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더 이상 Internet Explorer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위해 다른 웹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합니다.

인간이 기온을 ‘통째로’ 관리하다면? 인류 최후의 카드, 지구공학

기후위기, 피할 수 없다면 조종하라?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비장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구공학에 대해 알아보자.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의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7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 연속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7도를 넘어섰다. ‘지구 평균기온’이란, 인류가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세계 평균 표면 온도 변화를 기록한 것으로, 기준값은 대략 14도 정도다. 종전까지의 최고 기록은 2016년 8월에 관측된 16.92도. 무려 7년 만에 인류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4일을 기록한 것이다. 그중 최고 기록은 7월 6일 17.23도로, 불과 하루 전인 5일 (17.18도)에 비해서도 0.05도나 높았다.

고작 날씨 며칠 따뜻했던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지구의 평균기온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이런 날이 쌓여 지구 전체의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의 온도는 계속해서 뜨거워지고 있다. 이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극지방의 얼음층과 해저 지질의 퇴적층을 조사해 그 성분을 분석하면 과거 수만 년간의 기온 변화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데, 빙하기 이후 수천 년 동안, 최근과 같이 지구 평균기온이 급격하게 치솟은 적은 없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산업혁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산업혁명 이후 땅 속에 묻혀 있어야 할 온실가스들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눌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인류는 연평균 기온이 기준값보다 2도 이상 따뜻한 기후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다. 즉 이 온도를 넘어서면 인간이라는 종(種)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기온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지구 기온이 높아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

7월 초, 10만년 만의 무더위…지금은 예고편 불과할지도(출처: 연합뉴스TV 유튜브 채널)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이 산업 활동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전기나 가스 등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하루를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없듯, 이미 인간은 살아가는 것 자체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체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 이른바 저탄소 정책이나 그린 정책들이 국제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이것을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긴 어려움이 있다. 이에 일부 과학기술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인간이 지구 기온 조절에 관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이들의 학문 분야가 바로 ‘지구공학(혹은 기후공학)’이다.

.

말도 탈도 많은 ‘햇빛 차단’ 방식

대표적인 지구공학 방법중 하나로 ‘태양복사관리(SRM, Solar Radiation Management)’를 꼽을 수 있다. SRM을 쉽게 표현하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거나 다시 우주로 보내 지구 기온 상승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이 6월 30일 발표한 ‘태양복사관리(SRM)’ 방식의 지구공학 시행계획 보고서. 지구공학은 미국 최고 지휘부가 직접 관심을 보일 만큼 주목받는 기후위기 대응 방법 중 하나다. (출처: 미국 백악관)

가장 간단하게는 모든 건물의 옥상을 흰색으로 칠하는 것도 SRM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반사율이 높아져 상당한 양의 가시광선이 우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이외에도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온갖 기발한 태양복사관리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사막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한다든지, *인공적으로 화산을 폭발시켜 태양빛을 차단한다든지, 거품 발생 장치를 이용해 바닷물을 하얗게 만들어 태양빛 반사율을 높이자는 아이디어도 나온 바 있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 분출이 지표 온도를 0.5℃ 낮췄던 사례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다.

나아가 하늘에도 뭔가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도 많다. 바닷물을 *에어로졸 형태로 하늘에 쏘아올려 구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 성층권에 황사입자를 뿌려 태양빛을 약하게 하자는 아이디어, 심지어 거울이 달린 거대한 인공위성을 여러 개 띄워 우주에서부터 햇빛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우리에겐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미 미국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검토되고 있다.

*에어로졸(Aerosol):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 황사나 화산재 같은 자연적 요인과 소각 자동차 등에 의해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산화탄소 제거’ 방식

SRM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다 평가받는 것이 ‘이산화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방식이다. CDR 방식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흡수해 지구 기온을 낮추는 것이다. 이 역시 여러 아이디어가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CCUS(Carbon Capture∙Utilzation∙Storage) 기술이다.

CCUS는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보통 CCUS는 발전소 등의 산업현장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 즉시 포집하는 경우를 가리키지만, 이 기술을 응용하면 지구 대기 중에 흩어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갈무리해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바로 흡수하는 것을 DAC(Direct Air Capture, 직접 공기 포집)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와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물질을 이용해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방법 혹은 이산화탄소만 통과할 수 있는 ‘필터’를 만들어 포집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DAC를 이용해 대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즉시 땅속에 저장하려는 시도도 있다. 땅속 화석연료 속에 묻혀있던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흩여져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는 여러 가지 지구공학 사례 중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보여진다. 이외에도 대규모로 숲을 조성해 가꾸거나, 바다에 대량의 철분을 뿌려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CDR 방법을 시도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어” vs “함부로 시행할 것이 못 돼”

지구공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부류다. 기후위기 문제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 및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각, 반대로 지구 환경에 인위적으로 손을 댔다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른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지구공학을 시행함에 따라 예측되는 부작용은 수없이 많다. 우선 지구 기온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국지적으로 심각한 날씨 변화가 올 수 있다. 지구 전체의 기온은 내려갈지 모르지만, 지역에 따라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지구공학의 일부 방법들은 이산화탄소를 해양에 흡수시키는 방법을 활용하는데, 이 같은 방식이 반복될 경우 해수의 산성화로 이어져 해양 생태계를 파괴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포한 화학물질로 인해 제2의 빙하기가 찾아오고, 특정 열차에 탄 생존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이미지 출처: CJ ENM)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공학에 손을 댔다가 빙하기가 찾아온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일반적으로 지구공학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구공학을 시행하려면 CDR 방법을 기본으로 하고, SRM 방법은 한정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매우 신중한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연 지구공학이 우리 인류 최대의 골칫거리인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자.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