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술들의 향연! CES 2024 미리보기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IT·전자제품 전시회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다가올 CES 2024에서 우리의 눈을 사로잡을 기술은 무엇일지 예측해 보자.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초 개최되는 세계적인 전시 행사인 ‘CES’는 원래 ‘Consumer Electronics Show’, 그러니까 ‘소비자용 전자제품 전시회’라는 뜻을 갖고 있는 행사다. 때문에 한동안 CES는 곧 TV를 잘 만드는 회사, 전화기나 컴퓨터를 잘 만드는 회사가 기술력을 과시하는 행사였다. 때문에 이전의 CES는 세계의 여러 가전제품 제조사들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화려한 신제품 광고를 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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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전시회에 드론이 뜨기까지, CES 변천사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CES의 성격은 꾸준히 변화해 소비자용 전자제품뿐 아니라 전자제품과 연계된 기술 전반을 소개하는 행사로, 다루는 범위가 무척 넓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선 전자제품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기술의 영역부터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예를 들어, 요즘 스마트폰을 산다면 기기 못지않게 탑재된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가 무엇인지도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역시 전자제품을 선보이는 기술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스마트폰 OS 등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주 고객은 그 OS를 탑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CES에서 중요하게 보여지는 소프트웨어 제품 중 상당수는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다. 그리고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할수록 다른 소비자용 전자제품 전시회 역시 기업용 상품을 같이 다루고 중간 제품이나 제품 생산을 위한 기반 기술까지 보여 주는 쪽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특히 최근 변화의 속도가 빨랐던 자동차 산업의 행사에서 이런 성격 변화가 두드러졌다. 고리타분한 학교 전공이나 행정 제도의 시선에서 보면, 가전제품 행사와 자동차 행사는 동떨어져 보인다. 여전히 가전제품은 전자공학과에서 다루는 대상이고, 자동차는 기계공학과에서 다루는 대상이라고 구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의 경쟁은 이미 그런 구분을 초월했다. CES 행사에서는 실제로 수년 전부터 여러 업체에서 출품한 각종 전기차들이 참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나아가 기존 차량에 설치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설비나 차량의 각종 전자 조작 장치, 편의 장치도 중요한 CES의 전시물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요즘의 CES는 소비자가 전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그와 관련된 공급망 전반을 다루는 행사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작년 2023 CES에서는 신형 리튬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를 개발해 공급하는 회사가 기술을 과시하기도 했고, 전자제품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한 회사도 있었다. 전기차가 행사장에 전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졌고, 나아가 아예 전기로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드론 택시 등이 행사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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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업 파고드는 인공지능(AI), 부품부터 활용까지 한눈에
이런 흐름 속에서 2024년 개최될 CES에서는 과연 어떤 기술이 소개될까? 가장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강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발전을 경험하게 해 준 분야가 인공지능이었다는 점에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을 전공하는 학자들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다”는 말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자고 일어나는 사이에 목표로 하며 애쓰고 있는 수준을 간단히 초월하는 고성능 인공지능이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서 갑자기 개발돼 공개될까 두렵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그 발전의 정도와 속도 모두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이 자동차에서 스마트폰까지, 또 TV에서 시계까지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전자제품과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2024년 CES에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에 전자 회사의 제품을 설치한다든가,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칩을 장치한 새로운 가전제품들을 여러 업체에서 선보일 것이다. 적용 분야도 게임에서 교육까지, 또 의료·건강에서 보안·안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갖가지 가능성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CES 2024에서는 혁신상 수상 부문 중 인공지능 부문이 따로 신설되기도 했다.
CES 2024와 관련해 현재 나와 있는 계획들을 보면, 국내 전자 회사의 경영진이 아예 인공지능을 주제로 내걸고 직접 발표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도 눈에 띈다. 또한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처럼 고성능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기반이 되는 부품을 전시하거나, 여러 제품을 연결해 인공지능으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보여 주는 업체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 3D 스택 형태로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높은 밀도로 쌓아 올려,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를 확장시킨 제품. 주로 AI의 딥러닝, 고성능 그래픽 카드, 서버, 슈퍼컴퓨터 등 대규모 컴퓨팅 환경에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
인공지능을 소비 행위 이상의 영역에 적용한 자동화 기술(Automation Technology)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쓰레기 분리수거나 재활용을 돕는 인공지능 등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분리수거는 사람이 직접 하다보니 분리의 기준이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꼬박꼬박 페트병의 레이블을 떼서 버리는데, 어떤 사람은 음식물 찌꺼기가 붙어 있는 일회용 용기를 그대로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하나의 기준을 가진 인공지능 기계가 카메라로 쓰레기를 촬영해 자동으로 인식하고 로봇 팔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분리한다면, 분리수거의 효율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다. 이후에는 어떤 종류의 재활용 쓰레기가 얼마나 나왔는지도 인공지능이 파악해, 특정 종류를 필요로 하는 재활용 기술 업체에 자동으로 연락해 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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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터 생명까지, 실질적 ESG 기술에 주목
2024년 CES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큰 흐름은 환경을 비롯한 ESG 관련 기술이다. 최근 10년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전기차, 재생 에너지 사업이 성장하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ESG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므로 이러한 추세가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올해는 방향과 속력이 약간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국제 정세의 불안, 유럽이나 중국 등 몇몇 지역의 경제 불안은 ESG에 대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그저 이상적인 전망만을 부각하면서 막연히 친환경 투자를 강조하는 방향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내실 있는 ESG 관련 기술과 제품이 인기를 끌 만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오는 CES에서는 ESG에 경제적인 가치를 더한 제품이나, 누구나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응용 분야의 기술을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세탁기,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보다 발전된 기술 등이 CES 2024에 등장할 것이라는 국내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이들이 ‘내실 있는 ESG’라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선상으로, 기업 활동 중 안전·보건 증진을 돕는 IT 제품도 CES에서 다뤄질 것이다. 한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기업 관련 각종 안전·보건 관련 규제가 빠르게 강화됨에 따라, 최근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정, 표준, 준수 사항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양한 안전·보건 관련 규칙들이 한 달에 몇 번씩, 일주일에 몇 차례씩 추가되고 변경되면, 그것을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며 직원들에게 말로 주의를 주기란 대단히 어렵다. 효과가 떨어지는 작업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보건 준수사항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양식화한 틀로 만들어 두고, 공장이나 작업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마다 이를 통해 확인하며 일해 나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안전·보건 관련 준수사항이 바뀔 때마다, 외부 전문가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 노동자들은 저절로 최신 규정을 따라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생산 현장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최말단 소비자 제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CES가 변모하며 확장하는 방향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이러한 생산 단계의 기술에 대해서도 점점 더 많이 다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CES는 결국 손에 잡히는 물건의 편리함과 신기함만을 강조하던 전시회에서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기술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전시회로 깊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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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스마트폰 OS 등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주 고객은 그 OS를 탑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CES에서 중요하게 보여지는 소프트웨어 제품 중 상당수는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다. 그리고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할수록 다른 소비자용 전자제품 전시회 역시 기업용 상품을 같이 다루고 중간 제품이나 제품 생산을 위한 기반 기술까지 보여 주는 쪽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특히 최근 변화의 속도가 빨랐던 자동차 산업의 행사에서 이런 성격 변화가 두드러졌다. 고리타분한 학교 전공이나 행정 제도의 시선에서 보면, 가전제품 행사와 자동차 행사는 동떨어져 보인다. 여전히 가전제품은 전자공학과에서 다루는 대상이고, 자동차는 기계공학과에서 다루는 대상이라고 구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의 경쟁은 이미 그런 구분을 초월했다. CES 행사에서는 실제로 수년 전부터 여러 업체에서 출품한 각종 전기차들이 참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나아가 기존 차량에 설치되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설비나 차량의 각종 전자 조작 장치, 편의 장치도 중요한 CES의 전시물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요즘의 CES는 소비자가 전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그와 관련된 공급망 전반을 다루는 행사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작년 2023 CES에서는 신형 리튬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를 개발해 공급하는 회사가 기술을 과시하기도 했고, 전자제품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한 회사도 있었다. 전기차가 행사장에 전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졌고, 나아가 아예 전기로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드론 택시 등이 행사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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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업 파고드는 인공지능(AI), 부품부터 활용까지 한눈에
이런 흐름 속에서 2024년 개최될 CES에서는 과연 어떤 기술이 소개될까? 가장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강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발전을 경험하게 해 준 분야가 인공지능이었다는 점에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인공지능 기술을 전공하는 학자들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다”는 말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 자고 일어나는 사이에 목표로 하며 애쓰고 있는 수준을 간단히 초월하는 고성능 인공지능이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서 갑자기 개발돼 공개될까 두렵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그 발전의 정도와 속도 모두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이 자동차에서 스마트폰까지, 또 TV에서 시계까지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전자제품과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2024년 CES에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에 전자 회사의 제품을 설치한다든가,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칩을 장치한 새로운 가전제품들을 여러 업체에서 선보일 것이다. 적용 분야도 게임에서 교육까지, 또 의료·건강에서 보안·안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갖가지 가능성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CES 2024에서는 혁신상 수상 부문 중 인공지능 부문이 따로 신설되기도 했다.
CES 2024와 관련해 현재 나와 있는 계획들을 보면, 국내 전자 회사의 경영진이 아예 인공지능을 주제로 내걸고 직접 발표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도 눈에 띈다. 또한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처럼 고성능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기반이 되는 부품을 전시하거나, 여러 제품을 연결해 인공지능으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보여 주는 업체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 3D 스택 형태로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높은 밀도로 쌓아 올려,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를 확장시킨 제품. 주로 AI의 딥러닝, 고성능 그래픽 카드, 서버, 슈퍼컴퓨터 등 대규모 컴퓨팅 환경에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
인공지능을 소비 행위 이상의 영역에 적용한 자동화 기술(Automation Technology)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쓰레기 분리수거나 재활용을 돕는 인공지능 등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분리수거는 사람이 직접 하다보니 분리의 기준이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꼬박꼬박 페트병의 레이블을 떼서 버리는데, 어떤 사람은 음식물 찌꺼기가 붙어 있는 일회용 용기를 그대로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하나의 기준을 가진 인공지능 기계가 카메라로 쓰레기를 촬영해 자동으로 인식하고 로봇 팔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분리한다면, 분리수거의 효율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다. 이후에는 어떤 종류의 재활용 쓰레기가 얼마나 나왔는지도 인공지능이 파악해, 특정 종류를 필요로 하는 재활용 기술 업체에 자동으로 연락해 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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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터 생명까지, 실질적 ESG 기술에 주목
2024년 CES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큰 흐름은 환경을 비롯한 ESG 관련 기술이다. 최근 10년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전기차, 재생 에너지 사업이 성장하면서 모든 산업 분야에서 ESG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므로 이러한 추세가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올해는 방향과 속력이 약간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국제 정세의 불안, 유럽이나 중국 등 몇몇 지역의 경제 불안은 ESG에 대한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그저 이상적인 전망만을 부각하면서 막연히 친환경 투자를 강조하는 방향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내실 있는 ESG 관련 기술과 제품이 인기를 끌 만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오는 CES에서는 ESG에 경제적인 가치를 더한 제품이나, 누구나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응용 분야의 기술을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세탁기,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보다 발전된 기술 등이 CES 2024에 등장할 것이라는 국내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이들이 ‘내실 있는 ESG’라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선상으로, 기업 활동 중 안전·보건 증진을 돕는 IT 제품도 CES에서 다뤄질 것이다. 한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기업 관련 각종 안전·보건 관련 규제가 빠르게 강화됨에 따라, 최근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정, 표준, 준수 사항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양한 안전·보건 관련 규칙들이 한 달에 몇 번씩, 일주일에 몇 차례씩 추가되고 변경되면, 그것을 사람이 일일이 파악하며 직원들에게 말로 주의를 주기란 대단히 어렵다. 효과가 떨어지는 작업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보건 준수사항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양식화한 틀로 만들어 두고, 공장이나 작업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마다 이를 통해 확인하며 일해 나가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안전·보건 관련 준수사항이 바뀔 때마다, 외부 전문가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 노동자들은 저절로 최신 규정을 따라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생산 현장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최말단 소비자 제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CES가 변모하며 확장하는 방향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이러한 생산 단계의 기술에 대해서도 점점 더 많이 다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CES는 결국 손에 잡히는 물건의 편리함과 신기함만을 강조하던 전시회에서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기술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전시회로 깊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