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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바다 식목일이 필요한 이유! 산호초 호러 다큐, 넷플릭스 ‘산호초를 따라서’

제목만 보면 아름다운 바다를 카메라로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명을 잃은 산호의 하얀 울부짖음이 거세게 울리며 보는 관점은 180도 달라진다.

바닷속에 있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알고 있었음에도 모른척한 걸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는 산호초가 보내는 하얀색 조난 신호, *산호초 백화현상(Coral bleaching)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해양 생태계의 위기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바다의 아름다운 장식품쯤으로 여겼던 산호초가 사실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백화현상이 일어나는 건 환경오염이 주원인이라는, 어쩌면 자연 다큐멘터리의 흔한 이야기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잘못으로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초의 모습, 그리고 이것이 결국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90여 분의 이야기는 마치 호러 영화를 방불케 하듯 무섭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산호초 백화현상(coral bleaching)

산호초 조직에 내부 공생하는 조류가 파괴됨으로써 산호초가 색깔을 잃고 기저 골격인 흰색 석회질이 드러나는 것.

하얀 산호초가 가지는 잔인한(?) 흡입력!  

Netflix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 예고편(출처: Netflix 공식 유튜브 채널)

수중촬영가, 환경 다큐 전문 감독, 카메라 전문가, 해양생물학자들이 산호초 하나로 뭉쳤다. <산호초를 따라서>는 산호초 마니아인 수중촬영가 리처드 비버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팀이 산호초 백화현상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목표 아래 시작된 다큐멘터리다.

 

작품은 배 위에서 장비를 체크하는 한 스쿠버다이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모든 장비를 착용한 채 바다로 ‘첨벙’! 그가 일으킨 물거품이 걷히며 아름답다는 말로 다 표현 못할 경이로운 산호초가 이윽고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옆으로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거북이, 낯선 모양의 해양생물들까지, 산호초를 집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모습 역시 펼쳐지며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모습도 잠시, 작품은 미국 플로리다의 ‘캐리스포트 리프(Carysfort Reef)’를 시작으로, 사모아 남태평양 ‘에어포트 리프(Airport Reef)’,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역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등을 차례로 보여주며 산호초들의 하얀 죽음을 목도하게 만든다.

엘크혼 산호의 주 서식지였던 캐리스포트 리프. 지금은 황폐한 사막처럼 변했다.(이미지 출처: Netflix)

한 예로 캐리스포트 리프 부근은 엘크혼 산호초의 주 서식지였다. 하지만 1975년과 비교해 남아있는 엘크혼 산호초는 단 0.01%. 과거 화려한 빛을 내뿜던 캐리스포트 리프 바다 밑은 이제 황량한 사막처럼 죽은 산호초들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생명의 빛이 모두 사라져버린 듯한 그 강력한 이미지는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난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인류가 자초한 산호초 백화현상의 나비효과는?

해양 생물의 약 25%가 의존할 정도로 산호초는 해양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이미지 출처: Netflix)

캐리스포트 리프를 비롯해 폐허에 가깝게 변해버린 여러 산호초 군락지들의 모습을 목도한 시청자들은 이쯤에서 화에 가까운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도대체 무엇이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산호초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그리고 감독은 다수의 해양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그 대답을 전한다.

 

하와이 해양생물연구소 루스 게이츠 박사는 산호초를 ‘모든 생명의 토대’라고 말한다. 산호초에 의존하는 해양생물은 전체의 약 25%로, 수많은 생명들이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안전한 집으로, 먹이로 산호초를 활용하고 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만 보더라도 4,000종의 연체동물, 1,500종의 물고기 등 다양한 생물들이 350여 종의 산호초와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산호초가 죽는다면, 그 많은 생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생명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 그곳은 생명이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인간을 비롯해 땅에서 살아가는 생명 역시 산호초에 의존하기는 마찬가지. 태풍을 막는 자연 방파제이자 다양한 치료제의 원료가 되기도 하는 산호초는 게이츠 박사의 말처럼 지구상 모든 생명의 토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산호초 백화현상의 원인은 이산화탄소(이미지 출처: Netflix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 내용 중)

그럼 산호초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범인은 의아하게도 바다가 아닌 하늘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열을 가두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화석연료 등으로 대기층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태양과 인간이 뿜어내는 열기를 대기 안에 가둬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지구는 자체적으로 열을 식히기 위해 대기층에 갇힌 열의 93%를 바다로 보낸다. 그렇게 뜨거워진 바다에서 온도에 민감한 산호초는 일종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결과로 백화현상이 일어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산호초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뜨거워진 바다…산호초를 구하라! (이미지 출처: KBS 뉴스 공식 유튜브)
https://youtu.be/zvG2hboWCsE

산호초들의 백색 외침은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미국 해양대기청 마크 에이킨 박사는 산호초 백화현상이 이미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심각한 환경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산호초 백화현상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던 건 1998년,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엘리뇨’ 현상으로 전 세계 16% 이상 되는 산호초가 죽음을 맞이한 일이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1차 지구적 백화’라 말하는데, 그로부터 12년 후인 2010년, 또 그로부터 6년 만인 2016년에도 대규모 백화 현상이 일어났고 그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생명의 토대와도 같은 산호초의 연쇄적인 죽음, 그 진짜 범인인 인간에게 돌아올 나비효과를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산호초의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한 물밑 작업은?

해수면 온도 상승 전과 후의 산호초 모습을 비교한 이미지(이미지 출처: Netflix)

<산호초를 따라서> 후반부의 백미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북쪽 지역에서 4개월 동안 촬영한 산호초 백화현상 영상을 하와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국제 산호초 심포지엄에서 소개하는 장면이다. 제작진이 담아낸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탄식을 뱉는다. 그 순간 이 작품이 만들어진 목적, 그리고 순기능이 그 순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감독은 전 세계 잠수부들과 연대해 산호초 백화현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카메라 엔지니어는 학교 버스를 산호초 버스로 개조해서 미국 전역을 돌며 아이들에게 가상잠수 체험을 제공한다. 그리고 지금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디 오션 에이전시(The Ocean Agency)’를 통해 산호초 보호사업을 벌이고도 있다.

 

2017년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 약 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산호초의 멸종을 막기 위한 노력들은 이어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보호하기 위해 513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또 카리브해의 보네르섬은 매년 7천 개의 배양한 산호초를 바다에 이식하고 있으며, 다수의 과학자들이 수온 상승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슈퍼 산호초’를 배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산호초를 포함한 바다숲 조성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산호초 백화현상의 근본적 원인인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우리 모두의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30년 내 대부분의 산호초가 멸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군가는 산호초의 죽음을 고작 지구 생물 중 한 종의 운명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기에는 인간에게 끼칠 그 후폭풍이 너무도 거대하다. 산호초의 죽음은 곧 지구의 죽음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 백화현상은 산호초가 보내는 마지막 조난 신호다. 그동안 이 신호를 무시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소중한 생물을 살리고, 공존할 수 있도록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 시작을 <산호초를 따라서>로 출발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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