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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디세이! 우주에 발전소를 짓는다고?

무공해 발전기술의 꿈을 실현할 우주 태양광 발전소 연구개발에 대해 알아보자.

전기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에너지원(발전소)에서부터 전기소비처까지 전선케이블을 길게 연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효과적이지만 설치환경의 제약성, 비용의 경제성, 환경영향 등의 문제로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아무리 깔끔한 사람이라도 책상 뒤편이 각종 전자기기의 전원 케이블이 어지럽게 꼬여 있지 않은 사람이 드문 것처럼. 같은 이유로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먼 곳으로 이동하려면 고압전선 케이블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대규모의 송배전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기술은 없는 것일까. 근래 획기적인 방법으로 연구·상용화되고 있는 첨단기술이 있다. 이 방법을 우리는 ‘무선전력전송’ 기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방법을 고도로 발전시킬 경우 미래 에너지 문제 해결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무선으로 전기를 전송하는 3가지 방법

‘무선전력전송’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때 사용하는 ‘무선충전’이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명확히 알기가 어렵기 때문일 터.

무선전력전송의 종류의 특징

무선으로 전기를 보내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자기유도(MI)’ 방식이다. 이 방법은 중학교 과학 수업시간에도 배운다. 둘둘 감은 코일에 교류 전기를 흘려주면, 신기하게도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코일에 전기가 흐르던 그 실험이 바로 이것이다. 주방용 인덕션레인지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자기유도 방식은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사이에 본격적으로 개발된 무선 충전 방식으로, 기술 성숙도가 높아 현재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무선충전 방식은 대부분 이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단말기가 정확한 위치에 놓여야만 충전이 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한 전송 거리가 고작 몇 ㎜정도, 길어도 수 ㎝ 정도로 매우 짧다. 사실상 송수신 코일이 거의 맞닿아 있어야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알려진 방법이 ‘자기공진(MR)’ 방식이다. 다시 한번 어릴 적 과학시간을 떠올려보면, 소리굽쇠를 때려 가만히 가져다 댔을 때, 옆에 있는 다른 소리굽쇠도 소리를 내는 실험을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공진’이라고 하는데, 이 원리를 전기를 충전하는 데 응용한 것이다. 자기공진 방식은 몇 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도 전기를 보낼 수 있어, 달리는 열차나 자동차에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 등으로 개발된 바 있다. 현재는 가정용 가전제품 충전기술로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성공하기만 하면 지긋지긋한 가전 제품의 전선을 모두 없앨 수 있다. 방에 들고 들어가기만 하면 저절로 충전이 되는 스마트폰도 만들 수 있다. 흔히 이런 방법을 ‘*와이파워(Wi-Power)’ 방식이라고 부른다.

 

마지막 방법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방법이다. 일단 만든 전기를 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로 변환한 다음 먼 곳까지 쏘아 보내고, 이 전파를 수신한 곳에서 다시 전기로 바꾸어 사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짧게는 수 ㎞에서 길게는 수만 ㎞ 이상 떨어진 곳까지도 전기를 보낼 수 있다. 이론상 무선 방식으로 가장 먼 곳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와이파워(Wi-Power): 일정한 공간 안에서는 전선이 없어도 충전할 수 있는 기술

우주에서 만든 전기, 지상에서 사용한다!

‘마이크로파’라고 하면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는 전파와 같은 것이다. 직진성이 매우 강하고, 에너지가 아주 높아 먼 곳까지 전기를 주고받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단점은 전력효율(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편으로, 최대 50%를 넘기 어렵다. 본래는 1950~1960년대 전기 비행기에 지속해서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는데, 무인 헬리콥터 등으로 실험이 진행된 바 있으나 현재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 더는 쓰이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파를 수신하는 비행기에 사람이 타고 있다는 말은, 전자레인지 속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말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무선전력전송은 가정용 전력전송 등의 목적으로도 연구된 바 있으나 이 역시 전력효율이 문제가 됐다. 이처럼 마이크로파를 통한 무선전력전송 방식으로 지상에서 생산한 전기를 다른 곳으로 보낼 때는 낭비가 너무 커서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이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면한 인류 에너지 문제 해결의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한 다음, 지상에서 그 전기를 수신받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즉 우주에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달린 인공위성을 띄운 다음, 그 인공위성에서 전기를 생산해 마이크로파로 바꾸어 지상으로 쏘아 보내자는 아이디어다.

일본의 우주 태양광발전 구상도(자료 출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 발전은 지상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우주에서 하려고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발전효율 자체가 지상에 비해 엄청나게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먼저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게 되면 대기가스, 구름, 먼지, 기상현상 같은 햇빛을 차단하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강렬한 태양빛을 받을 수 있다. 궤도에서의 태양 빛의 강도는 지구표면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강도의 144%에 달한다. 더구나 이 인공위성은 궤도를 도는 시간의 99% 이상 동안 빛을 쬘 수 있고, 오직 춘분날과 추분날에 각각 72분씩만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다.

 

즉, 궤도 위에 있는 인공위성은 계속해서 높은 태양에너지에 노출될 수 있는 것. 지구표면에서는 하루 평균 29%의 태양에너지밖에 모으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차이다. 이런 모든 점을 비교하면 우주에서 얻는 태양에너지는 지상의 최소 10배 이상이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만약 무선전력전송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절반 정도 일어난다고 해도 지상에서 발전을 하는 것에 비하면 5배 이상 효율이 높다는 뜻이 된다. 여기 더해 전력생산에 필요한 공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우주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신받으려면 약 7~13km 넓이의 커다란 안테나만 있으면 된다.

 

이 말은 즉 인공위성을 우주에 한 번 띄우기만 하면 일체의 환경오염 없이 무한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완전한 무공해 발전기술을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24시간 발전이 가능하므로, 지상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과 달리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필요 없고 날씨와 관계없이 전기를 생산ㆍ공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지구상에서 고안된 신재생에너지 기술 가운데 인류가 필요한 전력 총량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숙제 많지만, 에너지 문제 해결의 한 축으로 기대

물론 우주 태양광 발전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데, 띄울 수 있는 인공위성의 숫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적도 지상에서 3만6,000㎞ 높이의 상공에 있는 ‘정지궤도위성’ 궤도에 건설하는 것이 최선이다. 워낙 높은 곳에 있어 지구의 그림자가 태양광 발전을 방해하는 시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지상에서 볼 때 항상 같은 위치에 떠 있기 때문. 문제는 이런 정지궤도위성 궤도에 띄울 수 있는 위성의 숫자가 350개 정도로 제한적이며, 이미 군사용, 통신용 위성 등이 300개 이상 운영 중이라는 점이다.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많이 세우고 싶어도 그 숫자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우주에서 지상으로 전력을 송신하는 효율을 한층 더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마이크로파 전력전송 방식의 최대 단점은 전력전송 효율이 떨어지는 것인데,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해, 우주 태양광 발전소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자는 것이다. 숫자가 제한적인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조치인 셈이다. 전파의 파장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 송신기나 수신기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 등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파를 사용하지 않고 그보다도 효율이 훨씬 더 뛰어난 ‘레이저’를 전력전송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기술은 본래 달에 우주기지를 만들 경우, 지구에서 전기를 보내줄 생각을 하면서 제안됐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으로 보여 연구가 중단됐으나 지속해서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우주 태양광 발전의 경우는 실용성이 있을 거라는 의견이다.

24시간 발전 가능한 고효율의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 태양광 발전소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우주 태양광 발전소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국은 2022년 5월 우주 태양광 발전소 연구 개발을 위해 우주항공업체 에어버스, 캠브리지대, 위성제조업체 SSTL 등 50여개 기업ㆍ연구조직들이 참여하는 ‘영국 스페이스 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연구 개발에 들어갔다. 목표는 앞으로 20여년 정도다. 2030~2040년대 사이에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실제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우주 강국들도 모두 이 방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일본은 2030년까지 1GW급 태양광 발전 위성을 우주에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와 맞먹는 발전용량이다. 중국도 최근 우주 태양광 발전소 구축을 위해 대형 로켓 ‘창정9호’를 개발했으며, 2030년대 이후 GW급 대형 우주 발전소를 운영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건설과정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규모 이상의 발전효율을 얻으려면 초대형 태양광 발전 모듈을 우주로 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우주 발사체가 약 300번 정도 화물을 실어 날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기들을 경량화하고, 보다 효율적인 조립 방식 등을 고안하여 비용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발전 단가를 조정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인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매력적인 해결방법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우주 연구기관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만큼 분명 십수 년 이내에 긍정적인 연구성과가 전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기술이 하나둘씩 실용화되어 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지금의 편리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더 깨끗하고 더 자연 친화적인 모습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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