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새로운 광산, 서버를 캐는 시대
(출처: 클립아트 코리아)
인류는 오랫동안 땅속에서 미래를 캐왔다. 철과 구리, 금과 희토류를 얻기 위해 산을 파고, 그 광물로 산업을 일으켰다. 그런데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혀 다른 광산이 등장했다. 이 광산은 산속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안에 있고, 그 광석은 흙이 아니라 수명이 다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다. 미래 자원을 캐는 장소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서버는 왜 ‘도시광산’인가
생성형 AI의 확산은 전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에 불을 붙였다. 모델이 커질수록 더 많은 GPU와 서버가 필요하고, 성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장비 교체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이는 AI 인프라가 확대될수록 일정 시간이 지난 서버와 IT 장비 역시 빠르게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5~6년을 쓰던 서버가 이제는 훨씬 빠르게 교체되고, 그만큼 대량의 IT 자산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 서버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자원이 응축된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
서버 한 대에는 고성능 반도체와 함께 금, 은, 구리, 팔라듐,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이 담겨 있다. 모두 AI 반도체와 첨단 전자산업의 필수 소재이지만, 공급은 소수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공급망이 흔들린다. 원자재 확보가 곧 산업 경쟁력의 전제가 된 시대에 이 취약성은 곧 안보의 문제다.
전자폐기물에서 회수한 금가루를 금괴로 만든 모습. 장소는 SK테스 리사이클링 공장 (출처: SK에코플랜트 유튜브)
바로 이 지점에서 사용을 마친 IT 자산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것은 전자폐기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 미래 산업을 떠받칠 또 하나의 '도시광산(Urban Mine)'이다. 땅속 광산이 유한하고 특정 지역에 묶여 있는 반면, 도시광산은 데이터센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형성된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도시광산의 규모 역시 함께 커진다. 즉 AI 인프라가 확장될수록 새로운 자원 기반을 축적할 수 있는 이 광산도 함께 커지는 셈이다.
실제로 전 세계 전자폐기물은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으며, 그 안에 담긴 금속 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실제로 회수·재활용되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버려지던 자원을 체계적으로 되살릴 수만 있다면 그 자체가 거대한 미개척 시장인 것이다. 도시광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환경적 당위 때문만이 아니라 분명한 경제적 실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특히 절실하다. 한국은 반도체와 전자산업 강국이면서도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만큼 도시광산은 자원 빈국이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자원 기반이자, 핵심 광물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자산이다. AI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 그 안에서 순환되는 IT 자산은 우리가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AI 산업을 말할 때 우리는 대개 GPU 확보와 전력, 데이터센터 건설에 주목한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사용한 IT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되살리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새 장비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뿐 아니라, 기존 자원을 얼마나 오랫동안 안전하고 가치 있게 순환시키느냐에서 갈린다.
AI 시대의 순환경제와 ITAD
이 변화의 한가운데 ITAD(IT자산처리, IT Asset Disposition)가 있다. ITAD 서비스는 수명을 다한 IT 자산의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장비는 다시 시장에 공급하며,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장비는 소재 단위까지 회수해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되돌리는 전 과정을 뜻한다. 다시 말해 데이터 보안과 자원 순환을 동시에 실현하는 AI 시대의 핵심 순환 설루션이다.
(출처: 어도비 스톡)
과거의 IT 자산 관리가 '폐기'를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가치 회수'가 목적이다. 사용 기간이 끝난 서버라도 메모리와 저장장치, 전원장치 등 상당수 부품은 새로운 시스템이나 다른 용도의 IT 환경에서 다시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재사용을 통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이후 재활용을 통해 핵심 자원을 회수하는 것이 IT 자산 순환의 핵심이다. 재사용이 어렵더라도 금속과 희귀 자원을 고순도로 회수하면 반도체와 전자제품 생산에 재투입할 수 있다. 자원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푸는 순환경제의 대표적 사례다. 새 광물을 캐는 것보다 이미 뽑아낸 자원을 다시 쓰는 편이 환경 부담도, 공급 불안도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규범과도 맞물려 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은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과 자원 순환을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탄소 배출과 자원 사용에 대한 공시 의무도 넓어지고 있다. 이제 자원을 순환시키는 역량은 선택적 미덕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여기에 보안이라는 조건이 더해진다. 서버를 교체할 때 남아 있던 데이터가 유출된다면 기업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AI 학습·추론에 쓰인 데이터센터에는 민감 정보가 대량으로 축적되어 있어, 자산 처리 과정 자체가 하나의 보안 위험 지점이 된다. 그래서 ITAD는 데이터 보안과 자원 순환을 동시에 해결하는 AI 인프라의 핵심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완전한 데이터 삭제와 검증, 국제 표준에 따른 처리, 투명한 추적 관리 체계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운영의 기본 요건이 될 것이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의 미국 데이터센터 전용 ITAD 공장에서 작업자가 데이터센터 서버를 분해하고 있는 모습
다만 이러한 순환 체계는 시장에만 맡겨 두어서는 온전히 작동하기 어렵다. 데이터 삭제의 신뢰성을 담보할 표준과 인증, 재사용·재활용 자산의 품질과 이력을 검증할 제도, 그리고 순환을 유도할 인센티브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산업으로 자리 잡는다.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IT 자산 순환의 규범과 기반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한 순환의 틀을 먼저 마련하는 나라가 이 시장의 규칙을 쓰게 될 것이다.
결국 국가 경쟁력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 데이터센터가 쏟아내는 막대한 IT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환시켜 다시 산업에 투입하느냐가 새로운 척도가 된다. AI 인프라가 커질수록 IT 자산 순환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이 시장을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자원·보안·지속가능성의 세 축에서 앞서 나가게 된다.
순환형 AI 인프라를 향하여
이런 관점에서 SK에코플랜트가 구축하는 AI 인프라 밸류체인은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센터 설계·구축부터 반도체 소재 공급, 사용이 끝난 IT 자산의 재사용·재활용까지 연결하는 구조는 AI 인프라의 도입부터 운영, 순환에 이르는 전생애주기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통합하는 시도다. 개별 단계를 각각의 사업자가 맡던 기존 방식과 달리, 구축과 순환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작업 현장 모습.
특히 글로벌 ITAD 전문기업 SK테스의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 삭제, 자산 재사용, 자원 회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AI 시대가 요구하는 순환형 인프라 모델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서 사용을 마친 IT 자산이 안전한 데이터 삭제를 거쳐 다시 산업 내 재사용되며 최종적으로 자원 회수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AI 인프라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합형 접근은 국가 차원의 자원 안보와 데이터 보안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앞으로 AI는 더 많은 서버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AI 인프라의 경쟁력은 더 많은 서버를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사용한 IT 자산을 얼마나 오래 활용하고, 안전하게 순환시키며, 그 안의 자원을 다시 산업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이 땅속 광산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AI 혁명은 데이터센터 안의 도시광산을 중심으로 성장한다. 버려진 서버는 이제 폐기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원이며, IT 자산의 순환은 AI 인프라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어떤 광산을 어떻게 캐느냐가 다음 시대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이원태 교수는 (현)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민간위원 겸 보안특별위원장, (현) 양자보안포럼 회장, (현)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디지털IT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 (전)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연구교수,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 (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AI 정책과 정보보호를 비롯해 국가 AI 전략,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AI 안전·보안, 디지털 거버넌스 분야를 연구하며 정부와 산업계의 정책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보안정책, AI지정학 등 지속가능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연구 및 대외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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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는 왜 ‘도시광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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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한 대에는 고성능 반도체와 함께 금, 은, 구리, 팔라듐,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이 담겨 있다. 모두 AI 반도체와 첨단 전자산업의 필수 소재이지만, 공급은 소수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공급망이 흔들린다. 원자재 확보가 곧 산업 경쟁력의 전제가 된 시대에 이 취약성은 곧 안보의 문제다.
전자폐기물에서 회수한 금가루를 금괴로 만든 모습. 장소는 SK테스 리사이클링 공장 (출처: SK에코플랜트 유튜브)
바로 이 지점에서 사용을 마친 IT 자산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것은 전자폐기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 미래 산업을 떠받칠 또 하나의 '도시광산(Urban Mine)'이다. 땅속 광산이 유한하고 특정 지역에 묶여 있는 반면, 도시광산은 데이터센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형성된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도시광산의 규모 역시 함께 커진다. 즉 AI 인프라가 확장될수록 새로운 자원 기반을 축적할 수 있는 이 광산도 함께 커지는 셈이다.
실제로 전 세계 전자폐기물은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으며, 그 안에 담긴 금속 자원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실제로 회수·재활용되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버려지던 자원을 체계적으로 되살릴 수만 있다면 그 자체가 거대한 미개척 시장인 것이다. 도시광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환경적 당위 때문만이 아니라 분명한 경제적 실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특히 절실하다. 한국은 반도체와 전자산업 강국이면서도 핵심 광물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만큼 도시광산은 자원 빈국이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자원 기반이자, 핵심 광물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자산이다. AI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 그 안에서 순환되는 IT 자산은 우리가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AI 산업을 말할 때 우리는 대개 GPU 확보와 전력, 데이터센터 건설에 주목한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사용한 IT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되살리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새 장비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뿐 아니라, 기존 자원을 얼마나 오랫동안 안전하고 가치 있게 순환시키느냐에서 갈린다.
AI 시대의 순환경제와 ITAD
이 변화의 한가운데 ITAD(IT자산처리, IT Asset Disposition)가 있다. ITAD 서비스는 수명을 다한 IT 자산의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장비는 다시 시장에 공급하며,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장비는 소재 단위까지 회수해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되돌리는 전 과정을 뜻한다. 다시 말해 데이터 보안과 자원 순환을 동시에 실현하는 AI 시대의 핵심 순환 설루션이다.
(출처: 어도비 스톡)
과거의 IT 자산 관리가 '폐기'를 목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가치 회수'가 목적이다. 사용 기간이 끝난 서버라도 메모리와 저장장치, 전원장치 등 상당수 부품은 새로운 시스템이나 다른 용도의 IT 환경에서 다시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재사용을 통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이후 재활용을 통해 핵심 자원을 회수하는 것이 IT 자산 순환의 핵심이다. 재사용이 어렵더라도 금속과 희귀 자원을 고순도로 회수하면 반도체와 전자제품 생산에 재투입할 수 있다. 자원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푸는 순환경제의 대표적 사례다. 새 광물을 캐는 것보다 이미 뽑아낸 자원을 다시 쓰는 편이 환경 부담도, 공급 불안도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규범과도 맞물려 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국은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과 자원 순환을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의 탄소 배출과 자원 사용에 대한 공시 의무도 넓어지고 있다. 이제 자원을 순환시키는 역량은 선택적 미덕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여기에 보안이라는 조건이 더해진다. 서버를 교체할 때 남아 있던 데이터가 유출된다면 기업은 물론 국가 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AI 학습·추론에 쓰인 데이터센터에는 민감 정보가 대량으로 축적되어 있어, 자산 처리 과정 자체가 하나의 보안 위험 지점이 된다. 그래서 ITAD는 데이터 보안과 자원 순환을 동시에 해결하는 AI 인프라의 핵심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완전한 데이터 삭제와 검증, 국제 표준에 따른 처리, 투명한 추적 관리 체계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운영의 기본 요건이 될 것이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의 미국 데이터센터 전용 ITAD 공장에서 작업자가 데이터센터 서버를 분해하고 있는 모습
다만 이러한 순환 체계는 시장에만 맡겨 두어서는 온전히 작동하기 어렵다. 데이터 삭제의 신뢰성을 담보할 표준과 인증, 재사용·재활용 자산의 품질과 이력을 검증할 제도, 그리고 순환을 유도할 인센티브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산업으로 자리 잡는다.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IT 자산 순환의 규범과 기반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한 순환의 틀을 먼저 마련하는 나라가 이 시장의 규칙을 쓰게 될 것이다.
결국 국가 경쟁력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 데이터센터가 쏟아내는 막대한 IT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순환시켜 다시 산업에 투입하느냐가 새로운 척도가 된다. AI 인프라가 커질수록 IT 자산 순환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이 시장을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자원·보안·지속가능성의 세 축에서 앞서 나가게 된다.
순환형 AI 인프라를 향하여
이런 관점에서 SK에코플랜트가 구축하는 AI 인프라 밸류체인은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센터 설계·구축부터 반도체 소재 공급, 사용이 끝난 IT 자산의 재사용·재활용까지 연결하는 구조는 AI 인프라의 도입부터 운영, 순환에 이르는 전생애주기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통합하는 시도다. 개별 단계를 각각의 사업자가 맡던 기존 방식과 달리, 구축과 순환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테스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작업 현장 모습.
특히 글로벌 ITAD 전문기업 SK테스의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 삭제, 자산 재사용, 자원 회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AI 시대가 요구하는 순환형 인프라 모델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서 사용을 마친 IT 자산이 안전한 데이터 삭제를 거쳐 다시 산업 내 재사용되며 최종적으로 자원 회수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AI 인프라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합형 접근은 국가 차원의 자원 안보와 데이터 보안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앞으로 AI는 더 많은 서버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AI 인프라의 경쟁력은 더 많은 서버를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사용한 IT 자산을 얼마나 오래 활용하고, 안전하게 순환시키며, 그 안의 자원을 다시 산업으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이 땅속 광산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AI 혁명은 데이터센터 안의 도시광산을 중심으로 성장한다. 버려진 서버는 이제 폐기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원이며, IT 자산의 순환은 AI 인프라의 지속가능성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어떤 광산을 어떻게 캐느냐가 다음 시대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이원태 교수는 (현)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민간위원 겸 보안특별위원장, (현) 양자보안포럼 회장, (현)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디지털IT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 (전)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연구교수,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 (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AI 정책과 정보보호를 비롯해 국가 AI 전략,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AI 안전·보안, 디지털 거버넌스 분야를 연구하며 정부와 산업계의 정책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보안정책, AI지정학 등 지속가능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연구 및 대외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