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인공지능과 구정물 인공지능(AI)의 심오함
버려진 쓰레기, 더러운 구정물은 어디로 사라질까? 이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깨끗한 도시를 위해 어딘가에서 조용히 처리될 뿐이다. 인공지능(AI)은 이와 같이 아무도 자처하지 않을 궂은 일을 최고의 효율로 척척 해낼 수 있다. 생태계 보전부터 기후 문제 해결까지. 환경 분야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AI들을 살펴보자.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설거지는 귀찮은 일이다. 그런데 설거지라는 일에 대해서 어디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설거지를 마칠 즈음이면 밥공기와 접시는 깨끗해지고, 이 대신 냄새 나는 물은 하수구로 빠져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설거지는 거기까지다. 일단 물이 하수구로 들어가면 그 후의 일엔 관심이 없다.
환경을 연구한다는 것은 대부분은 생각하지 않는 그 다음을 생각하는 일이다. 환경 보호라고 하면 지구를 구하는 고귀한 일이라는 생각이나, 싱그러운 자연을 보호하며 야생동물들과 어울리는 상쾌한 모습부터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환경에 대한 연구의 뿌리는 결국 더러운 물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수구는 더러운 물을 버리기만 하면 그 물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우리 세상과 단절된 마법의 4차원 공간이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하수구 내부의 사정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수구의 물은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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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관리한 세균, 수처리 효율성을 높이다
도시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을 그대로 강물이나 바닷물에 버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대도시에는 하·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요즘에는 더 좋은 어감이 느껴지도록 ‘물재생센터’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곳에 도시를 휘감아 돌고 들어온 더러운 구정물을 모아 최대한 맑은 물로 바꾼다. 물재생센터를 거치면 구정물이 투명한 맑은 물처럼 보일 정도로 정화된다. 이렇게 더러운 물을 맑게 하는 작업은 매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의 물재생센터 중에는 하루 100만 톤 이상의 더러운 물을 처리하는 곳도 있다. 말이 100만 톤이지, 1,000만 서울시민 전원이 1리터짜리 바가지를 100번 채울 만큼 더러운 물을 매일 만들어도 한 곳에서 모조리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현대 과학 기술의 경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서 전국의 물재생센터에서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한다. 이물질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다소 원시적인 방법부터 나노 기술을 이용하는 첨단 화학까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중에서 20세기 이래 세계 곳곳의 폐수 정화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핵심적인 방법을 딱 하나만 꼽아 보라면, ‘활성슬러지법(Activated Sludge Process)’이라는 기술을 꼽겠다. 아마 환경에 관한 과목들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활성슬러지법은 살아 있는 미생물들이 물속의 더러운 성분을 먹어 치우도록 하는 방법이다. 고작 세균 덩어리 따위를 잘 기른다고 정말 물이 맑아질까 싶지만, 결과는 감동적일 정도로 뛰어나다. 만약 이 기술이 없다면, 현대의 대도시를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더러운 물을 맑게 하는 시설에서는 이 세균들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애쓰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만약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 세균들은 잘 살 수 없다. 반대로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이 폐수 속에 섞여 들어와도 열기에 세균들은 소독되어 죽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다 같은 더러운 물처럼 보이지만, 만일 그 속에 들어 있는 성분 중에 세균들이 사는 데 방해가 되는 물질이 있거나 세균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될 찌꺼기가 부족하다면 세균들이 잘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재생센터에서 활성슬러지법을 사용하는 장비를 다루다 보면, 세균들이 잘 살도록 난방을 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세균들이 시들지 않도록 영양제라고 할 만한 물질을 넣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활성슬러지법이 세상에 등장한 지도 백 년이 넘어가기 때문에 어지간한 문제에는 대응법이 갖춰져 있는 편이다. 그래도 유용한 세균만 잘 자라나도록 키우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소나 말을 키우는 것처럼 얼굴을 보면 어디가 건강한지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사랑으로 보살핀다고 해서 세균들이 알아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를 모르는 체해서 세균들이 시들시들해져 버리면, 하루 수십만 톤씩 몰려드는 더러운 물이 그냥 쌓이게 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더러운 물이 만나는 기회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균의 건강 상태는 세균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균에 대한 정보들은 측정 장비의 수치로 나타난다. 더러운 물을 측정해 본 결과 탄소의 상대적인 수치가 1.32이고, 질소의 상대적인 수치가 0.88이라고 해 보자. 이런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는 오히려 기계가 사람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숫자로 변환해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변화하는 낯선 숫자들을 보면서 마치 동물이 아파하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처럼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조금 더 성능이 좋은 AI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물 위를 떠다니는 거품의 모습이나 찌꺼기가 가라앉는 영상을 분석하면서 정화 작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계산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AI 프로그램은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깊은 밤이나 휴일에 문제가 생겨도 컴퓨터는 쉬지 않고 바로 움직인다.
환경 문제의 바탕에는 이처럼 사람이 금방 느끼기 어려운 원초적인 자연 현상이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이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AI가 도움이 될 기회는 무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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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살리는 데에도 쓰이는 AI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최근에는 음성 인식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산 속에서 들리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구분해 보려는 연구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얼마나 다양한 새들이 사는지, 어떤 새가 많아지고 있는지, 산속에 설치해 놓은 마이크로 새소리를 녹음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분하며 파악한다는 뜻이다. 어지간한 전문가라고 해도 세상의 온갖 새들을 울음소리만 듣고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24시간 내내 수많은 새가 내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으며 따지는 것은 더더욱 사람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AI는 이런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다. AI 번역 프로그램이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주듯이, 새소리를 구분하도록 학습시키면 그만이다. 기본 원리를 놓고 보면 더러운 물을 측정한 수치를 분석해서 세균의 건강 상태를 알아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해의 백령도에서는 점박이물범의 얼룩무늬를 촬영한 뒤 그것으로 점박이물범의 신원을 구분해 어느 점박이물범이 어디로 돌아다니는지를 하나하나 추적해 보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코입을 보고 서로 다른 얼굴을 구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점박이물범을 보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AI는 이런 일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보다 면밀히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낯선 철새가 날아와서 생태계를 바꿔버릴 가능성은 없는지, 물범이 문득 낯선 지역으로 이동해서 어민들의 조업을 방해하지는 않을지 알아보면서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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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부터 기후 문제 해결까지
기술 기업들이 널리 광고하고 있는 AI 응용 사례 중 기온을 효과적으로 조절해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눈에 띈다. 단순히 좀 추운 것 같으면 난방을 끝까지 올리고 좀 더운 것 같으면 냉방을 끝까지 올리는 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난방과 냉방을 가동한다는 이야기다.
어디에 있는 난방 장치와 어느 위치에 부착된 냉방 장치를 언제, 얼마만큼 가동하면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컴퓨터 프로그램은 다양한 경우를 따져 분석할 수 있다. 건물 곳곳의 공기 흐름과 온도 변화를 측정해 분석하기도 한다. 사람이 얼른 이해할 수 없는 온도와 냉난방 에너지에 대한 수많은 숫자들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건물 내부라는 아주 작은 공간에 대한 일기예보를 하고 거기에 맞춰 설비를 조작하는 셈이다.
IoT 기술을 내세우는 회사들은 이런 방법으로 가정과 사무실의 냉난방비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형 데이터센터 시설이나 비닐하우스 등의 농업 시설에서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서 기후변화 문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사회적인 효용도 같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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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산업, AI로 새로운 길을 찾다
조금 더 넓게 보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여러 기계 장비가 사용되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폐수 처리 시설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AI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 생각으로 소각장이나 대기 오염 방지 시설에서도 보다 효과적으로 설비를 운영하기 위해 AI 프로그램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쓰레기 재활용 시설에서 카메라로 쓰레기를 촬영해 엉뚱한 쓰레기가 인식되면 로봇 팔로 골라내는 AI 장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다.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쓰레기 더미를 하루 종일 헤집어야 하는 이런 작업은 미래가 되면 AI에게 맡기기 좋은 일이다.
사람을 흉내 내고 재미난 대화를 끌어내 주는 AI는 신기해서 눈에 잘 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쓰레기통에 버린 뒤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게 되는 쓰레기나 하수구로 흘러 가면 관심을 끊게 되는 설거지물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환경 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심만 더 따라 준다면 의외로 환경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일에서 작은 투자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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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연구한다는 것은 대부분은 생각하지 않는 그 다음을 생각하는 일이다. 환경 보호라고 하면 지구를 구하는 고귀한 일이라는 생각이나, 싱그러운 자연을 보호하며 야생동물들과 어울리는 상쾌한 모습부터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환경에 대한 연구의 뿌리는 결국 더러운 물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수구는 더러운 물을 버리기만 하면 그 물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우리 세상과 단절된 마법의 4차원 공간이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하수구 내부의 사정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수구의 물은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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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관리한 세균, 수처리 효율성을 높이다
도시에서 나오는 더러운 물을 그대로 강물이나 바닷물에 버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대도시에는 하·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요즘에는 더 좋은 어감이 느껴지도록 ‘물재생센터’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곳에 도시를 휘감아 돌고 들어온 더러운 구정물을 모아 최대한 맑은 물로 바꾼다. 물재생센터를 거치면 구정물이 투명한 맑은 물처럼 보일 정도로 정화된다. 이렇게 더러운 물을 맑게 하는 작업은 매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의 물재생센터 중에는 하루 100만 톤 이상의 더러운 물을 처리하는 곳도 있다. 말이 100만 톤이지, 1,000만 서울시민 전원이 1리터짜리 바가지를 100번 채울 만큼 더러운 물을 매일 만들어도 한 곳에서 모조리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현대 과학 기술의 경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서 전국의 물재생센터에서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한다. 이물질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다소 원시적인 방법부터 나노 기술을 이용하는 첨단 화학까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중에서 20세기 이래 세계 곳곳의 폐수 정화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핵심적인 방법을 딱 하나만 꼽아 보라면, ‘활성슬러지법(Activated Sludge Process)’이라는 기술을 꼽겠다. 아마 환경에 관한 과목들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활성슬러지법은 살아 있는 미생물들이 물속의 더러운 성분을 먹어 치우도록 하는 방법이다. 고작 세균 덩어리 따위를 잘 기른다고 정말 물이 맑아질까 싶지만, 결과는 감동적일 정도로 뛰어나다. 만약 이 기술이 없다면, 현대의 대도시를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더러운 물을 맑게 하는 시설에서는 이 세균들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애쓰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만약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 세균들은 잘 살 수 없다. 반대로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이 폐수 속에 섞여 들어와도 열기에 세균들은 소독되어 죽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다 같은 더러운 물처럼 보이지만, 만일 그 속에 들어 있는 성분 중에 세균들이 사는 데 방해가 되는 물질이 있거나 세균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될 찌꺼기가 부족하다면 세균들이 잘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재생센터에서 활성슬러지법을 사용하는 장비를 다루다 보면, 세균들이 잘 살도록 난방을 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세균들이 시들지 않도록 영양제라고 할 만한 물질을 넣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활성슬러지법이 세상에 등장한 지도 백 년이 넘어가기 때문에 어지간한 문제에는 대응법이 갖춰져 있는 편이다. 그래도 유용한 세균만 잘 자라나도록 키우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소나 말을 키우는 것처럼 얼굴을 보면 어디가 건강한지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이 사랑으로 보살핀다고 해서 세균들이 알아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를 모르는 체해서 세균들이 시들시들해져 버리면, 하루 수십만 톤씩 몰려드는 더러운 물이 그냥 쌓이게 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더러운 물이 만나는 기회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균의 건강 상태는 세균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균에 대한 정보들은 측정 장비의 수치로 나타난다. 더러운 물을 측정해 본 결과 탄소의 상대적인 수치가 1.32이고, 질소의 상대적인 수치가 0.88이라고 해 보자. 이런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는 오히려 기계가 사람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숫자로 변환해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변화하는 낯선 숫자들을 보면서 마치 동물이 아파하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처럼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조금 더 성능이 좋은 AI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물 위를 떠다니는 거품의 모습이나 찌꺼기가 가라앉는 영상을 분석하면서 정화 작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계산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AI 프로그램은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깊은 밤이나 휴일에 문제가 생겨도 컴퓨터는 쉬지 않고 바로 움직인다.
환경 문제의 바탕에는 이처럼 사람이 금방 느끼기 어려운 원초적인 자연 현상이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이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AI가 도움이 될 기회는 무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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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살리는 데에도 쓰이는 AI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최근에는 음성 인식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산 속에서 들리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구분해 보려는 연구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얼마나 다양한 새들이 사는지, 어떤 새가 많아지고 있는지, 산속에 설치해 놓은 마이크로 새소리를 녹음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분하며 파악한다는 뜻이다. 어지간한 전문가라고 해도 세상의 온갖 새들을 울음소리만 듣고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24시간 내내 수많은 새가 내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으며 따지는 것은 더더욱 사람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AI는 이런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다. AI 번역 프로그램이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주듯이, 새소리를 구분하도록 학습시키면 그만이다. 기본 원리를 놓고 보면 더러운 물을 측정한 수치를 분석해서 세균의 건강 상태를 알아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해의 백령도에서는 점박이물범의 얼룩무늬를 촬영한 뒤 그것으로 점박이물범의 신원을 구분해 어느 점박이물범이 어디로 돌아다니는지를 하나하나 추적해 보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코입을 보고 서로 다른 얼굴을 구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점박이물범을 보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AI는 이런 일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보다 면밀히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낯선 철새가 날아와서 생태계를 바꿔버릴 가능성은 없는지, 물범이 문득 낯선 지역으로 이동해서 어민들의 조업을 방해하지는 않을지 알아보면서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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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는 난방 장치와 어느 위치에 부착된 냉방 장치를 언제, 얼마만큼 가동하면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컴퓨터 프로그램은 다양한 경우를 따져 분석할 수 있다. 건물 곳곳의 공기 흐름과 온도 변화를 측정해 분석하기도 한다. 사람이 얼른 이해할 수 없는 온도와 냉난방 에너지에 대한 수많은 숫자들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건물 내부라는 아주 작은 공간에 대한 일기예보를 하고 거기에 맞춰 설비를 조작하는 셈이다.
IoT 기술을 내세우는 회사들은 이런 방법으로 가정과 사무실의 냉난방비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형 데이터센터 시설이나 비닐하우스 등의 농업 시설에서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서 기후변화 문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사회적인 효용도 같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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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