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층이 파괴된 지구에서, 인류의 新 생존법 <핀치>
인류에 남은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면? 오존층이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치'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인간이 버틸 수 있는 더위와 자외선 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자외선 지수 범위는 ‘낮음’부터 ‘위험’까지 총 다섯 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낮음보다 한 단계 높은 ‘보통’ 단계만 돼도 2~3시간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위험’ 단계는 어떨까? 이 단계에서는 수십 분 이내에도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기에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
오늘은 이러한 현상을 체감할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제목은 <핀치(Finch)>. *태양 슈퍼 플레어로 오존층이 파괴돼 사막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창밖에 손을 내밀면 몇 초 만에 피부가 타버리는 극한의 환경에서 주인공 ‘핀치’가 택한 생존 전략을 함께 살펴보자.
*태양 슈퍼 플레어: 태양 표면(채층)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폭발현상인 ‘태양 플레어’보다 수백만~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대형 플레어로, 그 폭발력은 원자폭탄 1,000조 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정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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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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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직전 지구에서 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외부 기온 65.5℃. 급격히 치솟은 기온과 치명적인 자외선, 모래폭풍으로 인류 대부분이 멸망했다. 소수의 생존자 중 한 명인 핀치는 방호복을 입고 도시 곳곳을 누비며 식량을 찾아다닌다. 온종일 뒤져도 먹을 것 하나 찾기 힘든 와중에 모래폭풍이라도 만날 때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황급히 지하 벙커로 돌아가야 한다. 벙커는 핀치가 근무하던 연구소의 지하 공간. 로봇 연구원이었던 그는 이곳을 은신처로 삼아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고, 그가 의지할 것이라고는 자신이 개발한 로봇 ‘듀이’와 몇 년 전 우연히 만나 함께하게 된 반려견 ‘굿이어’뿐. 자외선과 방사능에 오래 노출돼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가던 핀치는 자신이 떠난 뒤 남겨질 굿이어가 걱정돼 사람처럼 반려견을 돌볼 로봇 ‘제프’를 새로 만들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핀치는 24시간 안에 거대한 모래폭풍이 들이닥쳐 40일이나 지속된다는 기상 관측소의 정보를 접한다. 40일 동안 버틸 식량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대형 벤에 생존 필수품만 챙겨서 굿이어, 듀이, 제프와 함께 떠나기로 한다. 이들에게 위협을 가할 사람이 없는 곳, 모래폭풍 진행 방향이 아닌 곳, 식량이 있을 만한 곳을 찾던 그들은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거대한 모래폭풍을 맞닥뜨리고, 괴한에 습격 당할 뻔하는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며 샌프란시스코에 가까워지던 어느 날, 핀치는 나비 한 마리를 발견하고 감격하며 환호한다. 고온과 높은 자외선 지수로 외부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나비의 날갯짓을 보고 조심스럽게 방호복 없이 차 밖으로 나선 핀치. 아주 오랜만에 피부로 직접 공기를 느끼며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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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오존층이 파괴된 후에 겪게 될 지구와 인류의 재앙을 우리는 영화 <핀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지상으로부터 15~30km 높이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 생물체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오존층이 파괴돼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오존의 농도가 1% 감소할 때마다 우리에게 닿는 자외선의 양은 2%씩 늘어나게 되는데, 그 영향으로 피부암의 발병 위험은 약 4%, 백내장은 0.6% 증가하는 등 자외선의 증가는 곧 생명체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오존층의 이해’, 환경부, 2005)
자외선은 자연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자외선은 식물의 광합성 현상을 방해해 생장을 막고,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감소시켜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시킨다. 만약 오존층이 파괴돼 자외선이 그대로 지표면에 도달하게 된다면, 영화 <핀치> 속 상황과 같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멸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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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층을 파괴하는 주원인은?
이처럼 오존층은 지구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문제는 이 중요한 오존층이 인간에 의해 파괴된다는 것.(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2020년 남극의 오존 구멍은 약 2,400만㎢까지 자라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존층을 파괴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염화불화탄소(CFCS). 흔히 ‘프레온 가스(Freon gas)’라고 불리는 화합물의 방출량 증가에 있다. 주로 전자부품 세척제,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 스프레이 분사기체 등에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의 분자 구조는 염소(Cl)와 불소(F) 원자가 탄소(C) 원자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우리가 사용한 프레온 가스는 서서히 성층권으로 이동해 강한 자외선을 받아 분해되는데, 이때 분해된 염소 원자가 성층권의 오존(O3)분자를 파괴하여 오존의 농도를 감소시킨다. 보통 염소 원자 하나가 성층권에서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파괴시키는 오존 분자는 10만 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온 가스와 오존홀’, 한국대기환경학회, 2011)
국제사회는 파괴되는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해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오존층 파괴의 주요 원인이 되는 프레온 가스, 할론(Halon) 등 96종의 오존층 파괴물질 생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가입국에 통상 제재를 가하며 1990년부터 최소 4년에 한 번 과학·환경·기술·경제적 정보에 따라 규제 수단을 재평가하자는 것. 다만, 오존층의 파괴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1992년 11월 덴마크에서 열린 제4차 가입국회에서는 2000년 1월 완전 폐기를 계획했던 프레온 가스 등의 생산 및 소비를 선진국에 한해 1996년로 앞당겨 금지시켰다. 우리나라는 1992년 2월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하였고, 개도국 감축 일정을 적용 받아 2010년부터 해당 물질의 생산 및 소비 금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발효된 국제협약. 체결 당시에는 46개국이 서명하였으나, 1992년 가입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재는 200여 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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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몰래 프레온 가스를 방출한 국가가 있다?
세계 각국의 노력으로 오존층은 2010년 이후 점차 회복되고 있었는데, 2018년 프레온 가스 배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과 오존 사무국(Ozone Secretariats)에 보고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불법적인 프레온 가스 생산과 배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만 제기되었을 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9년, 박선영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프레온 가스 배출 증가의 원인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제주도에 있는 경북대 온실기체관측센터와 일본 하테루마섬의 국립환경연구소 관측소의 자료를 기반으로 프레온 가스 발생량을 분석한 결과, 대기 중 프레온 가스 농도의 상당 부분이 중국 동부지역 배출에 의한 것임으로 확인된 것이다. 2014~2017년 중국 동부 지역에서배출된 프레온 가스의 양은 2008~2012년 사이 배출된 전 세계 프레온 가스 양에 비해 연간 약 7,000톤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2021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연구진은 방출량이 최근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왔음을 확인했다. 이는 중국에서 방출하는 프레온 가스가 줄었기 때문. 중국 정부가 2018~2019년 시행한 단속을 통해 금지된 오존층 파괴 물질을 사용하고 있던 공장들을 적발했고, 해당 공장들의 문을 닫으면서 방출되는 프레온 가스 양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약 5만 2,000톤(2019년 기준)의 프레온 가스가 매년 방출되고 있으며, 그 자리를 대신할 완벽한 대체제가 아직 없다는 것. 그리고 중국 사례와 같은 불법적인 프레온 가스 대규모 방출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서히 얇아지고 있는 오존층이 어느 날 갑자기 뚫리면 <핀치>에서처럼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오존층은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지켜야 하는 인류의 공공재다. 피부에 닿는 공기를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내리쬐는 햇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오존층 보존과 회복에 전 세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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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러한 현상을 체감할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제목은 <핀치(Finch)>. *태양 슈퍼 플레어로 오존층이 파괴돼 사막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창밖에 손을 내밀면 몇 초 만에 피부가 타버리는 극한의 환경에서 주인공 ‘핀치’가 택한 생존 전략을 함께 살펴보자.
*태양 슈퍼 플레어: 태양 표면(채층)에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폭발현상인 ‘태양 플레어’보다 수백만~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대형 플레어로, 그 폭발력은 원자폭탄 1,000조 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정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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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온 65.5℃. 급격히 치솟은 기온과 치명적인 자외선, 모래폭풍으로 인류 대부분이 멸망했다. 소수의 생존자 중 한 명인 핀치는 방호복을 입고 도시 곳곳을 누비며 식량을 찾아다닌다. 온종일 뒤져도 먹을 것 하나 찾기 힘든 와중에 모래폭풍이라도 만날 때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황급히 지하 벙커로 돌아가야 한다. 벙커는 핀치가 근무하던 연구소의 지하 공간. 로봇 연구원이었던 그는 이곳을 은신처로 삼아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고, 그가 의지할 것이라고는 자신이 개발한 로봇 ‘듀이’와 몇 년 전 우연히 만나 함께하게 된 반려견 ‘굿이어’뿐. 자외선과 방사능에 오래 노출돼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가던 핀치는 자신이 떠난 뒤 남겨질 굿이어가 걱정돼 사람처럼 반려견을 돌볼 로봇 ‘제프’를 새로 만들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핀치는 24시간 안에 거대한 모래폭풍이 들이닥쳐 40일이나 지속된다는 기상 관측소의 정보를 접한다. 40일 동안 버틸 식량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대형 벤에 생존 필수품만 챙겨서 굿이어, 듀이, 제프와 함께 떠나기로 한다. 이들에게 위협을 가할 사람이 없는 곳, 모래폭풍 진행 방향이 아닌 곳, 식량이 있을 만한 곳을 찾던 그들은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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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은 자연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자외선은 식물의 광합성 현상을 방해해 생장을 막고,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을 감소시켜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시킨다. 만약 오존층이 파괴돼 자외선이 그대로 지표면에 도달하게 된다면, 영화 <핀치> 속 상황과 같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멸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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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파괴되는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해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오존층 파괴의 주요 원인이 되는 프레온 가스, 할론(Halon) 등 96종의 오존층 파괴물질 생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가입국에 통상 제재를 가하며 1990년부터 최소 4년에 한 번 과학·환경·기술·경제적 정보에 따라 규제 수단을 재평가하자는 것. 다만, 오존층의 파괴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1992년 11월 덴마크에서 열린 제4차 가입국회에서는 2000년 1월 완전 폐기를 계획했던 프레온 가스 등의 생산 및 소비를 선진국에 한해 1996년로 앞당겨 금지시켰다. 우리나라는 1992년 2월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하였고, 개도국 감축 일정을 적용 받아 2010년부터 해당 물질의 생산 및 소비 금지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발효된 국제협약. 체결 당시에는 46개국이 서명하였으나, 1992년 가입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재는 200여 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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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노력으로 오존층은 2010년 이후 점차 회복되고 있었는데, 2018년 프레온 가스 배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과 오존 사무국(Ozone Secretariats)에 보고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불법적인 프레온 가스 생산과 배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만 제기되었을 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9년, 박선영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프레온 가스 배출 증가의 원인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제주도에 있는 경북대 온실기체관측센터와 일본 하테루마섬의 국립환경연구소 관측소의 자료를 기반으로 프레온 가스 발생량을 분석한 결과, 대기 중 프레온 가스 농도의 상당 부분이 중국 동부지역 배출에 의한 것임으로 확인된 것이다. 2014~2017년 중국 동부 지역에서배출된 프레온 가스의 양은 2008~2012년 사이 배출된 전 세계 프레온 가스 양에 비해 연간 약 7,000톤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2021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연구진은 방출량이 최근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왔음을 확인했다. 이는 중국에서 방출하는 프레온 가스가 줄었기 때문. 중국 정부가 2018~2019년 시행한 단속을 통해 금지된 오존층 파괴 물질을 사용하고 있던 공장들을 적발했고, 해당 공장들의 문을 닫으면서 방출되는 프레온 가스 양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약 5만 2,000톤(2019년 기준)의 프레온 가스가 매년 방출되고 있으며, 그 자리를 대신할 완벽한 대체제가 아직 없다는 것. 그리고 중국 사례와 같은 불법적인 프레온 가스 대규모 방출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서히 얇아지고 있는 오존층이 어느 날 갑자기 뚫리면 <핀치>에서처럼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오존층은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지켜야 하는 인류의 공공재다. 피부에 닿는 공기를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내리쬐는 햇볕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오존층 보존과 회복에 전 세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