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ECONOMY  2022.09.13

#13. C테크
‘C테크’는 기후변화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재난,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를 제어하기 위한 C테크가
과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곽재식 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C테크’는 기후변화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의 높이가 상승해서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해수면 상승’ 이야기다. 나는 이 이야기가 이렇게 인기가 많아진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모두 물에 잠겨 멸망한다’는 것은 대단히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널리 퍼져 있었으며, 아주 친숙한 이야기이고, 굉장히 강렬한 종말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이 세상을 파괴하리라? 흔한 종말론의 구조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나리오… 지금은 기후비상사태 (출처: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유튜브 채널)

한국만 해도, 조선시대의 학자 김종직이 남긴 *<유두류록>을 보면, 먼 옛날 굉장한 홍수가 일어나 세상의 온갖 동식물들이 모두 물에 잠길 정도로 거대한 재난이 닥쳤다는 이야기가 이미 당시에 퍼져 있었다.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라든가, 신화들 중에서도 대단히 오래된 이야기로 특별히 손꼽히는 <길가메시>가 등장하는 중동 지역 수메르 문명의 신화 속에도 세상이 물에 잠겨 멸망하는 내용이 있다. 그 밖에도 모든 것이 물에 휩쓸려 파괴되는 종말론은 여러 지역, 여러 문화권의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이야기들에는 대개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다. 일단 사람들이 흥청망청 살면서 사악한 일을 저지르고 세상의 도덕이 무너져 가는 내용이 발단이다. 그러면 하늘이 그 죄에 대해 징벌을 내려 홍수로 세상을 멸망시킨다. 그 와중에 극소수의 사람들은 배를 타고 그 홍수에 살아 남는다.

*유두류록(遊頭流錄) : 조선 명종 때 함양군수를 지낸 김종직이 지리산(두류산) 천왕봉을 다녀와서 남긴 산행기

과거에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할 때는 종말론의 이런 자극적인 느낌을 그대로 활용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야기의 틀은 아주 비슷하다. 산업 사회의 발달한 기술로 사람들이 부유하게 지내며 사치스럽게 사는 것이 바로 죄악이다. 그 때문에 지구는 인류에게 기후변화라는 심판을 내린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고, 높은 온도 때문에 바닷물의 부피도 불어 나서 육지는 물에 잠기게 된다. 세상을 멸망하고 인류는 징벌받는다. 친숙하고 쉽게 와닿는 옛 종말론을 따라가는 이런 내용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누구나 겁을 먹을 만한 충격적인 내용을 던져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하는 목적에 어느 정도 성공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대단히 많은 다큐멘터리, 강연, 책, 소설들이 물에 잠겨 우리가 모두 종말을 맞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하곤 했다.

해수면 상승 극복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정말로 기후변화 문제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일어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따져 보자.

현재 일어나는 기후변화 진행에 따라 우리가 가깝게 예상할 수 있는 해수면 상승은 수십 cm 정도 수준으로 바닷물의 높이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큰 변화다. 바닷가를 따라 완만하게 펼쳐진 평야 지역은 대단히 큰 면적이 질척거리는 물에 잠길 수 있다. 강물을 따라 짠 바닷물이 밀려들거나 갯벌 지역이 완전히 물에 잠기면서 삶의 터전이 줄어드는 변화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피해다. 몇십 cm의 차이만으로도 세계 각지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가 올 때 갑자기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배수가 역류하게 되었다면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집이 물에 잠기거나, 도로가 물에 휩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장의 길이를 자랑하는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방조제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그냥 “지구가 우리를 벌하기 시작했구나”라고 울면서 한탄하며 가만히 있기만 할 리는 없다.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그 물 바다를 막을 수 있는 공사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닷물이 밀려들 가능성이 있는 곳에 물을 막을 수 있는 벽을 세우는 계획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런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면, 한국에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쌓아 놓은 벽 중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벽인 새만금 방조제가 이미 완공되어 있다. 새만금 방조제의 벽이 가장 높은 곳은 54m에 달해 10층 건물 높이를 훌쩍 넘어간다. 이런 벽이 33km 이상의 길이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

거대한 벽을 쌓아 바닷물을 막으려면 그런 공사를 해낼 만한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말 얄궂은 것은 지금까지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추려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며 전기와 연료를 사용해 경제를 개발하는 것이 지금껏 가장 좋은 발전 방법이었다는 사실이다.

강대국, 선진국들은 발전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해 기후 위기를 초래해왔다.

선진국, 강대국들은 지난 세월 동안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온갖 기계를 돌리며 부를 일구어 왔다. 그에 비해, 어업이나 관광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작은 섬나라들은 별달리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대단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다. 기후변화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해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희생되는 쪽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별로 배출하지도 않았던 작은 섬나라들이다.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에 책임이 많은 나라들은 그 사이에 국력을 길러 놓았기에, 벽을 쌓든, 사람들을 높은 지대로 옮겨서 살게 하든, 어떻게든 재난을 대응할 기술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런 대조가 기후변화 문제가 가진 차별적인 특성, 사회의 약자들을 공격해 무너뜨리며 공동체를 약하게 만드는 문제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살펴보면, 기후변화가 현실로 닥쳐온 지금 세상에서 기술의 중요성이 다시 강하게 부각되는 장면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정해지지 않았다, 점점 넓어져야 할 C테크의 범주

C테크의 범주는 기술 자체보다는 기후변화와 온실기체 해결을 중점으로 보아야 한다.

최근 유행어로 등장한 ‘C테크(C-Tech)’라는 말은, 기후(Climate), 탄소(Carbon), 청정(Clean)의 영어 단어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환경 관련 기술을 이야기하되, 기후변화와 온실기체 문제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살펴보면 C테크의 범위에 들어올 수 있는 기술과 산업의 범위는 꽤 넓어진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이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도로 빨아들인다는 탄소 포집 기술 같이 잘 알려진 기후변화 관련 기술은 당연히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 문제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기술도 같은 선상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가깝게는 연비가 더 좋은 기계를 만들어 연료 사용량을 줄여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부터, 멀게는 홍수나 가뭄을 예측하기 위해 더 좋은 기상관측용 인공위성을 띄우는 기술까지도 기후변화에 새롭게 그 중요성이 높아지는 C테크의 영역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추위와 더위에 더 강한 건축물을 만드는 기술이라든가, 여름철에 시원하고 겨울철에 따뜻한 재료로 창문을 만드는 기술 등등에 대한 전망도 당연히 C테크의 성장 흐름 속에서 따져 볼 수 있다. 물론 높아지는 해수면에 대응하기 위한 토목 공사 기술 역시, 넓은 의미에서 C테크 흐름에 따라 필요해지는 기술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나라와 해수면 상승에 피해를 보는 나라 간의 억울한 격차 문제를 생각해 보면, “기술 발전이 문제의 답이다”라는 발상이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공동체와 사회를 지키고자 하는 투자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기술이 생존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도 새삼 되새기게 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점 더 혹독해질수록, 그 문제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기술의 개발, 즉 C테크의 가치는 부각될 수밖에 없다.

곽재식 교수는 2006년 단편 〈토끼의 아리아〉가 MBC TV에서 영상화된 이후 소설가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는 소설 《고래 233마리》, 《지상최대의 내기》, 《이상한 용손 이야기》,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글 쓰는 이들을 위한 책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한국 전통 괴물을 소개하는 《한국 괴물 백과》, 과학 논픽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휴가갈 땐 주기율표》 등이 있다. KBS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활약 중이다. 공학박사이며, 현직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