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한국판 뉴딜이 촉발된 지 2년이 다 돼 간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필승카드로 정부는 디지털뉴딜과 함께 그린뉴딜을 선택했다. 당시 디지털뉴딜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미래기술이기에 꽤 익숙했지만 ‘그린뉴딜’은 그 개념부터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린뉴딜이란 말 그대로 그린(친환경·에너지 분야)에 대한 뉴딜(대규모 국가 재정 투입)이다. 환경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환경위기(기후), 경제위기(일자리), 사회위기(불평등)를 극복하여 지속가능한 국가로 발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미권의 주요 선진국들은 2019년부터 그린뉴딜을 중장기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미국의 경우 2021년 1월에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선 공약이었던 그린뉴딜의 전면적 추진을 약속했다.
임기 4년 동안 2조 달러(약 2,5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 100만 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법이 통과되어 당초 투자 목표에 못 미치긴 하지만 1조 달러 규모를 10년에 걸쳐 지출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도 2019년 12월부터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그리고 산업단지
그린뉴딜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그보다 한발 더 앞선 탄소중립이란 매우 도전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탄소중립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모든 분야에서 그린뉴딜이라는 수단이 중요하겠지만, 특히 산업단지에 있어서 그 역할과 비중은 환경·경제·사회 모든 측면에서 더욱 각별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단지 총면적은 606㎢(미분양율 3.1% 포함)로, 전체 국토면적의약 0.6%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국 산업단지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은 2018년 기준 110,866.1천 *TOE로, 이는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3.5%, 전체 산업부문 에너지 사용량의 83.1%를 차지하는 엄청난 수치다.
산업단지 입주기업은 국가 전체 사업체의 0.07%, 그중에서도 산업부문 사업체의 4.3% 가량을 차지하는데 국가 전체의 5할 이상, 산업부문의 8할 이상의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산업단지에 에너지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에너지 다소비 업체가 집중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산업단지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 역시 상당한데, 실제로 산업단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의 45.1%, 산업부문의 76.8%를 차지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생산과 수출의 약 65%를 차지하여 국가 경제·산업의 기간(基幹)이자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보자면 1,260여 개 산업단지에 약 230만 명의 근로자가 고용되어 있는 만큼 우리나라 일자리 안전망과 격차해소 등의 측면에서도 산업단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산업단지 특화 그린뉴딜,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이러한 산업단지의 중요성 때문에 2020년 하반기부터 그린뉴딜의 5대 대표과제로 ‘스마트 그린 산단’을 선정·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스마트 산단 7개소를 스마트 그린 산단으로 전환하였으며, 스마트 그린 선도산단으로 군산, 부산 녹산, 울산 미포 3개소를 신규 선정하여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선도산단을 대상으로 ICT·청정기술 도입은 물론, 에너지통합플랫폼 구축,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생산, RE100 전력공급 등 그린에너지 시스템 실증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표준모델을 도출하여 전국 산업단지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그린 산단 실행 전략’ 수립(’20.9.17), ‘산업집적법’ 개정(’20.12.8)에 스마트 그린 산단 조항을 신설하는 등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제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예산 또한 꾸준히 확대 투입하고 있다(’19년 50억, ’20년 785억, ’21년 1,236억 원). 2021년 지정된 10곳의 스마트 그린 산단을 2025년까지 15곳으로 확대해 일자리 3.3만 개를 창출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현 0.6%에서 10%로 증가시키며 에너지효율을 16%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탄소중립,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산업단지의 탄소중립은 결국 국가의 탄소중립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상 모든 공간단위에서 온실가스 순배출이 ‘0’이 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산업단지 등의 작은 공간들을 도시, 지역, 광역권, 국가로 확장·연결하여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수렴시켜야 한다. 즉, 어딘가는 온실가스 순배출이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첫째, 더 확장된 공간단위에서 온실가스 순배출이 0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는 배후 도시·지역과 탄소중립 연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단지를 포함해 신재생에너지 개별 *전원(電源)들을 연계해 도시지역 단위의 통합발전소를 구축함으로써 도시·지역 단위에서의 전력 수급관리와 **피크 커트(Peak Cut)를 실현하고 에너지데이터 공유, 자원순환 등의 협력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단지 차원에서 자체적인 온실가스 관리체계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의 측정(Mesurement),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을 하는 MRV 체계를 구축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과 투자가 필요하다.
셋째, 이미 배출된 탄소를 포집하여 재활용하는 CCUS(Carbon·Capture and Utilization·Storage) 기술의 지속적 개발과 산업단지 적용이 필요하다. 산업단지를 테스트 베드(Test Bed)로 하여 CCUS 기술들을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거쳐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중 특히 인공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수소와 같은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메탄올, 에탄올, 에틸렌 등의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얻을 수 있는 미래기술이다.
이에 더하여 친환경 인공비료 생산이 가능하고, 미래에는 식물처럼 직접적인 식량의 원료로 포도당, 녹말 등을 생산할 잠재력도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에너지 자립, 그리고 자원 및 식량자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선진 CCUS 기술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산업단지 그린뉴딜은?
마침내 올해 3월 25일, 탄소중립기본법과 동법 시행령이 본격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되었다. 본 법을 포함해 기후변화영향 평가제도 도입, 관리업체의 온실가스 목표 관리, 녹색경영 촉진 등이 산업단지와 기업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공헌 차원으로 인식되었던 탄소중립이 비용 위기(전기요금·연료비 상승, 탄소세, 탄소국경세, 환경부담금 등), 자본위기(ESG 투자·펀딩 등), 판매 위기(ESG코드 글로벌화, RE100 등)와 같은 직접적인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탄소중립은 국가가 설정한 목표이자 비전인 만큼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산업단지 등 규제 대상에 대한 국가의 지속적인 투자와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기존에 미처 놓쳤거나 배제되었던 요소들을 추가해 더 발전하고 풍성해진 그린뉴딜 2.0을 추진함으로써 국가와 산업단지의 탄소중립 비전이 한 걸음 더 실현 단계에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