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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벚꽃 엔딩! 벚꽃 없는 벚꽃 축제의 경고

매년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여겨지는 벚꽃! 올봄 벚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른 속도로 개화했다는데… 조기 등판한 봄꽃의 향연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를 알아보자!

올해 이례적으로 빠른 벚꽃 개화로 인해 축제 시기를 맞추지 못한 지자체들이 축제 홍보를 하고 있다. (출처: 대전 동구청)

올해 성미 급한 벚꽃이 서울에서 공식 개화한 날은 지난 3월 25일이었다.(기상청 발표 기준) 지난해 개화일이었던 4월 4일 보다는 10일, 평년 기준인 4월 8일 보다는 무려 14일이나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것! 이는 1922년부터 서울 벚꽃 개화 시기를 관측한 이래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역대 가장 빠른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는 불과 2년 전인 2021년 3월 24일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첫 벚꽃축제를 평년 개화 시기에 맞춰 성대하게 준비 중이던 지자체 중 한 곳(대전 동구)은, 고육지책으로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다소 웃픈(!) 슬로건 아래 ‘벚꽃 없는 벚꽃축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일찍 만발한 벚꽃 역시 여느 때와 같이 아름다웠다. 다만 그 아름다움에 숨은 섬뜩한 경고는 이제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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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가 이제 2월에 열린다고?

벚꽃뿐만 아니라 다른 봄꽃들의 개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4월에 피는 배꽃과 복숭아꽃도 각각 올해 최대 16, 17일 일찍 개화했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봄꽃 개화일의 북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 평년 기준 부산에서 벚꽃이 핀 뒤 11일 정도 지나야 서울에 벚꽃이 개화했는데, 2020년대 들어서는 벚꽃 개화의 북상 속도가 그 절반 수준인 6일로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개화시기 변화 (출처: 기상청)

이와 같은 속도라면 21세기 후반에는 벚꽃이 2월에 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가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에 이르러 한반도의 봄꽃 3종(개나리, 진달래, 벚꽃)의 개화 시기는 무려 23~27일이나 앞당겨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대구는 벚꽃이 2월 27일에 피는 등 봄꽃 3종 모두 2월 말에 개화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점점 빨리지는 봄꽃 개화일은 지금껏 우리가 겪어본 적 없는 뉴노멀을 예고하고 있는데….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국회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 현재 4월 5일인 식목일을 3월 21일로 앞당기는 법안이 추진되기도 했는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마저도 늦은 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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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 급한 봄꽃이 불러올 대재앙

봄꽃들이 일찍 꽃망울을 터트리는 건 ‘높은 기온’과 긴 ‘일조 시간’ 때문! 실제로 올해 전국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각각 1.3도(2월), 3.6도(3월) 정도 높았고, 좀처럼 봄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일조량 또한 2~3월 동안 약 30시간이나 더 길었다. 그리고 이로 인한 꽃의 이른 개화는 땅 속의 물을 빨리 사용해 땅을 더 건조하게 만들고, 식물 스스로 생산성을 떨어뜨려 대기 중의 탄소 흡수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이면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러면서 봄꽃의 이른 개화가 불러올 후폭풍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물의 개화 시기 변화는 단순히 꽃이 빨리 피는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꽃과 상호 작용하는 다른 생물들과의 관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봄꽃의 이른 개화는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꽃과 곤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식물이 꽃을 피우고 다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줘야 한다. 문제는 땅 속 온도는 땅 위 온도보다 느리게 올라가는데, 땅 속에서 겨울을 버티고 있던 곤충은 땅 위에서 일찍 개화한 꽃에 비해 온도 변화를 느리게 감지한다고. 이렇게 되면 곤충은 꽃이 다 피고 진 뒤에나 지상으로 올라와 활동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꽃과 곤충의 활동 시기에 교집합이 사라질 경우, 결국 종 보전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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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개화는 한반도 식량 위기의 경고등?

식물과 곤충의 상관관계는 필연적으로 농작물과 인간의 먹이사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반도의 기온이 높아지는 사이, 우리나라의 전통 과수(사과, 배 등)의 개화 시기가 빨리지며 점점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때 이르게 핀 꽃이 추위와 서리에 노출되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기형 과일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업진흥청이 2020년 발표한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과와 배, 복숭아의 재배 가능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2070~90년대에 이르러 강원도 일부 산간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지구의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세계기상기구도 주목한 한국의 때이른 ‘벚꽃엔딩’ (출처 : YTN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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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기후 변화 대응이 필요하다!

해마다 민간 기상업체들이 인공지능 기술까지 동원해 벚꽃 개화 전망을 내놓던 일본은 매년 빨라지는 개화일 예측에 어려움을 겪으며 2010년부터는 벚꽃 개화 예상일 발표를 중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해서 ‘벚꽃 백리길’로 유명한 군산시의 경우 개화 예측 시기가 어려운 이유 등으로 2010년 전후로 벚꽃축제를 폐지했고, 전북 김제시는 2008년부터 진행해 온 ‘모악산 벚꽃축제’를 2014년부터 ‘모악산 축제’로 이름을 변경하기도 했다.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열고, 벚꽃 개화 예상일 발표를 중단한다고 해서, 해마다 일찍 개화해 우리에게 경고하는 벚꽃의 메시지가 사라질까.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응한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 하루도 더 늦출 수 없는 우리의 행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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