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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기상이변, 인류에게 기후를 조작할 힘이 생긴다면? <지오스톰>

기후 조작 기술을 개발한 인류는 지구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류는 수천 년의 세월 동안 기우제, 기청제를 지내며 때에 따라 적절한 날씨가 이어지길 기원했다. 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이루는 첨단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폭염, 폭우와 같은 기상 악재는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영화 <지오스톰(Geostorm)>은 기후를 통제할 힘을 지니게 된 인류의 이야기다. 우주 위성으로 세계 각 지역의 기후를 조작할 수 있다면? 지구는 과연 365일 덥지도 춥지도,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날씨를 가진 살기 좋은 행성이 될까?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후 재앙, 피할 수 없다면 조작하라!

영화 <지오스톰> 공식 예고편 (출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유튜브 채널)

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 곳곳에 갖가지 자연재해가 속출한다.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기후 재앙을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이를 막을 기후 조작 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우주에 떠다니는 수천 개의 위성이 열, 압력, 수분 등 날씨 변화 요소에 개별 대응했고, 이 위성망은 국제우주정거장이 관리했다. 사람들은 이 기후 조작 위성망을 ‘더치 보이(Dutch Boy)’라고 불렀는데, 이는 물이 새는 댐의 구멍을 손으로 막았던 네덜란드 소년의 전설에서 따온 명칭이었다.

 

더치 보이를 개발한 제이크 로손(제라드 버틀러)은 전 세계적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독단적 운영을 문제 삼은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후 원인 모를 오작동이 발생한 더치 보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사막 한가운데엔 혹한이 닥쳐 사람들이 얼어 죽고, 홍콩에서는 파이어 토네이도(Fire Tornado)로 도심이 불바다가 되는 등 끔찍한 기후재난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거대 우박이 쏟아진 도쿄와 더치 보이 오작동으로 쓰나미가 몰려온 두바이의 모습 (출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더치 보이의 오작동에 배후가 있음을 알아낸 제이크는 동생 맥스(짐 스터게스)와 함께 이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기후 재앙으로 미국의 경쟁 국가들을 파괴하고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국무장관의 소행임을 밝혀낸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국무장관이 의도적으로 퍼뜨린 바이러스 때문에 더치 보이가 전 지구를 파괴할 대폭풍인 ‘지오스톰(Geostrom)’을 일으킬 위기에 처하게 되자, 제이크는 결국 평생 개발하고 구축해온 더치 보이를 폭파하며 지구를 기후 재앙에서 구해낸다.

사상 최악의 기후 재앙을 막아내는 더치 보이 개발자 맥스와 제이크 (출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기후를 제어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

영화처럼 실제 인류도 기후를 제어하고 조절할 여러 방법을 연구해왔다. 대표적인 기술이 ‘인공강우’로, 1946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연구소의 빈센트 셰퍼(Vincent Schaefer) 박사가 처음으로 인공 강우 실험에 성공했다. 비행기를 타고 4,000m 높이의 산에 올라가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는데, 5분 정도 지나자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 이 실험 이후 전 세계에서 기상 조절 및 인공 강우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1년 뒤인 1947년, 미국의 버나드 보네거트(Bernard Vonnegut)는 요오드화은(Agl)이 얼음 결정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에 착안해 요오드화은 연소기를 개발해 인공 강우 실험에 성공했다.

최초로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한 빈센트 쉐퍼 박사 (출처: kpbs.org)

하지만 뜻밖에도 인공 강우 기술이 처음 쓰인 곳은 전쟁터였다. 1967년, 베트남 전쟁에서 인공 강우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군은 공군 수송기 3대로 베트남군 보급로에 인공 강우로 비를 뿌렸다. 토양을 질퍽거리게 해서 보급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이 작전은 1972년까지 계속됐다. 또 미국은 1969년~1970년,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적국인 쿠바에 도달하기 전에 비를 내리게 함으로써 건조한 바람만 쿠바 쪽으로 불게 해 가뭄 피해를 입히는 비밀 작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더치 보이에 바이러스를 일으키듯 의도적으로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시도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인공강우는 가뭄 해결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군사적 목적으로 기후를 조작하는 것이 논란이 되어 개발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인공강우 기술의 원리 (출처: 국립기상과학원)

기후 위기, 해결은 없다. 예방만 있을 뿐

수천 개의 더치 보이 위성을 관리하는 국제우주정거장 (출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전 세계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지구 온도 상승의 한계점인 1.5℃를 넘기지 않기 위해 힘을 모아 기후 변화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대사와 함께 마무리된다.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다. 미래를 대비할 뿐. 하나뿐인 지구를 하나 된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위기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시작됐다. 정부와 산업, 그리고 개인 모두는 온실가스 감축 등 지구온난화 해결 방안을 실천하며 기후 위기가 지구에 더 큰 재앙을 불러오지 않게 미리 예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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