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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냐, 보호냐. 그것이 문제로다! <프라미스드 랜드>

에너지 개발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에서 협상 무패 기록을 이어온 최연소 부사장. 단 한 지역의 천연가스 채굴 계약만 성사하면 뉴욕 본사로 입성할 수 있다. 그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상상해보자. 당신이 살고 있는 집 아래에 천연가스가 묻혀 있고 이를 채굴하게 해주는 대신 거액의 돈을 받을 수 있다면. 하지만 그 결과 땅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돌이킬 수 없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는 천연가스 채굴을 둘러싼 환경 파괴 문제를 다루며 에너지 개발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개발 과정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다

거대 에너지 기업 ‘글로벌’의 직원인 스티브(맷 데이먼)는 동료 수(프랜시스 맥도맨드)와 함께 천연가스(셰일가스) 매장 지역인 매킨리에 파견된다. 그의 임무는 마을을 찾아 다니며 땅을 팔라고 주민들을 설득해 계약서를 받아내는 것. 탁월한 실적으로 임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데다 뉴욕 본사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스티브에게 이번 협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첫 번째 주민과의 만남에서 뜻밖의 반대에 부딪혀 주민들을 설득하는 스티브. (출처: CGV 아트하우스)

낙농 지역인 매킨리는 최근 경기 하락을 겪고 있었기에, 스티브는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 낙관했다. 하지만 사업 설명을 위해 마을 주민들을 만난 첫날, 스티브는 뜻밖의 장애물에 부딪힌다. 지역 내 고등학교 과학 교사 프랭크(할 홀브룩)가 주민 일부를 설득해 천연가스 채굴 반대에 나선 것. 프랭크는 MIT 공대 박사이자 보잉사 임원 출신으로 지역 내 신임이 두터운 지식인이었다. 여기에 환경단체 활동가까지 나타나 주민들에게 개발에 반대할 것을 독려한다.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천연가스 채굴 방식을 근거로 든다. 엄청난 화학 물질이 투입되는 수압 파쇄 방식의 ‘프랙킹(Fracking)’이 마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 거라는 주장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이겨내고자 계약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반대하는 주민들로 입장이 나뉘자 결국 천연가스 개발 여부는 투표에 부쳐진다.

두 얼굴의 천연가스 채굴 방식, 프랙킹

천연가스는 오랜 세월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해진 탄화수소가 퇴적암층에 매장되어 있는 가스를 일컫는다. 석유가 나는 유전이나 석탄을 캘 수 있는 탄광 지역 등에서 채굴하는 가스와 화학적 성분이 같아 가정이나 차량 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표한 <KEA 에너지편람(2017)>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미국, 러시아, 중국, 중동 등 세계 30여 개국에 약 186조 4,000억㎥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천연가스는 원유보다 3,000m나 깊은 셰일층 아래 형성돼 있어 채굴이 까다로운데, 이 채굴 기술 강국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프랙킹(Fracking) 채굴 기술을 통해 2009년,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지닌 러시아를 제치고 천연가스 1위 생산국에 올랐다.

엄청난 양의 물과 모래, 화학 물질을 셰일 암석층에 고압으로 밀어 넣어 천연가스를 끌어올리는 프랙킹 방식.

프랙킹 기술로 천연가스 개발이 활발해졌지만, 채굴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기술이 환경 오염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하기 때문. 엄청난 양의 물과 모래, 화학 물질을 몇천m 지하에 있는 셰일 암석층에 고압으로 밀어 넣는 프랙킹 과정은 대기와 수질을 크게 오염시키고, 셰일층 기반을 약하게 만들어 지진의 위험을 키운다. 이에 천연가스는 석유, 석탄 등 화석 연료에 대한 대체 에너지로 꼽히고 있지만, 전 세계 환경 단체나 프랙킹 시추 지역 주민들은 개발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2017년 영국의 안티 셰일가스 시위대가 내세운 푯말. ‘프랙킹은 우리 땅과 공기, 물을 오염시킵니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 사이, 옳고 그름은 없다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 속에서 천연가스 개발의 당위성을 이해하면서도 난개발과 환경 오염 때문에 채굴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스티브는 근원적인 질문을 건넨다.

 

“이 개발 건에 중립이란 없습니다. 천연가스를 반대하면 계속 석유, 석탄을 쓰겠다는 건데, 아니면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줄일지 얘기해야 하는데, 그 논쟁은 하지 않고 싶은 거 아닙니까?”

천연가스 채굴에 반대하던 환경단체 활동가가 자신의 회사에서 파견되어 온 끄나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티브는 정당하지 않은 사업 과정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출처: CGV 아트하우스)

반대하는 환경단체 활동가의 방해 속에서도 집집마다 찾아가 계약을 성사해오던 스티브. 어느 날 회사에서 보내준 서류를 살펴보는데, 이는 환경 활동가가 주민 반대를 끌어내려고 나눠준 환경 오염 자료가 조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 자료를 들고 다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러 나서려던 순간, 스티브는 환경 활동가 역시 자신의 회사 사람이며 천연가스 개발에 반대하는 척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흘려 결국 주민들이 찬성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로운 에너지원 창출과 주민 보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천연가스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어왔던 스티브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이 해오던 일에 의문을 품는다.

회사와 마을 주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한 주인공의 양심선언

자신이 속한 거대 기업의 비윤리적인 사업 방식을 알게 된 스티브는 오랜 고민을 거쳐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우리는 여러분 발밑에 돈이 무진장 묻혀 있고 그것을 아무 위험 없이 꺼낼 수 있다고 보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건 단지 우리의 것만은 아니죠.”

회사 측의 반대에 서서 천연가스 채굴의 위험성을 고백한 스티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발언에 혼란스러워하며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출처: CGV 아트하우스)

영화는 마지막까지 매킨리 지역의 천연가스 개발이 성사되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거액의 보상금과 후손에게 물려줄 삶의 터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이 문제가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암시한다.

환경과 개발에 관한 다양한 논점을 제시한 <프라미스드 랜드> 방구석1열(movieroom) 114회 (출처: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흔히 개발과 환경 오염은 이분법적 문제로 다뤄지곤 한다.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악한 입장,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은 선한 입장으로 표현되는데, <프라미스드 랜드>는 양측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모두 보여주며 환경과 개발에 관한 다양한 논점을 제시한다.

 

완벽한 대체 에너지는 없다. 하지만 환경 영향과 위험성을 최소화한 개발 방식을 찾고, 이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원만한 합의를 거쳐 나간다면 보다 안전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한한 지구 자원을 미래 세대까지 오래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당장의 개발보다는 충분한 검증에,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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