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번쯤 공중 화장실에서 고약한 냄새 때문에 코를 막아 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냄새의 원인은 바로 ‘암모니아’. 동물의 대소변에는 ‘요소(尿素, Urea)’가 들어있는데, 이 요소가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 암모니아가 발생하는 것이다. 적은 양만으로도 코를 찌르는 악취가 발생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암모니아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본래 암모니아는 그동안 나프타(Naphtha, 원유를 증류할 때 얻어지는 탄화수소 혼합물) 또는 천연가스 등을 재처리하여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의 일종으로 취급받았다. 요소비료, 화약 등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들 때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식량 생산을 위한 비료 확보가 중요했던 우리나라에서 암모니아 공장은 정유 공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의 표상 중 하나였다.
수소시대, 암모니아가 주목받는 이유
그런데 이런 암모니아가 새삼스럽게 ‘수소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최적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수소의 장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수소(H)가 불이 붙어 산소(O)와 반응하면 수증기, 즉 물(H2O)이 될 뿐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도, 공기를 더럽히는 미세먼지도 일절 발생하지 않는 청정 연료라는 점에서 궁극의 친환경 연료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수소는 커다란 단점을 안고 있는데, 만들고 저장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암모니아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수소로 손쉽게 바꿀 수 있고 관리도 편리한 ‘암모니아’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암모니아의 화학식을 살펴보자. NH3라고 적는데, 질소(N) 하나에 수소(H) 세 개가 붙어있다는 뜻이다. 즉 여기서 이 질소 하나만 떼어내면 그대로 수소로 만들 수 있다. 수소를 뽑아내는 데 최적의 물질이라는 소리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우리는 ‘그럼 처음부터 수소를 만들어서 그대로 저장하는 편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왜 굳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수소는 장점만큼이나 많은 단점을 안고 있다. 만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여기에 취급까지 까다롭다. 수소를 자동차나 선박 등에 저장해서 다니려면 350~700bar(대기압의 350~700배)에 달하는 초고압을 견딜 수 있는 탱크가 필요한데, 이런 탱크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아 비용이 많이 든다. 더구나 일단 탱크를 만들었다 해도, 여기에 수소를 욱여넣으려면 엄청난 힘을 가진 고압 펌프를 사용해야 한다. 더욱이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려면 액체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때는 섭씨 영하 40도까지 냉각해야 하므로 냉각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그런데 암모니아는 이야기가 다르다. 수소에 비해 단위 부피당 1.5~2배의 저장 용량을 가지고 있어 대용량 저장과 장거리 운송이 어려운 수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도 기존 화학공장 등에서 사용하던 암모니아 저장 및 운송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된다. 여기 더해 암모니아는 해외 운송도 편리한데, 현재 운항 중인 액화석유가스(LPG) 운송용 선박은 거의 대부분 암모니아도 운송할 수 있다. LPG와 보관 조건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는 운송 선박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해도 운반량이 암모니아 대비 50% 정도가 더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강점이다. 그동안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국가 간 수소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암모니아는 다른 연료에 비해 높은 경제성도 가지고 있다. 암모니아 생산 비용은 휘발유와 경유 생산 비용보다 다소 비싼 편인데, 해외보다 유가가 비싼 국내에선 휘발유와 경유의 판매 가격보다 암모니아 가격이 더 싼 편이다. 취급과 공급도 쉽다. 기존의 LPG 인프라를 조금만 개조하면 차량이나 선박용 암모니아 충전소로 사용할 수 있다. 수소 변환시설만 갖춘다면 어디서든 공급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어떻게 뽑아낼까?
그렇다면 수소를 어떻게 암모니아로 바꾸고, 암모니아는 어떻게 수소로 바꿀까? 수소만 있으면 암모니아를 만드는 건 대단히 쉽다. 독일의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박사가 질소와 수소를 직접 반응시키는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한 것이 이미 20세기 초반의 이야기다. 굳이 순수한 수소가 아니어도 된다. 화학식에 수소가 많이 포함된 천연가스 등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보다 친환경적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들도 많아졌다. 국내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이 대표적인데,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암모니아로 만드는 공정을 개발했다. 질소(N) *플라즈마에 물을 공급하면 분해가 되는데, 이때 생겨난 수소(H)가 질소와 반응해 암모니아가 생겨나는 원리다.
반대로 암모니아를 수소로 다시 바꾸는 방법은 수소가 친환경 연료로 각광 받으며 최근에서야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마다 효율이 높고 순도가 높은 수소 추출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가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연구원 연구진이 2021년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뽑아내는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 암모니아를 얼마나 깨끗하게 생산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친환경 암모니아를 만들려면 깨끗한 수소부터 만들어야 한다. 친환경 수소는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등이 있는데,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형 수소를 블루수소라고 하며, 신재생 에너지만 이용해 만드는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한다.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대단히 낮고, 그린수소는 전혀 없다. 즉 그린수소를 재처리해 만든 암모니아만을 그린 암모니아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면 암모니아 생산단가가 크게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는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암모니아, 그 자체로도 쓸모 많은 친환경 연료
암모니아는 완전연소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아 현실적인 친환경 연료로 가장 적합한 후보 중 하나다. 무엇보다 선박이나 자동차 등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을 조금만 개조하면 즉시 연료로 쓸 수 있다. 실제 가솔린 엔진을 개조해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가솔린 엔진을 개조한 암모니아 엔진을 개발한 적이 있는데, 이 엔진을 넣은 자동차로 시속 60~80㎞ 시험 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지금의 디젤기관을 만든 ‘루돌프 디젤’은 본래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려고 7년간 연구하다가 포기하고, 그 대신 디젤을 선택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1930년대에 노르웨이와 벨기에에서 각각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트럭과 버스를 개발한 사례가 있으며, 그 이후 여러 대학 등에서 다양한 암모니아 연구가 진행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암모니아 연소기술이 가장 주목 받는 곳은 해운업체다. 대량의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적용하면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조선소에서 주력으로 건조하는 8,000~1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려면 10만 마력 이상의 엔진이 필요한데, 이 정도 출력을 종일 내려면 연료만 300~400t이 들어간다. 당장 지구온난화는 가속되고 있는데, 수십 년 운행해야 할 선박업체에 대한 환경 이슈가 불거지면서 ‘당장의 대안은 암모니아뿐’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21년 기준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세계 11위에 달한다. 이 배출량의 99% 이상이 화석연료를 불태워 생겨나는 ‘연료 연소’에 의한 배출이다. 다양한 연소 기술 분야의 혁신이 있어야만 탄소중립 이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암모니아는 장기적으로 수소 운반체, 이른바 ‘수소 캐리어’로써 수소경제를 견인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연료 암모니아 연소를 통해 직접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신에너지다. 적극적인 국가 연구 개발과 기업들의 참여를 통해 목표로 했던 탄소중립이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