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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 지구 최후의 로봇이 전하는 메시지는?

수많은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초의 로봇 주인공인 ‘월-E’. 영화 속 월-E는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월-E’의 스틸 이미지로 산더미처럼 쌓인 폐기물 위에 올라간 ‘월-E’가 별이 수놓인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810년, 지구엔 인류 대신 쓰레기를 줍는 로봇이 살고 있다? 픽사의 9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E>는 지구 최후의 로봇 ‘월-E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가 우연히 매력적인 식물 탐사 로봇 ‘이브’와 만나게 되고, 이후 사랑과 지구를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월-E>가 개봉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 작품을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고라 말하는 이들이 많다. 대사 한마디 없이 지구에서 쓰레기를 줍는 이 로봇의 일상과 외로움, 그리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로봇임에도 현실에서 마주하기는 싫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월-E>, 쓰레기 로봇을 통해 전하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

애니메이션 ‘월-E’의 스틸 이미지로, 자신의 트레일러에서 루빅스 큐브를 들고 쳐다보는 '월-E'의 모습이다.
지구 최후의 로봇 '월-E'의 취미는 재활용!(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월-E’가 맡은 일은 단순하다. 황폐해진 지구에 남겨진 쓰레기를 큐브처럼 모아 쌓아 올리는 것. 이 일을 하게 된 원인은 바로 인간들에게 있다. 약 700년 전 인간들은 스스로 오염시킨 지구를 버린 채, 노아의 방주와 같은 ‘엑시엄호’에 몸을 실었다. 인류가 초호화 우주선에서 우주를 떠도는 동안 ‘월-E’는 지구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임무를 착실히 수행한다. 쓰레기를 방치하고 임무만 하달한 인간을 원망할 듯도 하지만, 이 착한 로봇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한 전구알, 라이터, 루빅스 큐브 같은 ‘보물’을 수집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 가운데에는 이제 막 싹을 틔운 식물도 있다.

 

어느 날, 엑시엄호에서 보낸 식물 탐사 로봇 ‘이브’가 지구에 도착한다. 월-E는 단숨에 자신과 다르게 세련되고 매력적인 이 로봇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브와 친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월-E는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트레일러에 초대해 그동안 모은 온갖 수집품을 보여준다. 그곳에서도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던 이브는 수집품 속 식물을 발견하고 그 즉시 임무 완료! 대기모드에 들어간다.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이브를 보며 슬퍼하면서도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나로 버티는 월-E. 하지만 그 마음도 몰라주듯 엑시엄호에서 보낸 우주선이 이브를 회수하게 되고, 월-E 또한 사랑을 위해 우주선에 올라탄다.

애니메이션 ‘월-E’의 스틸 이미지로, 엑시엄호가 떠 있는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식물 탐사 로봇 '이브'와 '월-E'가 함께 유영하고 있다. 자체 하늘을 날 수 없는 '월-E' 소화기를 엔진 삼아 날아가고 있다.
말이 없는 로봇, 황폐한 지구, 광활한 우주 등 픽사의 새로운 도전이 담겨 있는 <월-E>(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에서 <월-E>는 새로운 도전의 결과물이었다. 처음으로 로봇(그것도 말 한마디 없는)을 주인공을 삼았고, 배경 또한 황폐한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로 확장했다. 이런 도전의 결과는 제작비 대비 약 3배인 5억 2천만 달러(한화 약 6,300억 원)의 수익으로 이어졌다. 이는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 무성 영화의 장점을 오롯이 구현한 연출과 구성,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 등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 보호를 등한시하고, 소비와 탐욕으로 점철된 인류의 이기심이 지구를 황폐화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은 SF 장르에서는 보기 힘든 공감대를 형성한다. 월-E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실제로 만나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무리 이 작품을 사랑해도 실제 월-E를 만나고 싶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봉 당시 연출을 맡은 앤드류 스탠튼 감독은 “쓰레기를 줄이고 인간답게 살자”는 간단명료한 작품의 의미를 말한 바 있는데, 그만큼 <월-E>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전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말할 수 있다.

전자∙전기폐기물에 덮인 지구, <월-E>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애니메이션 ‘월-E’의 스틸 이미지로, '월-E' 트레일러에 온 이브가 밝게 빛나는 전구를 들고 있고, '월-E'는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전구알을 들고 있는 이브와 그녀를 바라보는 월-E의 모습 뒤로 각종 폐기물을 수집해 놓은 선반이 보인다.(이미지 출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월-E>에 나오는 쓰레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독 전자∙전기폐기물(E-Wate, Electronic Waste)들이 많이 눈에 띈다. TV, 냉장고, 진공청소기, 폐배터리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나 공장에서 사용하던 대형 전자 제품들이 황량한 지구를 가득 채운다. 월-E가 자신의 일을 하며 수집하는 물건 역시 E-Waste가 많은데, 이 로봇이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뮤지컬 <헬로, 돌리>의 비디오를 보는 장면만 보더라도 쓰레기 더미 속에 있던 TV, VCR을 가져와 재활용 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유엔이 발간한 ‘2020 세계 전자∙전기폐기물 보고서’ 내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 추이(자료 출처: 2020 세계 전자폐기물 보고서)

E-Waste가 넘쳐나는 세상은 비단 영화 <월-E> 속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역시 이에 못지않게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이 발간한 ‘2020 세계 전자∙전기폐기물 보고서(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에 따르면 2019년 5,360만 톤에 달하는 E-Waste가 발생했다.

 

이는 5년 전인 2014년 4,440만 톤보다 약 19% 증가한 수치로, 중국 만리장성의 무게를 넘어서는 양이다. 아울러 보고서에서는 머지않은 2030년에는 7,470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Waste 발생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이유는 우리의 시대상에 맞닿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형가전의 수요가 늘어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IT기기 사용량이 느는 반면 그 교체주기는 더욱 짧아진 현대인들의 소비패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2019년 전체 E-Waste 중 소형 설비(32.46%), 소형통신설비(8.77%)가 차지하는 비율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유엔이 발간한 ‘2020 세계 전자∙전기폐기물 보고서’ 내 '전 세계 E-waste 항목별 비율(자료 출처: 2020 세계 전자폐기물 보고서)

<월-E>를 벤치마킹? 전자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순환 경제 실천

점점 더 쏟아져 나올 E-Waste 의 처리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멀고도 가까운 미래엔 실제로 ‘월-E’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E-Waste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영화 속 월-E가 취미생활 겸 스스로 고장이 났을 때 자체 수리할 수 있도록 버려진 전자제품에서 부속품을 찾아 추출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E-Waste에서 필요한 부품과 금속을 추출하여 재활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로 E-Waste에는 재활용 가능한 금속 자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가히 ‘금맥’이라 불릴 정도로 E-Waste 안에는 금, 구리, 은, 팔라듐, 니켈 등 다양한 금속 자원들이 있는데, 일례로 폐휴대폰 1톤에는 금광석 1톤보다 더 많은 금이 들어있다고 한다. 더불어 이를 재활용하면 전자기기를 만들 때 필요한 금속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감소가 가능하다.

 

금속 자원뿐만 아니라 E-Waste 중 사용하기 불편함 없는 기기는 수리를 하거나 그 속 정보를 지워 재사용하고, 주요 부품은 추출 과정을 통해 재활용 및 판매하는 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재활용 생활에 앞장서는 ‘월-E’는 쓸 만한 전자∙전기폐기물을 집에 가져다 놓고 그것들을 하나씩 활용한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일 뿐이지만 ‘월-E’에겐 외로움을 잊게 하고 삶의 윤택함을 더하는 소중한 물건인 셈. 마치 쓰레기처럼 지구에 남겨진 자신을 위로하듯, 각 물건마다 잊고 지냈던 탄생의 목적을 다시금 부여한다. 어쩌면 ‘월-E’는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이 아닌 재활용 로봇으로 지구를 위해 힘쓴 것은 아닐까.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이 로봇 친구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전자폐기물 처리를 포함한 환경 보호에 한 걸음 내디뎌보자.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전자폐기물 배출 방법(자료 출처: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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