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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탄소 없는 섬, 제주의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지자체, 제주.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제주의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21년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 이처럼 국가 차원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공표하기 무려 10년 전인 2012년, 탄소중립이라는 단어조차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카본프리(Carbon Free)’를 선언한 지자체가 있었다. 바로 제주이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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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탄소중립의 첫 발을 내딛은 제주

당시 제주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 관련 최적의 테스트 베드로써 적절한 공간적 규모와 유리한 지리적·기후적 여건 등을 기반으로 풍력발전, 바이오 디젤, 스마트 그리드(기존 전력망에 정보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전력망), 전기차 등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2006년 특별자치도로 승격되어 자치입법권 및 자치재정권 등을 부여 받아 제도적 개선이 용이하다는 점,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생물권보전지역(2002)·세계자연유산(2007)·세계지질공원(2010)) 달성으로 제주 천혜의 자연생태를 보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점 등 복합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2012년 5월 ‘Carbon Free Island Jeju by 2030(이하 CFI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초기 발표된 CFI 2030에서는 2030년까지 제주에서 소비하는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고 모든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다.(이는 지난해 9월 제정된「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 정의한 *탄소중립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CFI 2030은 이후 2016년, 2019년 두 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 1)도내 전력수요 100%에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 2)37.7만 대 친환경차 도입, 3)최종 *에너지 원단위 0.071TOE/백만 원 실현, 4)에너지 융복합 신사업 선도라는 4대 정책목표를 확정했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19).

*탄소중립: 온실가스의 배출량만큼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에너지 원단위(Energy basic unit): GDP 100만 원(혹은 1,000달러)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원단위는 0.084TOE로, 낮을수록 해당 지역의 에너지 소비가 높음을 뜻한다.

한국 평균을 뛰어넘어 세계적 수준의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가진 제주. (출처: 기후솔루션, 사단법인 넥스트)

지난 10년간 노력한 결과,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약 20%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1등의 자리를 거머쥐고 있다(기후솔루션, 사단법인 넥스트). 2020년 기준 태양광 470MW, 풍력 299MW가 설치되어 있고, 이는 제주 전체 발전 설비 중 약 67%를 차지한다(한국에너지공단, 2020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CFI 2030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전기차 보급량은 경기, 서울을 이어 전국 광역지자체 중 세 번째인 약 3만 대가 등록되어 있다(국토교통부, 2022). 등록 대수로는 3위이지만 인구수 대비로 따지자면 이 역시 1위이고, 전기차 충전기도 2만여 대가 설치되어 있어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충전기 대수/전기차 대수)도 1위이다. 타 광역지자체 평균이 인구 153명당 전기차 1대인 반면, 제주의 경우 인구 22명당 1대가 보급된 점은 지난 10년간 제주에서 전기차 보급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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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부딪친 제주, 문제는 넘치는 전기?

제주도에 설치된 태양광 및 풍력 발전기의 발전량이 수용 한계를 초과하면서 출력제어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주는 여러 성장통을 겪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문제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curtailment)이다. 출력제어란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야 하는 전력계통의 특성상, 전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될 경우 계통 안정을 위해 발전설비의 출력을 삭감하는 조치를 뜻한다. 제주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횟수는 2015년 3회에서 2020년 77회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제어량 또한 이에 따라 급증하는 추세이다. 이는 당초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낭비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이지만, 출력제어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지 않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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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선택한 탄소중립의 새로운 길!

사실 공급과잉을 해결하는 데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라는 방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를 끌어올리거나 공급을 줄이는 두 가지 방식 안에서 여러 대안들을 택할 수 있는데, 출력제어는 공급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잉여전기를 전기 그대로 저장하거나(ESS, Energy Storage System) 열(P2H, Power-to-Heat)이나 수소(P2G, Power-to-Gas)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Sector-coupling)할 수도 있고, 수요자원을 통해 해당 시간대의 수요를 끌어올리는(Plus DR) 방법도 있다. 최근 사단법인 넥스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다양한 혁신기술들을 최적으로 조합할 경우 현재와 동일한 시스템을 유지할 때보다 총 소요비용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제주는 일찍이 이러한 분산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하여 올 4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제주형 분산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기본계획에 따라 향후 대규모 ESS 구축, Sector-coupling 기술 활성화 등에 힘쓸 예정이다. 이미 제주에서는 다양한 대안기술들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증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연계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제주시 구좌읍)과 업무용 차량 V2B(Vehicle-to-Building) 실증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Sector-coupling: 가변성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 저장하고 발전, 난방 및 수송 부분을 연결하는 시스템.

친환경 에너지원 ‘그린수소’…국내 첫 상용화 도전 (출처: KBS News 제주 유튜브 채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언제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따르게 마련이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을 향한 길을 가장 앞장서서 걷고 있는 지자체로, 혁신기술의 도입과 제도 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 제주의 CFI 2030 계획을 둘러싼 여러 논의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선례가 없기 때문에 실행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맞닥뜨리겠지만, CFI 20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야 하는 길이기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시행착오에 대해 단순히 책임소재를 가려 관계자를 문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교훈들을 통해 어떻게 하면 제주의 성공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제주에서의 모든 시행착오들이 우리나라 전체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은성 부대표는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개선 방안,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경매시장 모델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비영리 에너지·환경정책 씽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에서는 최고운영책임자로서 넥스트의 인사 및 재무와 관련된 내부 의사결정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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