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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이 HIP해져서 돌아오다!

단순한 재생을 넘어 옛 것의 의미와 새로운 가치가 공존하는 재탄생을 이룬 문화공간들을 함께 둘러보자.

업사이클링(Upcycling, 새활용)은 쓸모 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쓰임을 다해 폐쇄된 건물과 시설 등을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재생하는 ‘공간 업사이클링’이 주요 건축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단순히 기존 건축물과 공간의 기능적 활용을 뛰어넘어 그 공간에 깃든 역사를 드러내고 스토리를 부여해 재생 건축의 가치를 높이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이처럼 낡은 시설이나 건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시민과 관광객에게 이로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업사이클링 여행지를 소개한다.

갇혀 있던 석유 탱크에서 열린 문화 공간으로! 문화비축기지

등유를 보관하던 탱크 내부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린 복합문화공간. 공연, 전시, 체험 등이 열리는 곳이다. (이미지 출처: 서울시 문화비축기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 근처 매봉산에 둘러싸인 ‘문화비축기지’는 생태문화공원으로 거듭난 업사이클링 공간이다. 본래 한국 개발기의 대표적인 산업유산이었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친환경, 재생, 문화라는 가치 아래 시민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전시와 공연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구축한 것이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전세계적인 위기였던 1973년 제1차 석유 파동에 대응해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지어진 총 5기의 석유탱크였다. 서울시민이 한 달간 소비할 수 있을 정도의 석유 6,907여 만 리터를 보관했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24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1급 보안시설로 운영됐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2000년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된 이후 10년 남짓 활용되지 못하다가 지난 2013년부터 새 단장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근간이 되어준 석유비축기지의 역사와 특성은 간직한 채 기존의 자원을 재활용하고 재생하는 과정을 거쳐 재탄생한 문화비축기지는 2017년 9월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경유를 저장하던 탱크를 해체해 조성한 공연장. 매봉산 암벽과 탱크를 감싸던 콘크리트 옹벽이 자연스러운 소리의 울림을 이룬다. (이미지 출처: 서울시 문화비축기지)

석유를 보관했던 탱크들은 이제 문화를 담고 창출하며 향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전시와 공연을 선보인다. 비어있던 야외 공간 또한 시민들을 위한 문화마당으로 꾸며졌다. 탱크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들로 카페와 강의실, 회의실, 생태 도서관 등을 지어 커뮤니티 공간으로써의 역할까지 더했다.

 

탱크 인근 부지의 산림을 보존하고 꽃과 나무들을 더해 완성된 공원, 탱크 뒤편으로 이어지는 매봉산 자락의 산책로는 시민들에게 자연 속 휴식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산업화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석유 탱크에서 도심 속 생태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문화비축기지에서 공존하는 과거와 현재, 역사와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지.

Information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
전화번호 : 02-376-8410
웹사이트 : blog.naver.com/culturetank

생동하는 예술 작품으로 채워진 공간 속으로! 빛의 벙커  

입체적인 사다리꼴 모양을 띤 남쪽 입구와 북쪽 출구 위쪽에 여전히 남아 있는 수목이 옛 시절의 모습을 상상케 한다. (이미지 출처: 빛의 벙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 솟아 있는 대수산봉 오름 서쪽에 자리한 ‘빛의 벙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구축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기 위해 1990년 국가 기간 통신 시설로 준공한 비밀 벙커를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빛의 벙커의 전신이었던 비밀 벙커는 철근콘크리트 단층 건물로 요새와 다름없는 구조를 지녔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의 규모로, 벽 두께가 무려 3m에 다다랐다. 여기 더해 지붕은 1.2m 두께의 천장 위에 1m 높이의 공간을 두고 다시 1m를 쌓아 올린 이중 구조를 지었고, 이 육중한 건축물을 콘크리트 기둥 27개가 떠받치고 있는 구조였다. 산의 일부처럼 위장하도록 비밀 벙커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은 데다, 주위에 방호벽과 이중 철조망을 설치해 인근 주민들조자도 그 정체를 알기 힘들었다고 한다.

드넓은 벙커 내부에 투사되는 미디어 아트를 통해 고전 명화의 매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빛의 벙커)

2012년까지 20여 년간 비밀 벙커로 숨겨져 있던 공간은 2013년 민간에 매각된 이후 한동안 공연장과 행사장 등으로 사용되다가, 2018년 11월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 ‘빛의 벙커’로 꾸며졌다. 그리고 새롭게 문을 연 지 3년 만에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관람객들은 외부의 빛과 소리가 차단된 2,975㎡ 넓이의 벙커를 거닐며 주위를 가득 채우는 작품들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다. 빛의 벙커에서는 고전 명화를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 음악, 빛을 동원한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해 선보이는데, 90여 대의 빔 프로젝터가 드넓은 벽면과 바닥에 영상을 투사해 색채와 붓 터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끔 한다. 미디어 아트 작품이 잠시 사라지는 사이 날 것 그대로 보이는 콘크리트 공간을 통해 벙커의 옛 흔적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축구장 절반 정도의 면적을 갖춘 전시장 내부는 메인 전시공간 이외에도 거울로 이뤄진 소규모의 미러룸, 전시 작품을 한 장씩 보여주는 ‘ㄷ 자형’ 갤러리룸 등 여러 공간들로 꾸며져 있어 단조롭지 않다. 더불어 전기·통신·수도·소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며 연중 16℃ 내외의 온도를 유지해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다.

Information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전화 : 1522-2653
웹사이트 : https://www.deslumieres.co.kr

폐 소각장의 옛 정취가 독특한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아트벙커B39을 관람하는 출발점이 되어주는 1층 공간. 과거 쓰레기를 태우고 처리하던 시설들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이미지 출처: 부천아트벙커B39 (재)부천문화재단)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에 2018년 6월 문을 연 복합문화예술공간 ‘부천아트벙커B39’의 옛 정체는 다름 아닌 폐기물 소각장이었다. 1990년대 초반 부천시에 중동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1992년 11월 건설되어, 1995년 5월부터 부천시에서 배출되는 하루 200톤의 쓰레기가 이곳에서 태워졌다. 총 대지면적 12,663㎡, 연면적 8,335㎡, 건축면적 3,417㎡ 규모의 삼정동 폐기물 소각장은 지하 1층과 지상 6층의 소각동,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관리동, 계측실 등과 같은 작은 부속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폐기물 소각장으로 운영 중이던 1997년 삼정동 인근의 주민들이 환경관련 민원을 제기하여 실시한 조사 결과, 삼정동 폐기물 소각장에서 허용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배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반 년 동안 가동을 중단한 끝에 삼정동 폐기물 소각장은 다이옥신 저감과 각종 유해 물질 제거를 위한 집진설비를 증축하고 암모니아 저장실 및 공기 압축실을 신설해 다시 운영되었다. 그러나 2010년 확장된 부천시 대장동 자원순환센터가 폐기물 소각장의 역할을 흡수하면서 삼정동 폐기물 소각장은 그 가동을 멈추게 된다.

 

이후 4년간 유휴시설로 방치되었던 삼정동 폐기물 소각장은 폐 소각장의 역사성을 간직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얻는다. 폐 소각장의 투박한 모습과 세련된 현대 문화공간의 모습이 공존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리노베이션을 지휘한 김광수 건축가는 쓰레기의 반입과 저장, 소각, 처리 과정으로 이어지는 폐기물 소각장의 동선을 하나의 축으로 삼아 공간을 배치했다.

대리석 타일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조화를 이루는 야외공간.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로가 위치했던 공간을 중정처럼 설계해 재구성했다. (이미지 출처: 부천아트벙커B39 (재)부천문화재단)

도심에서 수거된 쓰레기가 모여들던 쓰레기 반입실은 대형 스크린과 음향 장비 등을 갖춘 미디어홀로, 지하로부터 높이 39m의 콘크리터벽에 둘러싸인 쓰레기 저장조는 부산아트벙커B39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해 다양한 전시와 공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4층까지 수직으로 이어져 배기가스를 굴뚝으로 내보내던 유인송풍실, 3층부터 5층까지 이어진 보존구역 등 과거 소각장 모습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공간들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영화, 방송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Information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삼작로 53
전화번호 : 032-321-3901
웹사이트 : https://artbunkerb39.org

삼대(三代)가 배를 지었던 폐 조선소로 걸음하다! 칠성조선소

폐 조선소였던 전시실 한쪽에는 과거와 현재가 3대의 역사를 상징하는 듯 ‘1952-2017’이란 숫자가 쓰인 빨간 소형 레저선박이 오브제로 놓여 있다. (이미지 출처: 칠성조선소)

강원도 속초시 교동에 있는 카페이자 복합문화공간인 ‘칠성조선소’는 본래 배를 만들고 수리하던 곳이었다. 청초호가 한 눈에 들어오는 3,300㎡ 부지에 터를 잡은 칠성조선소의 역사는 6·25전쟁 이 발발했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칠성조선소를 운영하는 최윤성 대표의 할아버지 최칠봉 씨는 6·25전쟁 당시 부산까지 피란을 갔다가 고향인 함경남도 원산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속초 땅에 정착했다. 1952년 최칠봉 씨는 함경도 실향민들이 바닷가에 자리 잡고 어업을 하던 속초 한복판, 청초호 일부를 메워 만든 부지에 원산조선소를 차렸고 수년 후 ‘칠성조선소’라는 이름을 새롭게 내걸었다.

 

당시 청초호 인근에는 소형조선소가 많았는데 일제강점기에 배 만드는 일을 했던 그가 조선소를 차리자 배를 지어달라는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1950년대말 전국 2위의 어획고를 기록하던 속초의 포구들은 흥성했고 속초에서 배를 짓는 목수들도 196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자 최윤성 대표의 아버지인 최승호 씨가 조선소를 물려받아 운영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어획량이 급감한데다 철선과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선박이 등장하면서 목선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에 1990년대부터 칠성조선소는 목선 대신 철선을 제작하고 수리하며 조선소의 명맥을 유지했다.

하늘과 호수를 향해 열려 있는 칠성조선소의 야외 공간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이미지 출처: 칠성조선소)

결국 65년 동안 3대에 걸쳐 운영되었던 조선소는 2017년 8월을 끝으로 선박 수리와 제작을 마감했다. 그러나 최윤성 대표가 조선소를 정리하겠다는 아버지 최승호 씨를 말리면서 지금의 ‘칠성조선소’가 문을 열게 되었다. 옛 모습을 간직하거나 곁에 둔 채 배를 만드는 과정과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 공연이나 축제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 청초호와 바다가 내다보이는 카페로 거듭난 것이다.

 

칠성조선소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에는 폐 조선소 건물이, 정면에는 카페가, 오른편에는 서점이 보인다. 전시실로 꾸며진 폐 조선소 벽면에는 조선소의 변천사에 관한 사진과 설명이 연도별로 기록되어 있고, 가운데에는 배 만드는 조선공의 임금을 공시한 ‘신조공임표’나 선박 치수·무게 등을 표시한 ‘선박 제원’ 같은 기록물이 전시되어 있다.

 

최 대표의 가족이 살던 집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서점으로 변신했고, 나무를 제련하는 제재소가 있던 공터에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조형물이 설치되었다. 탁 트인 야외 공간과 아늑한 카페는 영화 상영, 음악회, 공연, 축제 등이 펼쳐지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COVID-19로 인해 공연, 축제 등이 한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 여름 이후로는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다시 정상 운영될 예정이다.

Information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전화번호 : 033-633-2309
웹사이트 : https://linktr.ee/chilsungboatyard

철거 위기에 놓였거나 방치되었던 환경에 더 나은 가치를 더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업사이클링 여행지 네 곳을 살펴 보았다. 폐기되어야 했던 장소와 요소들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승화된 업사이클링 여행지에서 남다른 발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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