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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할수록 환경은 파괴된다? 베트남의 성장으로 알아보는 인류 최대 고민!

식을 줄 모르는 베트남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피할 수 없는 환경 오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여기서 질문! 환경을 위한다면 더 이상의 경제 성장은 막아야 하는 걸까?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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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 뒤따르는 환경에 대한 지적

2022년 12월 29일, 응웬 티 흐엉(Nguyen Thi Huong) 베트남 통계청장은 ‘2022년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8.02%)이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출처: 베트남 통계청(GSO))

경제 성장률 8.02%. 지난해 베트남 통계청(GSO, General Statistics Office)은 2022년 베트남 경제 성장률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해당 수치는 국제통화기금(6%), 세계은행(7.5%), 베트남 정부(7%)가 예상한 것보다 높은 수치였다. 실제로 베트남은 수출, 수입, 산업 생산, GDP가 2022년 1~3분기 사이에만 모두 8%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KOTRA, 2023년 베트남 경제전망) 경기 침체와 역성장을 걱정하는 선진국들이 보기에도 이 정도로 빠른 성장이 이루어지는 개발도상국이라면 세계 경제의 희망이라면서 매달리고 싶을 만하다. 그런 만큼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지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 발전, 경제 발전, 인류의 성장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향이 있지 않냐는 우려 때문이다. 경제 성장만을 중시하다가 대규모 환경 파괴가 벌어지는 사고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경제 성장만을 앞세워 그 밖의 다른 여러 사회 문제를 무시하는 세태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는 점에서 이런 지적은 고민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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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지구의 반대말은 경제 성장?

그런데, 관점에 따라서는 환경에 대한 판단 때문에 인류 사회에 대한 뒤틀린 시각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1970년대 007 영화의 악당들은 종종 세상 사람들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다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식의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 악당들은 사람들이 지구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으니 지구에서 사라져야 한다면서, 동물과 식물에게는 무해하지만 사람의 목숨은 빼앗을 수 있는 독약 따위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 영화 속 악당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도 인류의 삶은 지구에 무조건 해를 끼치며, 사람이 없을수록 그만큼 지구는 더 평화로워지고 살기 좋은 곳이 된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퍼져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첨단 기술과 과학 문명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류의 타락에 분노한 제우스가 대홍수를 일으킨 상황을 재현한 그림. 프랜시스 댄비(Francis Danby)의 대홍수(The Deluge).

산업사회의 빠른 발전상이 가져온 극적인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인류가 지구를 괴롭힌다는 관점이 그럴듯해 보일 수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오만한 인간을 징벌하는 자연의 이야기와 닮아 보이기에 더 쉽게 와닿는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의 ‘데우칼리온’ 이야기를 보면,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사는 것에 분노한 제우스가 대홍수로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만한 생각과 탐욕스러운 사회는 악하기 때문에 분노한 자연의 신들이 징벌을 위해 멸망시킨다는 이야기들은 현대 산업 사회가 지구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그것이 악하다는 시각과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신화나 전설은 어디까지나 신화나 전설일 뿐이다.

‘인류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기만 하니 오만한 인류는 기술 발전, 경제 발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기술 문명의 풍요를 한껏 누리며 지내 온 선진국에는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수많은 개발도상국, 저소득국의 입장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보고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Report) 2022>를 살펴보면, 아직도 세계 인구 중 약 8억 명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럽 전체의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기술 문명의 풍요로 흥청망청 오만하게 살기는커녕, 그 많은 인구가 어둠을 밝히거나 세탁기를 돌리는 정도의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다시 말해 인류는 본래부터 지구에 해악을 끼치는 동물이 아니라, 앞서 나간 몇몇 나라, 몇몇 사회에서 환경을 지나치게 파괴한 잘못된 결정이 있었을 뿐이다. 정말로 지구 전체, 인류 전체의 상황에 주목한다면 우리가 환경 문제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는 단순히 기술을 버리고,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저개발국가 사람들도 앞으로 더 높은 교육 수준을 누리고, 더 높은 소비 수준을 누려야 한다. 어린이 대다수가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저개발국가가 앞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서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주겠다고 할 때, 그것은 지구에 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경제 성장이니 말려야 하는가? 저개발국가에는 원래 학교가 없었는데 왜 학교를 짓느라 건설장비를 사용해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학생들이 통학을 하면서 온실 기체를 많아지게 하느냐고 비난할 수가 있는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던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세탁기로 빨래를 하려고 할 때, 왜 예전부터 손빨래하며 살던 사람들이 세탁기를 돌려서 온실 기체를 뿜어 내냐고 비난하며 금지할 수 있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구 전체의 인구가 선진국 수준에 가까운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꾸준히 성장하고, 그 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을 이루어내면서도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여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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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화력 발전, 나쁘게만 볼 수 없는 이유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표적인 신흥 경제 개발 국가인 베트남의 산업 발전은 ‘인류는 나쁘다’, ‘지구가 아프다’와 같은 막연한 구호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현실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대상이다.

2030년 베트남의 석탄 화력 발전 생산 비중은 53.2%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KOTRA, 베트남 전력시장 현황 및 특징)

특히 베트남의 전력 문제는 상징적이다. 베트남은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삶의 질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베트남은 매년 약 10%의 전력발전 용량 증가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2022년 기준) 이렇게 빠른 속력으로 전기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히 가장 값싸고 쉽게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석탄 화력 발전 방식, 다르게 말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방식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베트남의 석탄 화력발전 비중은 2022년 2월에만 43.6%에 달했다.(2022, 베트남 전력공사(EVN, Vietnam Electricity Corporation)) 이래서야 경제 성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풀어나가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전기를 많이 쓴다고,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베트남의 전기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해봤자,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선진국들의 10분의 1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2019년 기준, KOSIS 국가통계포털)

한국은 베트남과 무역수지를 수교한 해인 1992년부터 지금까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또한, 베트남의 경제 성장을 강제로 국제 사회가 억제시킨다면, 베트남 경제 발전과 함께 산업을 유지해 나가는 세계 다른 나라의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베트남은 농산물에서 첨단 공업 제품까지 다양한 물자를 교역하며 세계 경제에 공헌하는 교역국이므로, 베트남 경기가 좋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2022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게재한 종합무역뉴스의 내용을 보면, 한국은 중국, 미국 다음으로 베트남과 많은 교역을 하고 있다. 무역 흑자 규모로 따지면 한국이 베트남에서 벌어 들이는 돈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 결국, 베트남의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다른 모든 나라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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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경제,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다면 ‘협력’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해법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베트남이 풀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값싼 전력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지 않도록, 선진국이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관련 기술을 베트남이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1년 내내 날씨가 맑고 건조한 베트남의 기후적 장점을 활용해 태양광 사업을 개척하거나 베트남의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문제(교통, 환경, 안전, 의료 등)를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 신도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런 지원과 투자는 단순히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베풀고 도와준다는 생각에 멈추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전 세계가 중대한 문제로 여기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환경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단순한 비용 지출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베트남이 제조업 경쟁력에서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의 재생 에너지, 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는 베트남 환경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 향후 세계 전체의 이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여러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 베트남 사회가 환경 분야에 초창기부터 충분히 힘을 쏟도록 할 수 있다면, 나중에는 베트남에서 개발되고 생산된 더 좋은 태양광 발전 설비, 더 튼튼한 풍력 발전기, 더 뛰어난 환경 보호 기술 덕에 한국도, 다른 여러 나라들도 결국 도움을 받을 거라는 뜻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환경 산업 협력의 범위는 무척 넓다. 베트남이 전자 제품 생산 기지로 발전 중인 점을 감안하면, 전자 제품 폐기물 재활용 분야도 중요한 분야일 것이고,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를 생각해 보면 전기자동차나 배터리 산업과 관련된 연관 분야의 발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기념, 양국의 경제협력 발자취와 미래 (출처: 한국무역협회 KITA TV 유튜브 채널)

나는 환경문제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 차이에 대해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에 특히 좋은 나라라는 주장을 예전부터 이야기해 왔다. 몇몇 선진국 언론의 글을 보면, 은근히 세계 여러 나라들 사이에는 어떤 운명이나 등급 같은 것이 있어서 선진국은 영영 선진국으로 사는 것이고, 개발도상국은 영영 현재 그 나라의 삶을 지금처럼 유지하며 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깔린 경우가 있었다. 빈곤에 시달리는 어느 먼 나라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 나라는 원래 저런 나라고 앞으로도 저럴 것이다”라고 무심코 전제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인들 대부분은 스스로 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해 온 한국 현대사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고정관념에서 훨씬 자유롭다. 한국인들이 개발도상국을 방문하면 “이 나라도 언젠가는 발전해서 한국처럼 더 잘 사는 나라가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때가 훨씬 많다. 그런 만큼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을 무조건 반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엮여 있는 문제로서 같이 풀어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어쩌면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 속에 그 답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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