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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 걸어서 세계속으로

여전히 지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탄을 돌리 듯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쓰레기를 돌릴 수 만은 없다. 각 나라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탐구 유랑길에 함께해보자.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

머지않은 미래 한국 사회를 덮칠 메가 이슈 중 하나는 ‘초고령화 사회’다. 복지의 대상에 들어가는 인구는 많아지는 반면 그걸 지탱해야 할 인구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곧 복지, 연금, 의료,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곳곳에 미치는 파열음이 상당할 것이다. 2017년 여름부터 2019년 겨울까지 나는 이 문제들을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혹은 대처하지 못해 맞은 파국은 무엇이었는지를 둘러보기 위해 지구 유랑길에 올랐다. 2년의 시간이 넘도록 지구를 누볐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과정에서 지구 전체에 걸쳐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다른 한 분야를 발견했다. 바로 ‘쓰레기 문제’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볼 수밖에 없었던 세계의 쓰레기 문제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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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구의 쓰레기

1950년 전 세계에서 약 200만 톤이 생산되었던 플라스틱은 2000년에 이르러 2억 톤을 상회했다. 그리고 2020년 이 수치는 약 4억 톤으로 늘어났다. 첫 2억 톤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은 50년이었는데, 두 번째 2억 톤이 불어나는 데는 2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이중 60%에 가까운 상당량의 쓰레기가 자연으로 투기 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2017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올라온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 남짓. 우리 인류의 성장 기반이었던 ‘생산’과 ‘소비’는 자연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쓰레기 땅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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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의 주인은 누구인가

필리핀 마닐라만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을 찾았다.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오물과 쓰레기가 뒤엉킨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해마다 봄이 되면 무수히 떠밀려오는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치울 곳이 없어 마을 바깥에 쌓아둔 쓰레기 더미를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놀이터 삼아 놀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해류를 타고 쓰레기들이 마을을 덮친다. 치워 둘 곳도, 처리할 수단도 없다. 환경의 불평등은 가장 취약한 지역과 약한 사람들에게 먼저 시작된다.

2018년 중국이 전 세계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자 많은 선진국들은 쓰레기 컨테이너를 개발도상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필리핀도 그 중 하나. 선진국은 쓰레기를 치워 자국을 깨끗하게 할 목적으로, 또는 보다 저렴하게 처리할 목적으로 개도국으로 쓰레기를 보낸다. 문제는 개발도상국마저 이제 쓰레기 처리 불능 상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쓰레기처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개발도상국이라고 갖춰졌을 리 없다. 그럼에도 재활용도 되지 않는 쓰레기들이 가득 담긴 컨테이너는 재활용 자원으로 거짓 포장되어 개발도상국으로 향한다. 환경법 규제도 약하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하면 항만을 금세 통과할 수 있다. 그렇게 내륙 깊숙이 들어가면 그 나라의 쓰레기산이 되는 것이고, 비가 많이 오거나 태풍이 불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그 쓰레기들이 해류를 따라 떠돌아가 일정하게 누적이 되면 또다른 쓰레기산이 탄생한다. 오늘날 쓰레기산이 만들어지게 되는 기본 경로다. 어느 특정 국가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고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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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사라지게 하는 나라들

지구가 언젠가 쓰레기에 잠식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낙담하려던 찰나 가까운 곳에서부터 조금씩 희망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옆 나라 일본은 각 구마다 소각 에너지 발전소가 있기로 유명하다. 국가 전체 폐기물 매립률은 1% 이내로 수렴되고 몇몇 도시들은 매립률이 0%인 곳들도 있다. 그중 도쿄도의 무사시노시에 위치한 클린에너지센터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구청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의 분리수거체계도 우수한 편이지만 특히 클린에너지센터에서는 타는 쓰레기와 안 타는 쓰레기로 나누어 모으고 타는 쓰레기를 모두 소각한다. 쓰레기는 소각한 뒤 10%의 재가 남지만 에코 시멘트 회사로 보내 도심의 보도블록으로 재탄생 시켜 활용한다.

2019년에 방문한 일본 무사시노시 클린에너지센터(소각장) 입구

덴마크 코펜하겐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설치한 소각시설을 스키장으로 디자인하여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등 시민들의 환경교육의 장으로도 쓰이며 텃밭 가꾸기, 산책, 암벽등반 등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들 역시 다수 조성해 두고 있다. 또한 쓰레기가 타는 동안에 발생하는 뜨거운 열은 스팀으로 붙잡아 에너지로 거둬들이는 그린뉴딜 시설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유해가스와 악취문제는 기술력으로 커버해 오히려 쾌적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2017년부터 가동된 아마게르바케 소각시설. 스키장, 암벽등반, 산책길 조성 등은 2019년에 오픈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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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감수하면 생기는 일들

더불어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예로, 핀란드 마트 입구엔 자판기들이 설치되어 있다. 시민들은 장 보러 올 때 장바구니에 쓰레기를 가득 담아 온다. 하지만 그 쓰레기는 보증금이 붙어 있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재활용 가능 자원이 된다. 우리나라엔 쓰레기에 돈이 붙는 경우는 병 뿐이다. 그러나 핀란드를 비롯한 영국, 네덜란드 등 최근 유럽 국가들은 페트병에도, 캔에도 보증금을 붙이고 있다. 시민들에게 잘 버려 달라고 읍소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버리는 구조다. 혹시라도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건 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판매자가 수거도 책임지도록 하고 있는 핀란드는 마트마다 입구에 자판기를 설치해두고 페트병이나 캔 당 대략 200원의 보증금이 붙어 있다. 상당량을 넣으면 그 돈으로 장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르완다는 가장 강력한 비닐봉지 억제 정책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행할 때 국경을 지나다 비닐봉지를 르완다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빼앗긴 기억도 생생하다. 2007년 동아프리카 홍수의 원인으로 하수구를 막은 비닐봉지가 지목되며 비닐봉지 생산, 수입, 유통, 판매, 사용을 모두 금지시켰다. 종이가방이나 천 가방을 사용하는 등 실생활의 변화들을 수용하며 사는 이들의 모습에서 ‘불편함을 조금씩 감수해야 자연과의 공존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

초록삼선슬리퍼를 담았던 봉지, 바나나 등 식량을 담았던 봉지까지 모두 빼앗긴 르완다 국경을 넘어 도착한 키갈리 버스터미널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시는 25만 명을 전후한 인구가 살아가는데, ‘프라이부르크 컵’ 프로젝트를 통해 개별 커피숍의 테이크아웃 컵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개별 커피 브랜드 마크를 넣은 컵이 아닌, 도시 컵 브랜드를 넣어 재사용 컵 사용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모델이 잘 정착되면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컵 쓰레기를 애초에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 우리도 대한민국 컵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라이부르크 컵은 150여 개의 카페와 빵집에서 테이크아웃용 컵으로 사용되며, 특히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이제는 환경 선진국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도시화의 행렬에 따라 쓰레기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한번 생산하고 소비 후 바로 폐기되는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망치고 인간에게도 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니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생산·소비·수거·폐기 전 단계에서의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전 세계의 바다로 쓰레기가 유입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은 우리와 가까운 동남아시아 바다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최근 관광대국 아랍에미리트에 일본의 제조 대기업 히타치가 소각 에너지 발전소를 짓기로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역시, 환경분야에서도 세계가 지향해야 할 모델을 만들고 동남아시아 도시들에 적극 진출해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나라가 아니고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지구 인류에 기여하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이동학 대표는 2년 반 동안의 지구 유랑을 통해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를 전 지구적으로 탐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생산·소비된 쓰레기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자연으로 마구 버려지는 모습을 보며 심각성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한 <쓰레기책>을 쓴 저자이자 지구·해양 쓰레기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쓰레기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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