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 특수가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보이지 않는 병목, 반도체를 멈추는 것
반도체 산업을 이야기할 때 흔히 ‘칩 성능’이나 ‘미세 공정’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생산 현장에서 그만큼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소재 공급망, 그중에서도 특수가스다.
반도체 공장은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수백 개 이상의 공정이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각 공정이 정해진 타이밍과 조건 속에서 조화를 이뤄야만 완성도 높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십 종의 가스 역시 공정마다 일정한 품질로 공급돼야 하며, 단 하나라도 지연되거나 순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전체 흐름이 흔들리듯 공정이 멈출 수 있다.
특히 필수 특수가스는 국가 간 갈등이나 공급 차질 시 생산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숨은 병목’으로 꼽힌다. 반도체 제조의 중심에는 이러한 정밀한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소재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산업용 가스 전문 기업 SK에어플러스의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가스들이 배관과 탱크로리를 통해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 현장으로 운반되고 있다.
왜 가스가 핵심인가?
반도체 제조 공정은 ‘가스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각 공정에서 요구되는 기능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공정의 정밀도와 칩의 성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식각 공정 장비 (출처: Lam Research 홈페이지)
먼저 세정(Cleaning) 공정에서는 하이드로플루오릭(HF) 가스와 오존(O₃) 등을 활용해 공정 중 발생한 미세 오염물과 잔여물을 제거한다. 특히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극미량의 불순물도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정 가스는 다음 공정의 안정성과 전체 수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증착(Deposition) 공정에서는 화학적 기상 증착(CVD)이나 원자층 증착(ALD) 방식으로 가스를 반응시켜 웨이퍼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질소(N₂), 암모니아(NH₃), 텅스텐 헥사플루라이드(WF₆) 등 다양한 가스가 절연막과 금속 배선을 구성하는 데 활용되며, 이때 가스의 순도와 조성은 막의 균일성과 전기적 특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극자외선 노광(EUV Lithography) 공정에서는 네온(Ne), 크립톤(Kr), 제논(Xe)과 같은 희귀가스가 레이저 광원 생성에 사용된다. 이들 가스는 대체 자체가 어려워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식각(Etching) 공정에서는 플루오린계 가스(CF₄, SF₆, HF 등)가 플라즈마 상태에서 반응해 실리콘 산화막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며 회로 패턴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가스의 반응성, 농도, 균일성은 나노 단위 패턴의 정확도를 결정하며,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이러한 제어 능력은 실제 양품을 생산하는 비율인 수율(收率)과 직결된다.
이처럼 반도체 공정은 다양한 가스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정밀하게 맞물려 완성되는 구조다. 즉, 반도체는 여러 종류의 가스가 모여 만든 결정체 덩어리다.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가스의 순도, 반응성, 공급 안정성은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공급망 리스크로 드러난 ‘가스’의 전략적 중요성
반도체 특수가스의 중요성은 공급망 리스크와 맞물리며 더욱 크게 드러난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는 반도체 소재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식각가스)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생산 차질 우려에 직면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과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반도체 소재와 가스 분야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EUV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Ne), 크립톤(Kr), 제논(Xe) 등 희귀가스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긴장이나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공급망을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제조시설에 위치한 특수가스 설비 모습(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리스크를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만들었다. 우크라이나는 네온가스의 주요 공급국이다. 전쟁으로 인해 네온가스 공급이 급감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특정 지역에 집중된 가스 공급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가스 공급망 일부는 에너지 및 화학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에너지 시장 변동은 곧 반도체 공정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원유 공급이 막히면서 불화수소(HF), 아르곤(Ar), 헬륨(He) 등 석유·석유화학 기반 가스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반도체 산업은 다양한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안정적인 가스 확보와 공급망 운영 능력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산업용 가스 생산 및 공급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의 역할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가스 생태계’로 확장되는 반도체 경쟁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이제 소재 공급망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특수가스는 공정의 정밀도와 생산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산업 전반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SK레조낙의 식각 가스 생산 설비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팹(Fab) 조성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 역량에 더해, 반도체 소재 및 특수가스 전문기업 SK에어플러스와 SK레조낙을 기반으로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있다.
SK에어플러스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 고순도의 특수가스 생산·공급 전문 기업으로 울산을 비롯해 청주, 구미, 영주 등 주요 산업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특수가스를 공급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SK레조낙은 식각가스 개발 생산 전문 기업으로, 국내 유일 고순도 식각가스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식각가스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과 깊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도체 공정이 발달함에 따라 정밀한 공정이 늘어나는 만큼 식각가스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칩 설계와 제조 기술뿐 아니라 소재 내재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가스의 생산, 정제, 저장, 운송,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면서,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반도체 경쟁의 새로운 축은 기술력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스 생태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운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진종문 교수는 Motorola Korea Final Test Quality 엔지니어, SK하이닉스 QRA & NAND Flash 개발본부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저서로 『반도체 특강』, 『NAND Flash 메모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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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은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수백 개 이상의 공정이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각 공정이 정해진 타이밍과 조건 속에서 조화를 이뤄야만 완성도 높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십 종의 가스 역시 공정마다 일정한 품질로 공급돼야 하며, 단 하나라도 지연되거나 순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전체 흐름이 흔들리듯 공정이 멈출 수 있다.
특히 필수 특수가스는 국가 간 갈등이나 공급 차질 시 생산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숨은 병목’으로 꼽힌다. 반도체 제조의 중심에는 이러한 정밀한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소재 공급망이 자리 잡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산업용 가스 전문 기업 SK에어플러스의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가스들이 배관과 탱크로리를 통해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 현장으로 운반되고 있다.
왜 가스가 핵심인가?
반도체 제조 공정은 ‘가스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각 공정에서 요구되는 기능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공정의 정밀도와 칩의 성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식각 공정 장비 (출처: Lam Research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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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착(Deposition) 공정에서는 화학적 기상 증착(CVD)이나 원자층 증착(ALD) 방식으로 가스를 반응시켜 웨이퍼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질소(N₂), 암모니아(NH₃), 텅스텐 헥사플루라이드(WF₆) 등 다양한 가스가 절연막과 금속 배선을 구성하는 데 활용되며, 이때 가스의 순도와 조성은 막의 균일성과 전기적 특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극자외선 노광(EUV Lithography) 공정에서는 네온(Ne), 크립톤(Kr), 제논(Xe)과 같은 희귀가스가 레이저 광원 생성에 사용된다. 이들 가스는 대체 자체가 어려워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식각(Etching) 공정에서는 플루오린계 가스(CF₄, SF₆, HF 등)가 플라즈마 상태에서 반응해 실리콘 산화막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며 회로 패턴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가스의 반응성, 농도, 균일성은 나노 단위 패턴의 정확도를 결정하며,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이러한 제어 능력은 실제 양품을 생산하는 비율인 수율(收率)과 직결된다.
이처럼 반도체 공정은 다양한 가스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정밀하게 맞물려 완성되는 구조다. 즉, 반도체는 여러 종류의 가스가 모여 만든 결정체 덩어리다.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가스의 순도, 반응성, 공급 안정성은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공급망 리스크로 드러난 ‘가스’의 전략적 중요성
반도체 특수가스의 중요성은 공급망 리스크와 맞물리며 더욱 크게 드러난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는 반도체 소재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식각가스)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생산 차질 우려에 직면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과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반도체 소재와 가스 분야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EUV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Ne), 크립톤(Kr), 제논(Xe) 등 희귀가스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긴장이나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경우 공급망을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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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생태계’로 확장되는 반도체 경쟁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이제 소재 공급망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특수가스는 공정의 정밀도와 생산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산업 전반의 기반을 이루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경북 영주에 위치한 SK레조낙의 식각 가스 생산 설비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팹(Fab) 조성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 역량에 더해, 반도체 소재 및 특수가스 전문기업 SK에어플러스와 SK레조낙을 기반으로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있다.
SK에어플러스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 고순도의 특수가스 생산·공급 전문 기업으로 울산을 비롯해 청주, 구미, 영주 등 주요 산업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특수가스를 공급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SK레조낙은 식각가스 개발 생산 전문 기업으로, 국내 유일 고순도 식각가스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식각가스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과 깊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도체 공정이 발달함에 따라 정밀한 공정이 늘어나는 만큼 식각가스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칩 설계와 제조 기술뿐 아니라 소재 내재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가스의 생산, 정제, 저장, 운송,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면서,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반도체 경쟁의 새로운 축은 기술력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스 생태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운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진종문 교수는 Motorola Korea Final Test Quality 엔지니어, SK하이닉스 QRA & NAND Flash 개발본부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저서로 『반도체 특강』, 『NAND Flash 메모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