하려면 습식을 선택할 수 있다.

각국은 이미 정책적으로 리사이클링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수거 및 재처리율을 5%에서 90%로 증대시키기 위해 2050만 달러의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했으며, 유럽연합(EU)은 2024년부터 배터리를 만들 때 일정한 비율 이상의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기업 규제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6월 자원순환법을 개정, 폐배터리 거점수거센터를 총 171억 원을 투자하여 전국 4개 권역에 설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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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용 후, 그 다음을 준비할 시점

SK에코플랜트가 아파트 건설현장에 설치된 ESS 연계 전력공급시설.

이러한 사회의 상황을 반영하듯 폐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산하 배터리 업체 ‘SK온’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건설현장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했다.

또한, SK에코플랜트는 E-Waste(전기∙전자 폐기물) 전문 기업 TES 인수를 시작으로,  2022년 8월에는 미국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와 주식매매계약을, 9월에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인 ‘CNGR’과 ‘배터리 순환경제를 위한 재활용 및 소재 공급 협력’을 위한 협약(Collaboration Agreement)을 잇따라 체결하며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로부터 회수한 희소금속 등을 배터리 제조에 다시 투입하는 ‘완결적 순환체계(Closed Loop)’를 완성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화 사업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우선 ‘배터리 사용 이력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생산된 배터리에 라벨을 붙여, 수거와 재활용을 수월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폐배터리 수거 시스템 도입, 수거 폐배터리의 안전한 보관 및 운송 시스템도 필요하다. 나라마다 실정에 맞게 이 같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폐배터리의 발생량 증가는 이미 피할 수 없다. 지금은 이 위기를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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