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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상용화 앞당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A to Z

청정수소 활용에 큰 걸림돌로 꼽히던 조달 불확실성과 비싼 가격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제도가 마련된다. 정부가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매년 일정 규모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 CHPS)’를 연내 도입할 예정인 것. 이 같은 변화가 정말 수소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56(당인동 1)에는 ‘마포새빛문화숲’ 공원이 있다. 2021년 4월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 이 공원은 ‘홍대 걷고 싶은 거리’와 연결돼 있고 내부에 ‘문학창작발전소’도 있어, 날씨 좋은 날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동네 어르신들에게 이곳은 ‘당인리발전소’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1930년부터 수도권 전력 공급의 일익을 담당해 온 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화력발전소)가 몇 년 전까지 자리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화력발전소는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의 살아있는 역사다. 처음엔 무연탄으로 시작해 1980년 저유황유로 연료를 전환했고, 1987년에는 국내 최초 열병합 발전소로 개조되어 전력과 함께 발생한 열을 지역난방에 공급하는 역할도 했다. 1993년부터는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로 연료를 전환해 운영하다가 2016년 말 지상의 발전시설은 87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으나, 대신 지하에 800MW 규모의 LNG 복합화력 발전설비를 갖춘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새롭게 들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하 발전설비에 연결된 배기시설을 통해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서울복합화력발전소(출처: 연합뉴스)

서울화력발전소와 같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는 그동안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전력 공급원으로 기능해 왔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저렴한 석탄 가격으로 원자력 발전소와 함께 *기저부하(Based Load)를 공급하는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해 왔으며, LNG 발전소도 높은 열효율과 가스터빈의 빠른 *응동력을 바탕으로 *첨두부하(Peak Load)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기저부하: 전력 수요가 최소일 때도 일정하게 소비되는 발전용량 최솟값.
*응동력: 전력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첨두부하: 시간 또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전력 수요를 반영할 때 발전용량 최댓값.

하지만 화력발전의 연료인 석탄, 석유, 천연가스 모두 연소되면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한다. 당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수소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발전소 구성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력발전소 폐쇄를 위한 로드맵들을 구체화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력발전소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서울화력발전소처럼 기존 화력발전소 부지가 공원 등의 다른 용도로 쓰이는 사례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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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최대 걸림돌은 ‘투자비용 회수’…해법은 청정수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모든 화력발전소의 문을 당장 닫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화력발전소를 구축하는 데 들어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이 문제이다. 가령 어제 신형 수소차 한 대를 샀는데 오늘 사고로 폐차해야 한다면, 차 구매비용이 얼마나 아까울까? 최소 5년 이상은 타야 구매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면, 본전 생각에 눈물이 날 지경일 것이다. 화력발전소도 비슷하다. 구축하는 데 들어간 막대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설계수명인 30년이 다할 때까지 운영해야 회수할 수 있다. 만일 설계수명이 수십 년 남아있는데 조기에 폐쇄해 버리면, 회수하지 못한 구축 비용은 허공에 날린 게 된다. 이처럼 투자가 진행됐으나 수명이 끝나기 전에 더는 경제적 수익을 올리지 못하게 된 자산을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라 부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화력발전소 규모는 2배가 증가됐는데, 이중 절반 이상은 2005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화력발전소 설계수명을 30년으로 봤을 때 2040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소를 폐쇄한다고 가정하면 선진국의 경우 43%, 신흥국의 경우 61%의 화력발전소가 좌초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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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존 화력발전 방식을 퇴출하면서도 기존 구축한 화력발전 설비가 국가적인 낭비인 좌초자산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묘안은 없을까? 물론 있다. 바로 ‘청정수소’다. 화력발전소 중 가스터빈, 특히 천연가스를 연소하는 가스터빈을 활용하는 경우 석탄 화력발전소보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가스터빈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연료인 천연가스에 청정수소를 일부 혼합해 연소(혼소)하거나, 천연가스를 청정수소로 대체할 수 있다. 가령 천연가스 가스터빈에 청정수소를 절반 정도 혼소해 발전할 경우, 천연가스로만 터빈을 돌렸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23% 정도 줄일 수 있다(권달정, 2021). 천연가스 대신 청정수소로만 발전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아예 0으로 만들 수 있다. 참고로 해운 이송에 유리하도록 청정수소에 질소를 결합해 생성한 암모니아도 청정수소처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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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시급한 문제는 천연가스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많은 전통적인 석탄 *기력 발전소다. 그러나 가스터빈처럼 기체인 천연가스에 같은 기체인 청정수소나 암모니아를 바로 섞어 연소할 수 없지만, 석탄 역시 혼소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체인 유연탄과 기체인 암모니아를 섞어 함께 태울 수 있는 특수 버너(Burner)와 보일러만 있으면 된다.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석탄 화력발전소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1억 9,000만 톤에 달한다. 만일 모든 석탄 화력발전 시 암모니아를 20% 정도만 섞어 연소하면 이중 대략 3,800만 톤 정도는 곧바로 감축할 수 있다. 다만, 암모니아를 30% 넘게 섞으면 온실가스 배출이 주는 대신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증가한다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 방식은 설계수명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지 않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바로 문 닫아 발생하는 좌초자산을 줄이는 데 주로 활용된다.

*기력 발전: 연료를 연소할 때 발생한 열로 고온·고압의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화력발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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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소 상용화 앞당기자”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등장

이처럼 기존 화력발전의 대안으로 부상한 청정수소 가스터빈 발전이나 암모니아 혼합 연소 발전 등은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좌초자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그중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연료인 청정수소의 가격이다.

SK에코플랜트의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EC). 현존하는 수전해기 중 최대 효율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2026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청정수소는 상당히 비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를 수전해해 얻은 수소의 생산 단가는 대략 1kg당 1만 원이 훌쩍 넘고, 블루수소를 청정수소로 인증받으려면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하다. 대안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저렴한 청정수소를 선박을 활용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청정수소를 암모니아나 액화수소와 같은 수소운반체로 전환해 선박으로 이송한 뒤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처럼 청정수소를 사용한 발전 방식은 기본적으로 상당한 연료비 때문에 시장 경쟁력이 낮아 발전사업자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이를 보완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 CHPS)’이다.

SK에코플랜트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현존하는 연료전지 가운데 최고의 종합발전효율을 자랑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은 현재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를 통해 지원받고 있으며, 청정수소 발전산업 중 하나인 연료전지 발전산업도 신에너지로 분류돼 신재생에너지법 제12조 제5항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 발급 등 RPS의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연료비가 발생하지 않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산업과 비싼 연료비가 발생하는 청정수소 발전산업이 하나의 제도 안에서 지원을 받는 것은 다양한 문제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초기에는 한 지붕 아래 묶이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두 산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정수소 발전산업은 ‘수소경제법’ 산하로,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은 ‘신재생에너지법’ 산하로 각각 법적으로 분리돼 지원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의 도입은 청정수소 발전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산업과 분리되어 더 적합한 별도의 제도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 50만kW 이상의 규모를 가진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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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 국가가 의무 구매…관련 산업 활성화 기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국가, 정확하게는 국가를 대신해 한국전력과 구역전기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제도’다. 이를 위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설되며, 이 시장에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판매하고 싶은 사업자는, 보유한 설비에서 생산된 전기의 1kWh당 고정비와 연료비를 산정해 입찰하면 된다. 낙찰 여부를 가리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입찰한 고정비와 연료비지만, 청정수소 등급, 분산발전 여부 등 다양한 비가격적인 요소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평가기준에 포함된다. 낙찰자는 최대 3년까지 주어지는 사업 준비 및 발전설비 건설 기간 내 사업을 개시해야 하고, 발전기의 잔존수명이나 경제수명 등을 고려해 향후 15년간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한국전력과 구역전기사업자에 공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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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된 전기는 기본적으로 전력시장에서 청정수소 발전 이외의 방식으로 얻은 전기와 동일하게 ‘전력도매단가(System Marginal Price, SMP)’로 1차 정산(전력시장정산)을 받고, 이후 입찰 시 써낸 고정비 및 연료비와 SMP 간의 차액을 추가적으로 정산(발전차액정산) 받게 된다. 다시 말해 낙찰받은 청정수소 발전사업자는 발전·공급한 전기의 생산비용 전체를 보상받지만, 일부는 전력시장에서의 일반적인 거래를 통해 받고 나머지는 전력기반기금을 통한 보조금으로 충당받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로 인해 청정수소 가스터빈 발전이나 암모니아 혼소 발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연료인 청정수소의 조달 비용을 사실상 국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그간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했던 청정수소 조달 불확실성이나 높은 비용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를 통해 구매할 6.5TWh 전기 규모를 2030년까지 29TWh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청정수소 발전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화력발전소 탈탄소화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2019년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립 과정에서 연구책임자 겸 민관전문위원회 총괄간사로 참여한 이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수립 등에 참여하며, 현행 국내 수소경제 정책 마련에 이바지했다. 울산광역시, 경기도, 전남, 새만금 등 전국 각 지방자체단체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2023년 단행본 ‘수소에너지 백과사전(이원욱, 이승훈 공저)’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 수소경제 진흥을 위한 연구와 홍보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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