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2022.06.17

#3. 건설의 날 특집_ 친환경 건축
건설의 날 특집
《친환경 건축: 더 비기닝》
이누이스트의 이글루부터 The Zero City까지!
6월 18일 건설의 날을 맞이해 친환경 건축이 거쳐온 길과
나아갈 길을 탐색해 보자.
송두삼 교수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건설의 날 특집 《친환경 건축: 더 비기닝(The Beginning)》

최근 급속히 진행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류는 사상 유례 없는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 대형 산불이 잇달아 일어났으며, 빈번하게 발생하는 태풍, 폭염,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많은 재산 및 인명 피해를 겪고 있다. 전 세계를 2년 넘게 팬데믹 상황을 만들고 있는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몇몇 학자들 사이에서 논의 대상이 아닌, 우리 인류 공동의 문제가 된 것이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건물 부문의 전략은?

기존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상향된 한국의 2030 국가온실가스 목표 (자료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한 세계 공동의 노력으로 전 세계 137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2021년 6월 기준).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그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절감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중에서 현재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 부문은 32.8%의 감축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전략으로,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 빌딩 의무화’, ‘기존 노후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따라 2023년부터(민간은 2024년) 모든 신축건물은 냉난방·환기·조명·급탕(Hot-water Supply)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도록 건설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국내 건축물의 약 75%(540만 동)가 15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인 만큼 이들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점진적으로 제로에너지화할 계획이다.

친환경 건축의 힌트, 전통건축에서 찾다!

우리의 한옥이나 초가집은 지역별 기후나 재료 특성에 맞게 환경친화적으로 건축되어 있다.

건축은 본래 기후에 ‘대항’하는 인공구조물이 아니라, 기후에 ‘순응’하는 구조물이다. 인간은 오랜 기간 동안 거주하면서 체득한 그 지역의 기후 조건, 재료를 활용해 가장 쾌적한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건물을 지어왔고, 그렇게 건축은 진화해 왔다.

학교 교과서에서 나오듯, 북극에서는 얼음과 눈으로 만든 돔 형태의 ‘이글루’를 만들었고, 열대 우림에서는 주변에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나무 줄기와 잎사귀로 습한 지표면과 거리를 두고 건물을 지었으며, 산간벽지에서는 산의 중심부에 석재로, 사막에서는 점토, 진흙, 벽돌로 건물을 지었다.

추운 지역의 집들은 바깥공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방형으로 설계되었으며, 덥고 습한 지역의 집들은 자연 환기가 가능하고 그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이처럼 기후와 지역에 순응하며 진화해 온 각 지역의 전통건축은 친환경 건축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다.

인간이 지배하던 건축, 다시 자연으로!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거스르는 것도 모자라,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을 가지게 하였다. 이어서 20세기 초부터 냉난방 기기가 발전하면서 건축의 필수요소인 기후의 중요성조차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기능주의의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20세기 건축은 지역 기후나 관습에 무관하게 냉난방 기기 및 인공조명으로 조절되는 건물들을 전 세계에 이식했다. 그렇게 유리와 금속으로 지어진 고층빌딩은 근대 기술 발전의 상징이 되었으며,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마치 미덕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70년대, 정확히는 1973년 10월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오일 쇼크는 근대 건축이 잊고 있었던 햇빛, 바람 등 기후에 대해 다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생태 건축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70년대 초반, 건물의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하는 대한설비공학회, 한국태양에너지학회 등이 창립됐다.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은 SK가스의 에코허브(ECO Hub)는 한국 최초로 브리암(BREEAM) Very Good 인증을 받았다(사진 출처: SK에코플랜트)

오늘날 친환경 건축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제도화한 것은 1990년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브리암(BREEAM)이었다. 그리고 이후 1998년에 미국에서 **리드(LEED)가 만들어지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선진국은 위의 두 가지 시스템 또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건물의 성능을 등급화하고 에너지 절약을 추구하는 환경친화적인 건축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공동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가 도입 ·시행되고 있으며, 2003년부터는 주거복합 건물 및 업무용 건물에 대한 인증 기준, 2005년에는 학교 시설 등의 공공 건축물에 대한 인증 기준, 2006년에는 판매 시설 및 호텔 등의 숙박 시설의 인증 기준이 마련되어 시행되고 있다.

*브리암(BREEAM, 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 1990년 영국의 BRE(Building Research Establish)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

**리드(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미국 그린빌딩위원회 (US Green Building Council)에서 개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

친환경 건축, 도시로 스케일을 키워라!

그러나 2050 탄소중립 상황에서 건물은 더 이상 에너지 소비 주체가 아니라, 에너지 생산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로에너지빌딩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2050 탄소중립을 실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위 건물에 대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도시 전체에 대한 에너지 생산·소비·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개별 건물 단위에서 보다는 도시 스케일에서 에너지를 최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는 탄소배출 제로를 이룬 도시의 표본이다. 아부다비(Abu Dhabi)시 농촌 지역에 위치한 마스다르시는 ‘석유 이후의 시대’를 콘셉트로 설계된 세계 최초의 지속 가능한 도시로, 탄소배출 제로, 폐기물배출 제로, 내연기관 차량 제로를 지향해 도시 에너지 사용량 전부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도록 계획됐다. 2025년 준공될 이 도시에서는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태양열,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도시의 전력을 모두 공급할 계획이다.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UAE의 마스다르 시티 소개 영상(출처: https://masdarcity.ae)

주목할 만한 것은 마스다르시의 건축이 지역 기후에 순응하는 전통 건축의 지혜를 건물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오만함이 아닌 기술의 겸손함으로 인간 친화적, 환경 친화적인 탄소중립 도시의 전형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의 미래 역시 이러한 친환경 건축의 모델을 통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송두삼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공학 전공으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건축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경대학교에서 전임강사를 거쳐 2004년부터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친환경 건축 및 저에너지 건축에 관한 연구 및 학생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태양에너지학회 회장, 환경부 저탄소 사회비전포럼 건물부문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토부 2050탄소중립 그린리모델링 얼라이언스 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