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일까? 아니면 분기점일까? 2024년 풍력발전 산업 전망
전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화두로 떠오른 이후 재생에너지, 특히 풍력발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일부 프로젝트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산업 성장에 대한 우려 역시 나오고 있는 상황. 임계점에 도달한 걸까? 아니면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인 걸까? 올해 풍력발전 산업의 성장곡선이 어디로 향할지 함께 살펴보자.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
분명 가야 할 길이고, 오고 말 길이다. 용(龍)처럼 누구나 얘기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실체 없는 시장도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지친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풍력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단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처를 확보하고 사용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수요가 확대되고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탈탄소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풍력발전 산업의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국가별 각축전도 치열하다.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유럽연합 역내로 수입되는 상품 중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탄소배출량 추정치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 미국 역시 이와 유사한 ‘청정경쟁법(Clean Competition Act, CCA)’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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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산업, 예열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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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상풍력 시장 전망 자체는 긍정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의 중동 분쟁까지 에너지 안보 위기가 겹치며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 건설은 분명 가속이 붙고 있다. 세계풍력협의회(Global Wind Energy Council, GWEC)에 따르면 새로운 해상풍력 설비 설치 용량(이하 설비용량)은 2026년 30GW, 2030년 50GW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GWEC는 향후 10년(2023~2032년) 동안 380GW 이상 신규 해상풍력 설비용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면서, 그중 3분의 1이 2027년까지 앞으로 5년 안에 추가되는 등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점쳤다. 또한 연평균 신규 설비용량 역시 2022년 8.8GW에서 2032년 69GW로 증가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2032년 말이면 해상풍력 전체 설비용량이 44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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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물류비 부담이 늘고, 공급망 비용 압박, 높은 금리 등 사업 불확실성이 다소 커져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는 일부 프로젝트의 개발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 주의회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금지하고 탄소 저감에 대한 내용 역시 주(州)에너지법에서 삭제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세계적 해상풍력 기업인 오스테드(Orsted)는 미국 사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쉘(Shell)도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특히 해상풍력은 사업 초기 상당히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20년 이상 장기간 회수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금융과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고도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생존한 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시장”이라는 말까지 돈다. 승자는 누구일까? 지금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낼 분기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임계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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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급망 약진 속 다시 화두로 떠오른 ‘국산화비율반영제도’
제품 공급 부문은 중국과 유럽으로 양분된 양상이다. 특히 터빈 대형화 경쟁은 풍력발전 단지 규모를 키우고 육상에서 해상으로 시장을 전환하는 등 초기시장 창출과 고도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소재 및 설계 기술이 한계에 달해 현재 약 20㎿급에서 터빈 크기가 수렴되고 있으며, 과거 터빈 대형화 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던 기술 주도 시장에서 저비용, 고신뢰성 중심의 고객 주도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중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풍력 관련 제조 시설(공장) 수는 782개, 제조 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39개국으로 집계됐다. 이중 해상풍력 부문 제조 시설은 26개국에 걸쳐 150개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관련 제품 대부분 중국,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세계 풍력발전 제품 제조 시설 절반은 중국에 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2020년 유럽을 제치고 신규 설치 부문에서 최대 풍력 시장으로 부상하고, 2022년 누적 설치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한 것도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이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간 중국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풍부한 현지 수요와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정책 등으로 터빈, 타워, 블레이드, 하부구조물 등 풍력시스템 전반에 걸쳐 다수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국가에서 공급망 부족과 비용 이슈가 부상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수출 분야에서도 약진을 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도 진출해 터빈, 해저 케이블, 설치선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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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2027년부터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만, 일본을 비롯해 인도, 필리핀, 호주 등 신규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많은 나라가 자국 내 풍력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국산 부품 사용을 지원하는 *국산화비율반영제도(Local Content Requirements, LCR)를 적용하고 있다. LCR은 자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자유로운 무역 기조를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로부터 제소를 당할 위험이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계획입지 등을 통해 조건을 제시하면 제소는 쉽지 않다는 점을 활용해 LCR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 LCR에 관심을 가진 국가는 19개국이다. LCR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중국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대상을 견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입찰에서 중국 제품과 기업이 진입할 수 있었던 데에도 지난해 4월 통과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RPS) 제도 규칙 개정안에 따라 국산 부품 비중이 50%가 넘는 사업에 대해 부여해 오던 추가 가중치가 삭제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현재 유럽은 원자재법이, 미국은 관세 등 보호무역 정책이 이러한 이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국산화비율반영제도: 국산 부품 사용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 각종 지원을 해주는 제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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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해상풍력은 레드오션, 부유식 해상풍력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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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시장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으며, 가까운 연안에서 먼 심해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연안에 설치하는 고정식 해상풍력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두두자가 거의 드러나, 지금은 부유식 해상풍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세계 해상풍력 자원 잠재력의 80%가 수심 60m 이상 심해에 있으나, 2022년 말 기준 가동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은 전체 해상풍력 발전 용량의 0.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GWEC, 2023)
업계에선 2030년 말에는 영국, 한국, 중국, 포르투갈, 노르웨이가 세계 부유식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2030년 이후부터는 GW 규모 설비용량을 갖춘 프로젝트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2년 말까지 부유식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전체 해상풍력 설비용량 총 26.2GW 중 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GWEC와 BNEF 모두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의 상업화 시기를 2026년 혹은 2027년 이후로 보고 있다. 높은 비용과 금융, 공급망 병목 현상, 부족한 항만시설 등 선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남아있으며, 아직은 기술적으로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부유식 해상풍력기 하부구조물인 ‘부유체(Floater)’는 현재 영국, 북유럽, 미국 등 몇몇 국가만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독자적인 해상풍력 부유체를 개발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 부유체는 기상통계상 50년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초속 약 40m/s 태풍을 버틸 수 있고 2m/s 조류, 10m 높이 파도 등과 같은 극한의 바다환경에서도 구조적·기능적 안정성을 유지해, 부유체 구조물 인증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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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풍력발전은 초기시장, 산업 육성 본격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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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풍력시장은 언제쯤 성장세가 눈에 띨까? 국내 풍력발전의 설비용량은 작년 연말 기준 1,970.365MW로 전체 발전시설 설비용량(약 13만 7,300MW) 중 약 1.4%,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약 1만 5,796MW) 중 약 11.5%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육상풍력 발전시설은 111개소, 761기(1,819.865MW)가, 해상풍력 발전시설은 11개소, 53기(150.5MW)가 각각 설치돼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신규 설치 용량은 169.3MW(육·해상 합계)로, 전년 신규 설비용량(94.8MW)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적으로 아직은 초기 시장에 머물러 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풍력발전 발전사업허가는 320개소 약 38.3GW(제주 포함)로 설비용량과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2023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고를 통해 정부의 풍력설비 보급 목표를 2030년까지 19.3GW, 2036년까지 34.1GW 규모로 제시하며, 풍력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초기 시장인 만큼 해법은 간단하다. 시장이 있어야 산업 육성도 있다. 지난 2월 해상풍력특별법이 법안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하면서 법안 자체가 국회 회기를 넘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별법과 같은 제도 제정을 통해 무분별한 사업 개발을 막고 적법 절차를 따른 기존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여러 부처로 나눠진 인허가 처리 심의를 한곳에 집중하는 창구단일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모호했던 기준을 정립하면 실질적으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거나 *균등화발전원가(Levelized Cost Of Energy, LCOE)를 낮추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기업은 발빠르게 움직여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선전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균등화발전원가: 특정 전원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측정 기준으로 수명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비용을 전기 생산량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최덕환 실장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에너지신문, 에너지환경일보(이투뉴스), 전기신문에서 전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주로 에너지 부문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왔다. 2019년 4월부터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지금은 대외협력실장으로 업무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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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유럽연합 역내로 수입되는 상품 중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탄소배출량 추정치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 미국 역시 이와 유사한 ‘청정경쟁법(Clean Competition Act, CCA)’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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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산업, 예열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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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상풍력 시장 전망 자체는 긍정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의 중동 분쟁까지 에너지 안보 위기가 겹치며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단지 건설은 분명 가속이 붙고 있다. 세계풍력협의회(Global Wind Energy Council, GWEC)에 따르면 새로운 해상풍력 설비 설치 용량(이하 설비용량)은 2026년 30GW, 2030년 50GW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GWEC는 향후 10년(2023~2032년) 동안 380GW 이상 신규 해상풍력 설비용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면서, 그중 3분의 1이 2027년까지 앞으로 5년 안에 추가되는 등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점쳤다. 또한 연평균 신규 설비용량 역시 2022년 8.8GW에서 2032년 69GW로 증가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2032년 말이면 해상풍력 전체 설비용량이 44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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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물류비 부담이 늘고, 공급망 비용 압박, 높은 금리 등 사업 불확실성이 다소 커져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는 일부 프로젝트의 개발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 주의회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금지하고 탄소 저감에 대한 내용 역시 주(州)에너지법에서 삭제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세계적 해상풍력 기업인 오스테드(Orsted)는 미국 사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쉘(Shell)도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특히 해상풍력은 사업 초기 상당히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20년 이상 장기간 회수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금융과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고도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생존한 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시장”이라는 말까지 돈다. 승자는 누구일까? 지금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낼 분기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임계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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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급망 약진 속 다시 화두로 떠오른 ‘국산화비율반영제도’
제품 공급 부문은 중국과 유럽으로 양분된 양상이다. 특히 터빈 대형화 경쟁은 풍력발전 단지 규모를 키우고 육상에서 해상으로 시장을 전환하는 등 초기시장 창출과 고도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소재 및 설계 기술이 한계에 달해 현재 약 20㎿급에서 터빈 크기가 수렴되고 있으며, 과거 터빈 대형화 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되던 기술 주도 시장에서 저비용, 고신뢰성 중심의 고객 주도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중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풍력 관련 제조 시설(공장) 수는 782개, 제조 시설을 보유한 국가는 39개국으로 집계됐다. 이중 해상풍력 부문 제조 시설은 26개국에 걸쳐 150개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관련 제품 대부분 중국, 독일,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세계 풍력발전 제품 제조 시설 절반은 중국에 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2020년 유럽을 제치고 신규 설치 부문에서 최대 풍력 시장으로 부상하고, 2022년 누적 설치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한 것도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이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5년간 중국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풍부한 현지 수요와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정책 등으로 터빈, 타워, 블레이드, 하부구조물 등 풍력시스템 전반에 걸쳐 다수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국가에서 공급망 부족과 비용 이슈가 부상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수출 분야에서도 약진을 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도 진출해 터빈, 해저 케이블, 설치선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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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2027년부터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만, 일본을 비롯해 인도, 필리핀, 호주 등 신규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많은 나라가 자국 내 풍력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국산 부품 사용을 지원하는 *국산화비율반영제도(Local Content Requirements, LCR)를 적용하고 있다. LCR은 자국 산업의 보호와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자유로운 무역 기조를 추구하는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로부터 제소를 당할 위험이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계획입지 등을 통해 조건을 제시하면 제소는 쉽지 않다는 점을 활용해 LCR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 LCR에 관심을 가진 국가는 19개국이다. LCR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중국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대상을 견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입찰에서 중국 제품과 기업이 진입할 수 있었던 데에도 지난해 4월 통과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RPS) 제도 규칙 개정안에 따라 국산 부품 비중이 50%가 넘는 사업에 대해 부여해 오던 추가 가중치가 삭제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현재 유럽은 원자재법이, 미국은 관세 등 보호무역 정책이 이러한 이에 대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국산화비율반영제도: 국산 부품 사용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 각종 지원을 해주는 제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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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해상풍력은 레드오션, 부유식 해상풍력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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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시장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으며, 가까운 연안에서 먼 심해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연안에 설치하는 고정식 해상풍력 시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두두자가 거의 드러나, 지금은 부유식 해상풍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세계 해상풍력 자원 잠재력의 80%가 수심 60m 이상 심해에 있으나, 2022년 말 기준 가동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은 전체 해상풍력 발전 용량의 0.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GWEC, 2023)
업계에선 2030년 말에는 영국, 한국, 중국, 포르투갈, 노르웨이가 세계 부유식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2030년 이후부터는 GW 규모 설비용량을 갖춘 프로젝트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2년 말까지 부유식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전체 해상풍력 설비용량 총 26.2GW 중 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GWEC와 BNEF 모두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의 상업화 시기를 2026년 혹은 2027년 이후로 보고 있다. 높은 비용과 금융, 공급망 병목 현상, 부족한 항만시설 등 선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남아있으며, 아직은 기술적으로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부유식 해상풍력기 하부구조물인 ‘부유체(Floater)’는 현재 영국, 북유럽, 미국 등 몇몇 국가만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독자적인 해상풍력 부유체를 개발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 부유체는 기상통계상 50년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초속 약 40m/s 태풍을 버틸 수 있고 2m/s 조류, 10m 높이 파도 등과 같은 극한의 바다환경에서도 구조적·기능적 안정성을 유지해, 부유체 구조물 인증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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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기간 국내 풍력발전 발전사업허가는 320개소 약 38.3GW(제주 포함)로 설비용량과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2023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고를 통해 정부의 풍력설비 보급 목표를 2030년까지 19.3GW, 2036년까지 34.1GW 규모로 제시하며, 풍력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초기 시장인 만큼 해법은 간단하다. 시장이 있어야 산업 육성도 있다. 지난 2월 해상풍력특별법이 법안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하면서 법안 자체가 국회 회기를 넘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별법과 같은 제도 제정을 통해 무분별한 사업 개발을 막고 적법 절차를 따른 기존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여러 부처로 나눠진 인허가 처리 심의를 한곳에 집중하는 창구단일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모호했던 기준을 정립하면 실질적으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거나 *균등화발전원가(Levelized Cost Of Energy, LCOE)를 낮추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기업은 발빠르게 움직여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선전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균등화발전원가: 특정 전원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측정 기준으로 수명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비용을 전기 생산량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최덕환 실장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에너지신문, 에너지환경일보(이투뉴스), 전기신문에서 전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주로 에너지 부문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왔다. 2019년 4월부터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지금은 대외협력실장으로 업무를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