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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어디까지 왔나? 수소 밸류체인별 최신 기술 트렌드 점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무탄소 연료로 수소가 주목받는 가운데, 주요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수소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생산-저장·운송-활용에 이르기까지 각 수소 밸류체인별로 어떤 기술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길형배

한국기계연구원 기계기술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사용이 폭증하면서 지구의 기온이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교토의정서를 시작으로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에너지 분야 내 여러 규제와 기후행동 실천 의무화가 강화되고 있다. 작년 말 종료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최종합의문에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명기되기도 했다.

*교토의정서: 지구온난화 억제와 방지를 위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으로,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제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높은, 다시 말해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무탄소 연료 도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다. 수소는 물, 천연가스, 석탄 등의 다양한 물질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무탄소 연료로 생산방법에 따라 그린수소,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등으로 구분된다. 현재는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99%를 그레이수소가 차지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이라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생산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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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출력밀도와 저장량이 높은 차세대 주요한 친환경 에너지일 뿐만 아니라,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밸류체인(Value-Chain)을 구성하고 있어 수소 경제를 중심으로 미래 신산업들이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소 활용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의 중화학공업 수준도 매우 높다. 이를 활용해 수소 밸류체인을 구성한다면 수소 경제의 파급효과는 2030년 25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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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율적인 그린수소 생산방식, SOEC

앞서 언급했듯 현재 생산되는 수소 중 대부분이 그레이수소다.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돼 있는 우리나라 역시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그레이수소를 추출·저장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수소는 1㎏ 생산 시 5~10㎏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그린수소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린수소는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며, 필요한 전력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재생에너지 자원 부국인 호주, 중동에서 수전해로 생산한 수소를 액화수소 혹은 암모니아로 저장해 운송하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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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해 방식으로는 알칼리 수용액과 다공성 세라믹 분리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알카라인 수전해’, 별도의 전해질 없이 물을 전기 분해한 후 고분자 전해질막을 통해 수소 이온을 이동시키는 PEM(Proton Exchange Membrane, 양성자교환막), 수소(H2)와 산소(O)로 물(H2O)과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를 역전환해 고온의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SOEC(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고체산화물 수전해)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SOEC는 투입되는 전기 대비 생산하는 수소의 양이 많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기업으로는 현재 SK에코플랜트가 美블룸에너지(Bloom Energy)와의 협업을 통해 SOEC 실증에 성공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SOEC 실증 설비.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국내 최초로 SOEC를 활용한 수소 생산 실증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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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 인근에 바로 공급하는 ‘현장공급방식 수소충전소’ 각광

수소의 저장에는 압축, 액화, 암모니아 등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압축 저장은 300*bar 이상의 고압 환경에서 수소를 저장하며 튜브 트레일러(Tube Trailer, 수소운송용 저장용기가 탑재된 대형 트럭)나 운송관(Pipeline)을 통해 활용지로 운송한다. 수소를 액화해 저장·운송하는 방식은 기체 대비 부피를 1/800로 줄일 수 있어 대용량의 수소를 장기간 저장해야 할 때 강점을 보이지만, 액화 상태로 운송하려면 영하 253℃의 온도를 유지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들고 운송 중 자연적으로 증발 또는 기화하는 보일오프(Boil-off) 현상도 해결해야 한다. 수소 캐리어(Carrier)로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방식은 냉각 조건이 영하 33℃로 냉각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비교적 적지만, 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했다가 다시 분해하는 과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최근에는 운송과정 없이 수요처에서 수전해기로 수소를 생산한 뒤 바로 사용하는 *현장공급방식(On-site) 수소충전소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바(bar): 1㎡ 당 10만N의 힘에 해당하는 압력의 단위.
*수소충전소는 수소 공급방식에 따라 일정 지역에서 대량 생산된 수소를 수소충전소까지 이송하는 중앙공급방식(Off-site)과 수소충전소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해 바로 공급하는 현장공급방식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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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 발전효율 높아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 커

수소 활용 분야는 쉽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 가까이에 와 있다. 이미 도로 위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LNG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소·암모니아 가스터빈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친환경 발전 수요가 늘면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는데, 한국기계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수소산업의 글로벌 기술동향 및 정책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2030년 12.7GW, 2050년 25.4GW로 전망된다. 현재는 고분자연료전지(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PEMFC) 방식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높은 발전효율이 특징인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가 가정, 건물 등 다양한 수요처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SK에코플랜트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는 현존하는 연료전지 가운데 최고의 종합발전효율(85%)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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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밸류체인 연결” 대규모 수소경제 구축 프로젝트가 대세

수소 생산과 저장 분야에서는 독일의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인 린데(Linde)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린데는 극저온 액화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액화수소 사업에 진출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액화수소 터미널을 준비 중이다. 또한 2028년까지 100㎿급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기지도 구축할 예정이다. 수소 저장 분야에서는 일본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자원부국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 가와사키중공업(KAWASAKI)은 극저온 보관 기술 기반 액화수소 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고 호주에서 생산한 부생수소를 액화수소로 저장해 일본으로 운송하는 실증을 완료하기도 했다. 수소 활용 측면에서는 현대자동차 ‘넥쏘(NEXO)’, 토요타(TOYOTA) ‘미라이(MIRAI)’가 대표적이며, 수소연료전지, 수소 내연기관, 가스터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저장∙운송-활용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모두 연결된 수소 밸류체인의 특성상 개별 분야에 치우쳐서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어렵다. 이에 SK에코플랜트-블룸에너지 등과 같이 국내외 기업 간 협력을 통해 대규모 수소경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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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루거나 거스를 수 없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 그중에서도 수소 기반 에너지 확보가 중요하다. 수소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소 전 밸류체인의 확보가 필수적이며, 특히 그린수소 중심의 수전해 기술 확보, 수소 저장 방식 현실화, 활용처 다양화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떤 국가, 기업이 수소 산업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 5년 뒤, 10년 뒤의 미래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길형배 선임연구원은 LG화학에서 수처리 분리막 등 친환경 분야 화학소재에 대해 연구했으며, 현재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기계기술 R&D 기획 및 기계산업 정책연구를 수행 중이다. 특히 탄소중립, 수소·암모니아 등 에너지 기계기술 관련해 정기적으로 기계기술정책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의 산업 연구, 기업 동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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