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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슬기롭게 ‘적응’하기

모든 변화에는 적응이 필요하다. 인간에 의해 발생한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년 전 때아닌 코로나로 우리 모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겪었다. 코로나를 막기 위해 도시 전체 폐쇄를 감행하는 나라가 있을 정도였다. 온 거리가 조용했고, 거리에 나온 사람들조차 최소한의 식량만 구비한 채 쏜살같이 집으로 향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출근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지지 않았는가. 이제는 더 이상 기침하는 사람들을 째려보거나 피하지도 않는다. 트라우마는 남아있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코로나에 적응했고, 일상을 공유하는 단계로까지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이제 평탄 대로라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때론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고도 불린다. 기후변화는 사실 코로나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오랜 기간 우리를 위협해 온 현상이지만, 인류의 적응력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홍수와 가뭄이 이어지고, 식물과 동물이 말라 죽는 이 위기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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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이제 걷잡을 수 없다!

*IPCC가 2021년 발간한 제6차 평가 보고서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를 살펴보면, 1850~1900년 대비 2011~2020년의 지구 표면온도는 1.09℃ 더 높아졌으며, 동시다발적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나 폭풍 해일은 물론, 이러한 이상기후의 원인이 되는 기상 악조건(고온, 건조, 강한 바람 등)들의 발생 확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전세계의 저명한 기후변화, 감축, 적응 분야 연구자들이 모인 협의체로, 기후변화가 인류의 경제와 사회 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를 제공한다.

우리는 2021-2040년 기온 상승이 1.5℃를 넘어서는 시점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IPCC AR6 WG1, 2021)

또한, IPCC는 2040년 내에 2100년 전 지구 기온상승 제한 목표인 1.5℃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였으며, 그로 인해 생태계와 인류에게 미치는 위험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위험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IPCC는 취약성(부정적 영향을 받기 쉬운 성질), 노출성(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장소 및 여건), 사회경제적 발전 수준, 변화에 대한 적응 등 그 시기 처해진 상태에 따라 위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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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기후변화와 함께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이것!

피할 수 없다면 적응하라 (출처: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유튜브 채널)

그렇다면 다가올 기후변화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흡수하는 ‘완화(Mitigation)’, 그리고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적응(Adaptation)’. 

적응은 ‘기후변화의 피해를 줄이거나, 기후변화를 기회로 활용해 현재 발생 혹은 향후 예상되는 기후 및 그 영향에 대한 조정 과정’으로 정의된다.

출처: 국토환경정부센터  

기후변화 적응은 완화 방안에서 흔히 보이는 일회성 계획과 이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상 분석과 계획, 이행 후 모니터링 및 성과 평가가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1)에서는 모든 국가가 국가적응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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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

인간과 생태계, 기후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기후위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후 탄력적 개발 (출처: IPCC AR6 WG2)

하지만, 성공적인 기후위기의 대응을 위해서는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적응과 완화가 복합적으로 적용된 ‘기후 탄력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방식을 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 탄력적 개발이란,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개선하면서도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개발 경로’를 말한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문제는 인간과 생태계, 기후 시스템 등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어 정부, 지자체,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협치가 있을 때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고로, 기후 탄력적 개발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ls, SDGs)에 부합하는 계획, 그리고 국가별 특성에 맞는 생태계 책임 관리를 통해 수행될 수 있다. 기후 탄력적 개발은 기후위기를 맞이한 현시점에서 모두가 갖춰야 할 책임이자 의무로, 이를 위해서는 법·제도·정책 마련, 인식 개선, 이행 모니터링 및 평가뿐 아니라, 효율적인 적응 정책 추진을 위한 과학적 근거자료 마련 등의 조치 역시 강화되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ls, SDGs): 2015년 9월 UN에서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달성하기로 한 인류 공동의 목표. 전 세계 빈곤을 종식시키고 지구를 보호하며, 2030년까지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을 바탕으로 한 탄소중립 기본법. (출처: 환경부)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3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중법)’ 시행으로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이 강조된 개발 기반을 구체화하였는데, 사실 이보다 훨씬 이전인 2008년 기후변화적응 종합계획을 시작으로, 2010년 제1차 국가기후변화 적응 대책, 그리고 현재 3차 국가기후변화 적응 대책(2021~2025)까지 그 밑그림은 오래전부터 그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3차 적응 대책에서는 매년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적응 기반을 포함한 정책 추진과 함께, 6대 부문(물관리, 생태계, 국토 연안, 건강, 농수산, 산업 에너지)에 대한 이행 여부를 매년 점검하며 기후 탄력적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인지도와 중요성은 완화 방식과 비교해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PCC는 제6차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후 탄력적 개발은 현재 지구온난화 수준에서 이미 도전적이며, 지구온난화의 평균온도가 1.5℃를 초과할 경우 그 실현 가능성은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불타오르고 있다. 인류의 반복적인 실수와 안일함은 전 세계로 그 영향을 퍼뜨린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길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법안과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앞서 기후적응이라는 개념이 먼저, 모두에게 단단히 뿌리내려야만 한다. 기후위기를 대하는 마음이 갈등 없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기후적응을 통해 미래를 정돈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지영 센터장은 고려대학교 원예과학과에서 학사(2000년)을 마친 후, 서울대학교 생태조경학과 조경학 석사(2002년), 협동과정 조경학 공학박사(2010년)를 취득했다. 경기연구원을 거쳐 2006년 한국환경연구원(당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입사하여 2009년 7월부터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당시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에서 적응정책 수립 절차 및 방법 등의 적응제도, 적응 주류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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