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환경 이슈를 알기 쉽게 전하는 <세상에 E런 일이>. 두 번째 주제는 바로 ‘우주 폐기물’과 ‘전기차 폐배터리’다.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안겨준 우주 기술 뒤편에는 우주 쓰레기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알려진 전기차의 이면에는 폐배터리라는 폐기물 문제가 드리워져 있다. 두 폐기물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실태를 파헤쳐보자.
1. 🚀로켓은 내가 쏠게, 우주 쓰레기는 누가 치울래? #우주 폐기물
–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우주 잔해물 🛰, 지구🌏에 얼마나 치명적일까?
어느 날 갑자기 우리집 앞마당에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떨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이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중국이 쏘아 올린 로켓에서 생성된 24.5톤 크기 잔해가 필리핀 바다에 추락했고, 같은 날 스페이스X 우주선 캡슐 잔해로 의심되는 파편이 호주의 한 농장에서 발견됐다. 우주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쓰레기가 지구에 추락하는 일이 잦아진 걸까?
우주에서 관측한 지구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해온 ‘푸른 별’의 이미지와 다르다. 수많은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어지럽게 메우고 있기 때문. 심지어 최근에는 스페이스X(Space X), 원웹(OneWeb) 등의 민간 기업까지 수십 대의 인공위성을 한 번에 쏘아 올리고 있어 우주 쓰레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유엔우주업무사무소(OOSA, United Nations Office for Outer Space Affairs)에서 발표한 ‘우주로 발사된 물체 지수(Index of Objects Launched into Outer Space)’에 따르면 1957년 인류가 첫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후로 2022년 2월까지 총 1만 2,298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됐으며, 이 중 3,918개는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이렇게 길을 잃은 인공위성들은 우주 쓰레기가 되어 지구 주변을 떠돈다.
우주 쓰레기의 가장 큰 문제는 멀쩡히 작동하는 인공위성과 충돌해 새로운 잔해물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러한 악순환을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라 한다. 우주 쓰레기는 초속 7~11km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인공위성, 우주선, 우주비행사 등과 충돌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2009년에는 러시아의 비활동 위성인 코스모스 2251과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 33이 충돌해 수천 개의 파편이 생성됐는데, 이 잔해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늘어난 우주 쓰레기들은 수십 년간 지구 궤도에 남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공간이 넓다고 한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자리는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우주 쓰레기 문제는 우주 탐사 길이 막히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크고 작은 파편이 지구에 떨어져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로켓 잔해 중 하나인 연료 탱크에는 독성이 매우 강한 발암 물질인 비대칭 디메틸 하이드라진(UDMH)이 남아 있다. 이 물질은 물에 완전히 용해되어 토양에 침투하고 식수와 농업용 지하수까지 오염시킨다.
이렇게 우주 쓰레기가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되자, ‘우주 청소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가 등장했다. 대표 주자는 스위스의 ‘클리어스페이스(Clear Space)’다. 클리어스페이스는 2025년부터 유럽우주국의 우주 발사체 ‘베가 로켓’이 생성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는 최초의 우주 쓰레기 제거 프로젝트로 ‘클리어스페이스-1’이라는 작전명이 붙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글로벌위험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 동안 심각해질 10가지 글로벌 위험’ 가운데 우주 쓰레기 증가로 인한 환경 문제를 꼽았다. 지난 7월, 미국 정부는 우주 파편을 추적해 경로를 바꾸고 제거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우주 청소 작업은 한 나라가 책임지고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우주 쓰레기는 기후변화 문제처럼 많은 나라가 공동 규범을 정해 적극적으로 풀어갈 문제다. 인류 삶에 꼭 필요한 인공위성을 계속해서 활용하고 지구를 우주 쓰레기 매립장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더 이상 우주 청소를 미룰 수 없다.
2. 믿었던 전기차🚙 너마저… 어떻게 친환경이 변하니? #전기차 폐배터리
–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알려진 전기차⚡, 그런데 배터리🔋는 아니라고?
2030년 영국, 미국, 중국 등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와 친환경 차량 전환을 앞둔 지금. 자동차 제조사는 앞다투어 새로운 전기자동차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그만큼 전기자동차가 친환경 차량의 대명사라는 말씀. 전기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가 이렇게 많아지는 석유나 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전 생애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차보다 적다는 장점도 있다.
친환경적인 장점만 모아 놓은 듯한 전기차.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배터리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적으로 5~10년이 지나면 성능이 감소하게 된다. 충전과 방전을 거치면서 주행 가능 거리가 줄고 충전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 2020년 전후에 전기차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으니 빠르게는 2025년부터 폐배터리가 급증해 2029년까지 8만 개 이상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뒤 수만 개 쌓일 전기차 폐배터리는 잘못 방치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폐기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 이온 상태의 리튬은 독성이 있고,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분리막이 손상되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지자체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폐배터리는 폐차하거나 차량 등록 말소를 할 때 반납하게 되어 있었는데, 작년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됨에 따라 반납 의무가 폐지됐다. 민간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이에 현재는 환경부가 운영하는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 및 활용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아래 두 가지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첫 번째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금속들을 다시 새로운 배터리나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설치하는 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 1대의 폐배터리로 태양열 가로등 에너지저장장치를 약 30개 만들 수 있다.
전기자동차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21일 E-Waste 전문 기업 테스(TES)社를 인수해 글로벌 E-Waste 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테스는 E-Waste 재활용을 통한 원재료 및 금속 소재 추출∙재활용 사업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는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 진출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최초로 건설 현장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를 연계, 전력공급 시설을 구축했다. 이 시설로 전기차 폐배터리 문제 해소에 기여해 순환 경제를 실현하고, 피크시간대 공급받는 전력을 최소화해 연간 51.7톤의 탄소배출까지 저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성능과 충전 속도 저하 때문에 너무 빨리 버려지는 전기차 배터리들. 이제 폐배터리에 남아 있는 70%의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