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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산업의 미래, 배터리 재활용에 달렸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또 다른 시대로의 문을 두드리다.

130여 년의 자동차 역사는 언제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이는 최근 전기차 관련 시장의 변화만 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온실가스 등의 환경오염 이슈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으로 전기차가 떠올랐고, 전기차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존의 내연기관차에 대한 신기술 개발 소식은 관심 밖으로 내몰렸다. 그렇게 전기차의 보급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내연기관차 관련 각 분야는 경착륙(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일)을 호소할 정도가 됐다.

 

내연기관차라는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상황 속에서, 전기차 관련 산업의 전망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또다른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실과 바늘처럼 따라붙는 충전 인프라와 함께, 무엇보다 전기차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안정적 보급과 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이 함께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의 미래’는 ‘배터리의 미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글로벌 전기차 제작사들이 개발과 생산을 위해 배터리 회사와의 합작 공장을 우선으로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수 사항이 있다. 전기차가 그 존재의 당위성을 잃지 않으려면,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에 있어서도 환경과 재활용 기술 개발이 염두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승자는 배터리 싸움으로 결정된다!

고가의 원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단순 폐기보다는 재사용하거나 분해 후 재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배터리는 원자재 채굴, 가공 등 생산주기가 친환경으로 전환되었을 때 가장 큰 효율과 이득을 본다. 더욱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등 각종 국제적인 문제가 부각되면서 심각한 배터리 원자재 부족 및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미·중 경제 갈등이나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등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되면서 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이제 우리는 뻔하더라도 배터리라는 해답을 향해 노를 저어야 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이른바 ‘도시 광산산업’이라는 명칭 하에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의 물자화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은, 대체재가 없는 우리에겐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다른 전기차 생산 국가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 때문에 현재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 악조건 속 우리나라

먼저, 중국은 자국의 높은 전기차 수요를 중심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빠르게 문을 두드렸다. 더욱이 배터리 원자재 생산의 제1 국가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향후 수급 불안과 원산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리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리튬 수입 비중은 지난해 59%에서 올해 64%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국 칠레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비중이다.

높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로 무장한 중국산 전기차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선진 국가로 진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미국의 거센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원인을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독점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을 해야 보조금을 주는 당장의 문제도 크지만, 내년부터는 그 기준이 더욱 엄격해질 예정이다.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의 원자재 비율을 40%로 의무화하는 것에서 시작해, 매년 그 비율을 10%씩 상향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국산 전기차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 비중이 적게는 60%에서 최대 90%를 웃돌기 때문에 당장 미국에서 판매하는 국산 전기차의 보조금이 삭감될 예정이고, 이에 한·미 간의 갈등으로까지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 의존도를 낮출 방법, 배터리 재활용

유럽연합이 채택한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은 전세계 폐배터리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법으로 앞서 언급했던 폐배터리 재활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 더해 유럽연합에서도 오는 2030년부터 배터리 원자재인 코발트 12%, 니켈 4%, 리튬 4%를 재활용 원료로 의무 사용하라는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EU Battery Regulation)’을 채택하며 폐배터리 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는 배터리 재활용 관련 법이나 인증 등 기준이 설익어서 실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선진국에게 시간과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졌다. 그렇다면, 시간의 문제를 넘어 더욱더 많은 에너지와 움직임을 쏟아야 할 때다. 기업보다 느린 규정으로 인하여 국내 사업 확장에 차질이 생긴다면, 정부의 문제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선진국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의 중간 과정 원료인 ‘블랙 매스(가루 형태의 중간 가공품)’ 또는 ‘블랙 파우더(리튬, 망간, 니켈 등이 포함된 검은색 덩어리)’를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본격 등장할 만큼, 배터리 재활용 재료 역시 전략 물자화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에 반드시 필요한 습식 *전처리와 **후처리 공정도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기술적인 영역도 더욱 세밀하게 다듬고 첨단화해야 할 필요성이 두각되고 있다.

*습식 전처리: 폐배터리를 물리적으로 분류 후 열처리와 파쇄 단계를 거쳐 BP(Black Power)를 생산하는 공정.
**습식 후처리: 고농도 산성 용액 및 환원제를 사용해 BP(Black Power)에서 유가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향후 5~10년 사이에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밝은 전망이 보장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산업이다. 또한 국가 경제를 이끌 미래 먹거리이며,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개발·생산 등을 기(旣)선점하고 있는 우리가 확실하게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핵심 산업은 바로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다. 잠재적 위기를 줄일 수 있는 기준 마련과 재활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필수 교수는 <바퀴달린 것에 투자하라>, <미래의 자동차 융합이 좌우한다>, <친환경 운전 실천하기> 등 50여권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현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미래전기차산업기술연구조합의 회장을 겸임하며, 1996년부터 현재까지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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