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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 특집> 당신이 모르는 지구의 진짜 모습

21세기 지구환경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가 몰랐던 지구의 본 모습과 더욱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사람답게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

지구를 사랑하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지구의 날’이라는 기념일이 정해져 있을 정도다. 그런데 나는 지구를 사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선 사람도 지구의 일부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깊게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지구를 사랑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종종 사람은 지구와 관계없이 별도로 떨어진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거나, 막연히 사람의 삶과 지구의 건강은 반대라는 식의 생각을 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이 이어지면 자연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 것이고 기술 발전은 항상 환경 보호와 반대되는 것이라는 느낌을 무심코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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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본 모습’으로 되돌리자고? 진짜?

그런데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 지구의 본 모습이란 무엇일까? 지구가 처음 탄생했던 시대를 명왕누대(冥王累代) 라고 한다. 명왕누대 시기의 지구는 우리가 아는 지구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최초의 생명이 탄생한 시기라고 하는 그 다음 시대, 시생누대(始生累代)만 하더라도 지구는 지금과 너무 달랐다. 일단 이 시기, 지구의 공기 속에는 산소가 없었다. 대기의 산소 때문에 생기는 오존층도 없었다. 생명을 해치는 무시무시한 자외선이 우주에서 그대로 지구 표면으로 내려꽂히고 있었다.

지구가 탄생한 46억~40억 년 전의 시기인 명왕누대(왼쪽), 40억~ 25억 년 전의 시상누대(오른쪽) 시기 지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땅에서는 사람이 숨을 쉴 수도 없고, 햇빛을 견디며 지내기도 어렵다. 당연히 사람이 먹을 풀이나 과일 같은 것도 없다. 온 세상은 그저 황무지일 뿐이었고, 지금보다 지각 변동이 훨씬 활발하여 세상은 지진과 화산으로 덮여 있었다. 그것이 애초의 지구 모습이다. 지구에 산소가 생겨난 것은 그 후에 지구의 물이 세균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바뀐 후다. 그 많은 세균이 광합성을 하면서 몇 억 년 동안 산소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지구의 본 모습을 찾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 지구의 산소를 모조리 없애고 오존층을 파괴해야 하며 온 땅을 황무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대를 좀 바꿔도 비슷한 이야기를 더 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생각할 때 나무가 우거지고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들판이나 숲을 흔히 떠올린다. 그런데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개 *속씨식물을 말하는데, 속씨식물이 지금처럼 다양하게 진화하여 퍼진 것은 공룡시대라고 하는 중생대 중반 이후의 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초기 공룡들이 걸어 다니던 시대에는 꽃도 없었고 나무들 중에서도 속씨식물로 분류되는 것들 다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것이 없어야 공룡시대 초기의 지구 풍경이 된다. 하지만 지구의 본 모습을 찾아 주어야 한다면서, 꽃을 모조리 없애자는 이야기를 할 수야 없다.

*속씨식물: 꽃이 피어 맺은 열매 속에 씨앗이 들어있는 식물군.

초기 공룡시대의 지구는 꽃이나 나무를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사막과도 같았다.

사람이 지상에 출현한 이후의 변화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과학자들은 빙하기의 서해가 육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빙하기 이후 그 넓은 평원에 물이 밀려드는 홍수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본 모습을 찾아 주기 위해 서해 물을 다 빼내야 하는가? 혹은 계속해서 서해안에 거대한 홍수가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지구의 모습인가?

지구의 원래 진정한 본 모습을 하나로 정하기는 어렵다. 지구는 긴 세월 동안 계속해서 변화해 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나고 사라졌다. 우리가 싱그러운 자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중에서 사람에게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어떤 한 가지 모습일 뿐이다. 사람은 다양한 꽃과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쉽게 식량으로 쓸 수 있는 열매를 얻을 수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식수를 얻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으니, 그런 풍경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본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좋은 자연이라고 무심코 느끼는 것은 사람과 상관없이 정답으로 정해져 있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사람이 살기 좋고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자연의 모습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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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과학이 지구를 망친다?

수소 · 연료전지 기술 개발, 해상풍력 재생에너지 사업 등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나아가 오염된 지구 환경을 개선하고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게 물려주는 것을 가능케 한다.

그런 만큼,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환경의 어떤 모습과 자연의 어떤 변화가 과연 사람에게 정말로 좋은 것이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알아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렇게 알아낸 지식대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의 과학과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이 지구의 적’이라는 식으로 단정하거나, 과학이 자연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되려 노력과 기술 없이 그냥 대충 내버려둬 환경이 황폐화되는 경우는 흔하다. 조선시대, 전통 방식으로 사람들이 사는 동안 나무를 마구 베어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한국의 산이 온통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던 것은 유명하다. 1710년 음력 9월 5일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보면, 이때 서울 주변을 둘러싼 동서남북의 네 산이 민둥산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산에 나무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광복 이후, 국민들이 힘을 다해 나무를 심고 과학적으로 잘 가꾸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여전히 식목일이 며칠인지 기억하고 있는데, 세상에 식목일 날짜를 아는 국민 비율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세계에 몇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환경 보호를 위해 환경을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하면 저절로 좋게 될 거라는 발상은 부족하다. 사람의 손때만 묻지 않으면, 혹은 예스러운 전통 방식대로 살기만 하면 무조건 좋을 거라는 생각보다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환경 보호를 제대로 해낼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좋은 자연 풍경이라고 느끼는 그 모습을 지킬 수 있고, 사람이 자연 속에서 지속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정말로 좋은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지, 사회가 노력을 기울여 자연을 끊임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하면서 보호를 위한 방법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람이 이해하고, 연구하고, 공유하고, 대책을 찾아 실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구를 사랑한다고 하면, 혼자서 깊은 산에 들어가 장작 패며 사는 사람 이야기가 TV 화면에 자주 나오는데, 그 못지않게 굴뚝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설비를 만드는 노동자가 지구에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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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던 강이 살아난 비결은?

나는 한국의 도시 울산이 세계 어느 곳보다도 기술을 통해 환경을 회복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울산 시내를 흐르는 태화강의 오염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였다. 태화강의 수질이 너무 낮고, 오염물질이 가득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우스갯소리처럼 당시 지역 아이들 사이에 돌던 이야기 중에, ‘태화강 물에 한 번 빠지면 그 독이 몸에 올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고도 한다.

1996년 당시 태화강의 수질(BOD 11.3mg/l)은 공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오염되어 있었다. (출처: 태화강 국가정원)

그러나 울산 시민들은 그 태화강을 맑게 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대단히 열심히 노력했다. 포기하지 않고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렇다고 태화강 물을 맑게 하기 위해서 울산 시민들이 도시를 모두 파괴하고 버려둔 채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울산의 인구는 그동안 더 많이 늘었다. 울산 주변의 공업단지는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발전했다.

시민들은 그 와중에 강물을 살펴보기 위해 측정하고 실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강물을 오염시키는 물질을 정화하기 위한 설비를 보충하고, 물을 더 맑게 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도입했다. 그 덕에 태화강은 30년 동안 꾸준히 수질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요즘에는 전국의 어느 대도시 중심을 흐르는 강보다도 단연 더 맑다고 할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다양한 야생동물이 풍부하게 서식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이 느긋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2015년에는 그 수질이 1급수 판정을 받기도 했다. 1급수라면 먹는 물과 별 차이가 안 날 정도로 대단히 맑은 물이다. 전국은 물론, 전 세계의 대도시 중에서 시내를 지나는 강물이 이 정도로 맑은 곳은 드물다. 그러면서도 울산은 여전히 한국 제1의 공업도시다.

2005년, 울산은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태화강 살리기 사업에 돌입하였다. (출처: 태화강 국가정원)

‘태화강의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가’ 하는 주제는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켜 나가는 방법에 대해 세계가 같이 관심을 두고 살펴볼 만한 내용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 짧은 식견으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정답이라고 간단히 결론을 낼 수야 없는 문제다. 그렇지만 사람의 삶, 기술과 자연을 따로 분리해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자연 속에서 사람이 기술을 활용하면서 사람도 함께 더 잘 살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려는 태도가 그 출발점이라는 생각 정도는 이야기해 보고 싶다.

사람이 지능을 갖고 기술을 개발하는 동물로 지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의 지혜를 이용해서 환경을 더 잘 알기 위해 항상 더 노력하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의 모습에 걸맞게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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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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