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우제가 보여준 반도체 경쟁의 본질

SK에코플랜트의 생성형 AI를 활용해 요약·편집한 내용입니다
AI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용수와 전력 등 도시 규모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쟁의 핵심도 기초 자원들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 인프라 구축 역량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번 칼럼에서는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기초 인프라가 왜 중요한지와 함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SK에코플랜트의 역할을 살펴본다.


(출처: 클립아트 코리아)


농업의 물에서 반도체의 물로

<<조선왕조실록>> 1449년 음력 5월 29일 기록을 보면 조선 조정에서 호랑이 머리를 구했다는 대단히 이상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호랑이 머리를 구해서 도대체 무엇에 썼을까? 심지어 기록에 따르면 조선 조정은 힘들게 구했을 호랑이 머리를 지금의 서울 광진구 근처 한강변인 양진이라는 곳으로 가서 그것을 한강물에 담그는 이상한 행위를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한 이유는 그 때 비가 너무 오지 않아 가뭄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강물에 사는 용이 비를 내려 줄 수 있는 마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용은 예로부터 호랑이와 싸우곤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호랑이 머리를 강물에 담그면 어떤 식으로든 용이 자극을 받아서 비를 내려 줄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당시 조선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농업에 매달려 있었으니 농사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이때 당시 조선의 임금은 세종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아무리 미신을 싫어하고 과학을 좋아하는 세종 임금이라고 하더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호랑이 머리를 한강물에 담가 보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572년이 지난 2021년, 대만 사람들이 “위슈이마(雨水媽) 불당”이라는 곳에 모여 2시간 가량 간절한 마음으로 기우제를 지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어찌나 기우제에 대만 사람들이 공을 많이 들였는지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숫자만 3천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해 대만 가뭄이 56년 만에 오는 최악의 가뭄이라고 해서 유독 심각하기는 했는데, 지금 와서 돌아 보자면 그렇게 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대만 사람들이 비를 바랐던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대만 강타한 최악 가뭄…애플·테슬라가 기우제를? (출처: MBC NEWS 공식 유튜브 채널)

바로 반도체다.

애초에 물로 만드는 음식이나 음료에 비하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 물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완성된 반도체를 보면 그냥 플라스틱 껍데기 속에 여러 가지 금속 원소들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의외로 반도체 공장 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일단 정밀한 반도체 가공 과정을 위해서 여러 재료를 대단히 깨끗한 물로 씻어 내는 작업이 항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외에도 각종 정비와 설비를 식히기 위한 물도 만만찮게 필요하다. 그렇기에 충분한 양의 물을 꾸준히, 많이 구하지 못하면 어이없게도 반도체 공장이 멈춰버린다.

그래서 2021년 대만에서는 어느 때 보다 간절하게 비가 필요했다. 2020년대의 대만은 한국 이상으로 발달한 반도체 산업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대만 경제가 반도체 산업에 의존하는 정도는 보기에 따라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그해 3월에는 대만 총통이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서 “정부는 물을 절약하고 물 할당량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발언하며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15세기 조선 시대 사람들이 나라 전체의 경제가 달려 있는 농업을 위해 호랑이 머리를 구했던 것처럼, 21세기 대만 사람들도 대만 경제 전체가 달려 있는 반도체 산업을 위해 그토록 간절하게 기우제를 지냈던 것이다.

 

AI 시대, 반도체 공장은 왜 점점 거대해지는가

물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물 못지 않게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중요한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전기다. 반도체는 그 자체가 최첨단 기술 산업에 사용하는 전자 제품이기도 하지만, 그 반도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도 거대한 첨단 전자 장비들을 쉴 새 없이 활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반도체 생산을 위해 충분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그 많은 전기를 항상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선풍기 하나를 돌리기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다가 집안의 전기 배선이 불안해서 0.1초 정도 잠깐 전기가 끊겼다가 다시 들어왔다고 치자. 이런 정도의 일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가 끊겼는지 알 지도 못한다. 0.1초 정도 전기가 끊겼다고 갑자기 돌던 선풍기가 확 멈춰서는 것도 아니고 바람은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밤에 전등을 쓰고 있는데 0.1초 정도 전기가 끊긴다면 순간 방 안이 깜빡일 테니 전기가 끊기는 지의 여부는 알 수는 있겠지만 생활에 별 불편은 없을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 2월 조성 완료한 청주 M15X 팹 모습.

그러나 만약에 데스크톱 컴퓨터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다가 0.1초 전기가 끊긴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컴퓨터가 갑자기 꺼졌다가 다시 켜질 테니 다시 처음부터 물건을 사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순간 정전이라고 하는데, 수많은 디지털 장비와 정밀 기계가 오차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반도체 공장에서는 0.1초의 기계 오류면 온갖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수 천만 원, 수 억원어치의 재료가 망가져서 불량이 생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장비가 망가지고 그 장비를 고치기 위해 한 구역 전체를 멈추고 오랜 시간 복구 작업을 해야 할 위험도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반도체 공장에는 다른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항상 끊임없이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된다는 보장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날이 갈 수록 충분한 물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반도체 공장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해야 하는 물과 전기의 양 역시 그대로 같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말에 정부에서는 지방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사업에 800조 원 정도의 돈이 투자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800조 원 정도면 얼마 정도의 돈일까? 보통 쇳덩어리에 황금을 입히기 위해서 도금을 할 때 5μm(마이크로미터, 1μm=0.001mm)에서 10마이크로미터 정도의 두께로 도금을 한다고 하는데, 만약 800조 원으로 황금을 사서 경부고속도로에 금칠을 한다고 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전체 차선에 모두 번쩍번쩍 빛나게 황금을 다 입히고도 한참 남는다.

이 정도로 대단한 규모의 반도체 공장 단지가 필요한 까닭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인공지능 기술로 세상이 완전히 바뀌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기술 문명의 풍경이 도로마다 자동차와 빌딩이 가득찬 모습이었다면,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의 풍경은 그 모든 자동차들이 저마다 컴퓨터가 운전을 도와주는 자율주행차로 바뀌는 모습이다. 미래에는 도시 곳곳에서 언제나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로봇과 인공지능 자동 장치들이 마치 전기나 수도처럼 사회의 기본 시설로 갖추어져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미래가 찾아오면 그 많은 인공지능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진다. 모르긴 해도 이런 시대가 오면 도시를 짓기 위해 볼트와 너트가 필요한 것만큼이나 많은 반도체들이 세상에 뿌려져야 할 것이다. 하물며 당장 치열한 반도체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더 효율이 좋은 더 큰 설비를 이용해서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반도체 공장의 규모는 이미 거대하며 지금 더 거대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더 거대해질 전망이다.

 

도시 하나가 움직여야 반도체를 만든다

이미 경기도 용인에 SK에코플랜트가 건설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의 예를 들면 부지 규모만 여의도의 약 1.4배, 축구장 600개를 합쳐 놓은 넓이이고 건설되는 공장 건물의 높이는 40층가량 되는 아파트 보다도 높을 정도다. 이런 거대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 나면 거기에 수많은 재료와 부품을 끊임없이 투입해서 24시간 멈춤 없이 가동하여 인류가 문명의 역사상 개발한 가장 정밀한 제품인 반도체가 쏟아지는 생산되어야 한다. 이것이 반도체 사업의 목표다.


SK에코플랜트가 조성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현장 모습.

이만한 일을 해 내려면 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방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계획에 따라 그만한 자원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과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변화 속도는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이런 건설과 시설 확보 작업이 아주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때도 많다.

그런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체에 필요한 물이 2035년 기준으로 하루 68만 7천 톤이라고 추정했다. 일반 가정에서 한 사람이 하루 생활에 소비하는 물의 양을 우리나라에서는 약 200L(리터)로 추정하므로 이것은 약 34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소비하는 물에 가깝다. 그 말은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의 인구가 소비하는 것보다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정도의 물이라면 전국 모든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총동원해서 기우제를 지낸다고 해도 그냥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바라봐서는 얻어 낼 수가 없다. 같은 자료에서 전기는 최대 15GW(기가와트)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는데 현재 한국의 평균적인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대개 1GW라고 하므로 이것은 원자력 발전소 15기 만큼의 전기를 반도체 공장 단지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숫자들을 보면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이란 더 이상 제품 하나를 잘 만들기 위한 설계도를 누가 잘 만들 수 있느냐 정도의 다툼이 아니다. 크게 보면 회사 하나가 잘 한다고 이길 수 있는 싸움도 아니다. 거대한 반도체 공장을 밑바닥에서 떠받칠 수 있는 산업계 전체의 실력, 도시 전체의 효율을 놓고 물과 전기라는 가장 원초적인 자원을 겨루는 것이 반도체 경쟁이 되는 상황으로 흘러 가고 있다. 댐과 상수도관을 설계하는 큰 문제에서부터 물을 아껴 쓰는 작은 문제까지 온갖 문제들을 다같이 풀어 나가야 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 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정해서 어떻게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효율적인 계획과 실행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에 미래 전략의 성패가 달려 있다.

 

반도체 경쟁의 승부처는 인프라

여기에 더해 그 계획대로 산업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경험과 기술을 얼마나 갖추었느냐 하는 문제가 그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수처리시스템(WWT) 조성 현장.

예를 들면,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대단히 깨끗한 수준의 물을 생산하고 한 번 사용한 물을 또 재활용하는 고도의 수처리 기술 개발에 진작부터 투자해 왔다. 그 결과, 팹 전용 대규모 수처리시스템(WWT, Water Waste Treatment) 구축 역량과 사용된 용수를 90% 이상 재이용 가능한 독자 기술 CSRO(Circle Sequence Reverse Osmosis)까지 확보해 상용화를 준비중에 있다. 복잡한 전력망 연결을 비롯한 정밀한 시공이 필요한 반도체 공장 건설 분야에 대해서도 방대한 경험을 쌓아 왔다. 또한, 연료전지(SOFC)를 통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량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이 24시간 전력공급이 끊기지 않고 필요한 반도체 공장 운영을 떠받치는 인프라가 된다.


사용된 물을 90% 이상 재이용 가능하도록 설계한 SK에코플랜트의 고성능 수처리 기술 CSRO 이미지.

기술의 힘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서 미래에 필요한 다양한 인프라 확보를 우리 산업계가 주도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한국의 미래를 건 이런 방대한 규모의 투자는 마침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바로 그 기술의 힘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용에게 비는 기우제보다도 더욱 확실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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