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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로 평생 공짜 전기를 얻는다고?

오염 물질 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법, 염분차 발전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발전소는 발전기를 돌려서 전력을 일으키는 곳으로, 무엇을 동력으로 쓰는가에 따라서 수력·화력·원자력·풍력·지열·조력 발전소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 대부분의 발전소에는 공통된 단점이 있다.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석탄은 온실가스(CO₂)와 미세 먼지를 발생시키고, 천연가스는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다. 천연가스는 그 자체(CH₄)로 엄청난 온실가스라서 개발과 활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은 상대적으로 대기 오염 우려가 적지만, 길게는 수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햇빛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 바람의 힘을 전기로 바꾸는 풍력 발전, 조수 간만의 힘을 이용하는 조력 발전, 파도가 칠 때 생기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파력 발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발전 단가가 비싸기도 하고, 무엇보다 24시간 끊임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태양광 발전은 해가 지거나 구름이 자욱하면 전기를 만들지 못하고, 풍력발전은 바람이 멈출 때 전기 생산도 중단된다. 그런데 전기를 24시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큰 단점일까? 어쨌든 전기가 나오긴 하니 생산한 만큼만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전기 발전, 24시간 가동 꼭 지켜!

발전소가 24시간 끊임없이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려면 먼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 발전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건전지 같은 ‘직류 전기’가 아니라 ‘교류 전기’ 방식이다. 교류 전기는 파도처럼 흐름을 타고 움직인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발전소에서 가정으로 전기를 보낼 때 220V의 전압을 초당 60번의 리듬(60Hz의 주파수)에 맞춰 실어 보낸다.

전기는 어떤 이유에서든 공급량이 부족해지면 전체 전력량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주파수를 떨어트린다. 모든 전자제품에는 ‘최저 작동 전압’이나 ‘최저 작동 주파수’가 적용돼 있는데, 이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 전압과 주파수가 가정에 들어오면 어떤 장치에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사고가 우리 집만이 아니라 전력망 전체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지역 전체의 전기가 단절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여기에 전력망을 관리하는 시스템마저 가동이 중단된다면 결국 전력망 전체가 멈춰버린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블랙아웃’이라고 부른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발전 시스템을 믿고 사회 전력망을 구성하면, 언제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맞이하게 될지 모를 불안에 떨게 된다. 화력이나 가스터빈, 원자력 등의 발전 방식은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는 전력망 해결 방안 중 하나로 꼽히지만, 현재까지는 성능과 규모 면에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력망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를 저장하는 거대한 배터리, 이른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Electric Power Storage System)’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문제는 ESS 시스템의 성능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현재 기술로는 큰 빌딩 하나의 전력 시스템을 태양광 혹은 풍력발전 장치로 충당하려면 건물 크기와 거의 비슷한 ESS 장치를 설치해야만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보다 수십, 수백 배는 더 넓은 땅에 태양광 및 풍력발전 시스템을 가득 메워야 한다. 때문에 이런 형태의 시스템으로 전력망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로선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온종일 풀 가동하는 신개념 에너지를 찾아서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끊임없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가 노력한 결과, 몇 가지 기술이 후보에 올라 있다.

 

첫 번째는 ‘지열(地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리 지구는 땅을 깊이 파고들어 갈수록 점점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 열을 모아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지열발전은 시간이나 날씨와 같은 환경 인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초의 지열발전은 1904년 이탈리아 라데렐로(Laderello)에서 시작됐는데, 뒤이어 미국, 뉴질랜드, 멕시코, 일본 등이 지열발전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이미 그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열 발전 시스템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되기도 했다. 사실상 이미 실용화된 무한 청정에너지 중 하나로 봐도 무리가 없다.

지열발전은 개발 지역이 한정적이고 안정성이 낮다는 점에서 발전 비중이 낮은 편이다.

문제는 발전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지열발전에는 물이 끓을 수 있는 섭씨 100℃ 정도의 온도가 필요한데, 지하 온도는 보통 100m씩 내려갈 때마다 평균 3~4℃씩 올라간다. 즉 지열발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수 ㎞ 이상 깊이로 땅을 뚫고 내려가는 대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지반 안전성 등의 문제로 이런 공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지열발전이 화산 지역에 밀집해 있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땅을 조금만 파고 내려가도 높은 지열로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

 

안전성 면에서도 지열발전은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 지열발전 관련 공사가 지진을 유발했다는 보고도 있다. 일례로 2017년 11월 일어난 포항 지진(규모 5.4) 역시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촉발된 것으로 발표됐다. 지열발전을 위해 뚫은 구멍에 주입한 고압의 물이 팽창하면서 지진의 원인이 된 것이다.

365일, 24시간 지열 발전이 가능한 염분차 발전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지열발전의 단점을 보완하고 상대적으로 지열이 낮은 곳에서도 개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최근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바닷물과 민물의 소금물 농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염분차 발전(Salinity Gradient Power)’이 그것이다. 염분차 발전소는 근처에 대량의 소금물이 있어야 하므로 당연히 바닷가에 건설된다. 강과 바다가 인접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대부분 지열발전을 시도하기 까다로운 지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매력이 있다.

짜디짠 소금물이 무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을까?

소금물로 어떻게 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넓은 그릇 한 가운데를 ‘반투과성 분리막(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 막)’으로 절반씩 나눈 다음, 한쪽에는 소금물, 한쪽에는 맑은 물(민물)을 부으면 잠시 후 소금물 쪽 물의 높이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양쪽의 소금물 농도가 같아질 때까지 유지되는 자연 현상이다. 이를 ‘삼투압’이라고 하는데, 염분차 발전도 같은 원리를 활용한다.

 

이 삼투압 현상을 극대화하는 형태의 탱크를 개발한 다음, 삼투압에 의해 흘러 들어가는 민물의 압력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밖에 ‘전기투석’ 방식도 있다. 소금물과 민물 사이의 이온을 조정해 두 장의 전극 사이에 생기는 전류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물 배터리’로 만들어서 전기를 얻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염분차 발전 방식 (상단) 삼투압 방식, (하단) 전기투석 방식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효율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염분차 발전 방식의 가능성은 예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왔지만 ‘현실적으로 언제 대용량 발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꽤 오랫동안 답을 해오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염분차 발전 기술이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효율 분리막 개발을 통해 삼투압 방식의 염분차 발전 효율을 높이는가 하면, 바닷가 연안 폐수 처리장에서 발전과 폐수 처리를 동시에 진행해 효율을 높이는 방식 등이 발표되기도 했다.

국내 신기술로 들여다본 염분차 발전의 전망

국내 연구진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은 제주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에서 염분차 발전을 연구•개발하고 있는데, 2020년 ‘배터리식’ 염분차 발전에 적용할 새로운 촉매 기술을 공개했다. 배터리식 염분차 발전은 화학반응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촉매를 사용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값이 비싼 ‘백금’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백금 대신 이황화몰리브덴을 사용함으로써 염분차 발전 비용을 기존보다 30배 낮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바닷물-민물 농도차 이용 전기 생산… 미래 에너지로 주목 (자료 출처: YTN 사이언스 유튜브 채널)

염분차 발전은 신재생에너지가 숙명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을 해소한 유력한 미래 에너지원 중 하나다.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 등의 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온종일, 1년 내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더구나 바닷물과 민물을 구할 수 있는 곳, 즉 강과 바다가 가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 50㎾(킬로와트)급 염분차 발전기가 운용되고 있는데, 사실 이 정도 규모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상징성 이외의 의미는 찾기 어렵다. 실제 가정에 전력을 공급해 사용하려면 최소 ㎿(메가와트)급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연 연구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3년 내 200㎾급 발전 시설을 만들어 시험 가동할 수 있으며,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년 이내에 실제 가정에 공급할 수 있는 ㎿급 염분차 발전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닷물로 만든 전기가 가정에 보급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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