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재생에너지 산업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연동된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수출 기업에게는 사실상 추가적인 관세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2025년경에는 시행될 예정이니, 이제 수출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의 전 국가적인 확대가 절실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바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이 재생에너지의 강자로 떠오른 이유는?
풍력발전은 육상풍력 발전과 해상풍력 발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해상풍력 발전은 다시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으로 나뉜다. 육상풍력 발전은 설치 운반의 어려움과 소음, 경관에 대한 민원 등으로 인해 대형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반면 해상풍력은 바람의 질(풍량, 풍속, 연속성 등)이 육상에 비해 훨씬 좋으며, 바다로의 운반과 설치가 용이해 대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해상풍력 중에서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은 수천 톤이 넘는 부유체(원통형이나 반잠수식 철구조물 등)를 바다에 띄우고 그 위에 풍력 발전기를 올려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먼바다에 설치가 가능하므로 에펠탑 크기만큼 대형으로 만들어도 경관상의 문제가 없다. 또한 바람의 속도가 빨라 비용효율성을 높이는 데에도 용이하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단지가 조성되는 동해 58km 떨어진 지점의 연평균 풍속은 8.16㎧ 이상)
뿐만 아니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은 수심 100~200m의 바다에 *앵커를 내려 발전기를 고정하므로 어장 훼손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오히려 부유식 해상풍력의 기초 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여 어족자원이 풍부해지며, 해상풍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수산업(바다목장, 양식장 등) 개발, 해양레저 및 관광단지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 역시 기대할 수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의 성공적인 첫 걸음, 영국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2017년 9월 영국 피터헤드 동쪽 25km 해상에 완공된 세계 첫 상용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이곳 발전단지에는 6㎿ 터빈 5기가 평균 풍속 10.1㎧의 거센 북해 바람을 맞으며 떠 있다. 이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의 총 설치 비용은 약 2억 파운드(당시 2,930억 원)로, 이는 2009년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설치 비용 대비 약 60%가 감소한 금액이었다.
이처럼 부유식 해상풍력은 점차 대형화 되며 설치 비용이 낮아지고, 그만큼 생산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 하이윈드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전력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피터헤드 육상 변전소로 연결되는데, 30MW 설비를 갖춘 피터헤드 육상 변전소는 약 2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든다.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가동 첫 1년 동안의 생산 효율은 56%로, 영국의 다른 고정식 해상풍력의 평균 효율 30~40%에 비해 매우 좋은 편이었다.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할 K-부유식 해상풍력
2021년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수력이 38.4%, 태양광이 27.5%, 육상풍력이 25.1%, 해상풍력이 1.8% 정도이다. 2020년 현재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에서 발표한 *균등화발전원가는 수력이 44달러/MWh, 태양광 57달러/MWh, 육상풍력 39달러/MWh, 해상풍력 84달러/MWh이다. 현재는 해상풍력의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지구 표면의 70.8%를 바다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의 대대적인 전환에서 해상풍력은 매우 유력한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앞서 언급한 부유식 해상풍력의 장점들, 낮아지는 설치 비용 등을 생각했을 때 향후 부유식 해상풍력이 증가하리라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 **DNV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발전 원가가 2025년 100달러/MWh에서 2050년에는 40달러/MWh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050년 해상풍력의 예상 설치 용량은 1,748GW이며, 이 가운데 15% 가량인 264GW를 부유식 해상풍력이 차지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울산을 중심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품, 터빈, 타워, 하부구조 등의 공급망을 연계하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과거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 단지 조성 당시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기술 확보를 우선 추진하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나중에 계획하여 산업화가 늦어지고 내수시장 형성에 실패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는 지금을 놓친다면 앞으로 국내기업들의 해상풍력 시장 주도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미 싹을 틔우기 시작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조선산업에 버금가는 성장동력과 10만 명이 넘는 일자리 창출의 엔진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