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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 된 원전과 코끼리의 이유 없는 죽음?

친환경이 되어버린 원전과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한 이유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발 빠르게 전하는 <세상에 E런 일이>. 그 첫 번째 주제는 ‘원전’과 ‘코끼리’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로 환경오염의 끝판왕처럼 여겨졌던 원전이 갑자기 친환경 범주에 들어가고, 아프리카의 코끼리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 E런 일이 왜 생긴 것인지 낱낱이 살펴보자.

1. 원전, 너 이제부터 친환경 해라! #그린 택소노미

– 산전🌞 수전🌊 공중전🌀 에 이어, 이제는 원전☢ 도 친환경

최근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정확한 명칭은 ‘재생가능에너지’, 말 그대로 고갈되지 않는 자원을 재생시켜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를 말한다.

재생에너지의 종류? :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폐기물 에너지 등

그런데 이제 원자력 발전까지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이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

* 그린 택소노미란(Green Taxonomy)? : 어떤 산업 분야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산업인지를 구분하는 녹색 산업 분류 체계. 유럽연합(EU)이 2020년 6월 최초로 발표했다.

‘원자력’ 하면 보기만해도 위험할 것 같은 노란색 방사능 경고 표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어떻게 친환경이라는 초록초록한 테두리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일까? 원자력… 너 뭐 돼?

화석 원료나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 발전의 생산 단가가 훨씬 낮다.

우선 원자력 발전이 어떤 에너지인지부터 살펴보자. 원자력 발전의 장점은 아래 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화석 연료에 비해 적은 양의 연료로도 많은 전력 생산이 가능해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2. 원료인 우라늄은 화석연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적어 안정적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3. 다른 발전 시설에 비해 발전 중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발생이 현저히 낮다.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된 것은 당연히 3번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보다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으니 말을 다 한 셈. 어쩌면 원자력 발전은 최근 친환경 발전 트렌드에 딱 맞는 에너지일 수도 있다고나 할까?

화석 원료와 재생에너지에 비해 원자력 발전의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에는 ‘방사성 물질 사용’이라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운영 중에도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은 물론, 발전 후 나오는 ‘사용후핵연료(SNF, Spent Nuclear Fuel)’도 인체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여기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작업복과 각종 장치, 폐수 등의 폐기물을 발생시키기 까지.

 

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주로 매립)과 부지 확보에 국가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따지면 앞서 말한 원전의 특장점, 즉 우수한 경제성이 결국 허구에 불과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체르노빌’ 과학적으로 100% 이해하기(+후쿠시마) (출처: 왓챠 유튜브 채널)

원전을 활용하며 ‘위험성’을 결코 배제할 수는 없다. 때문에 유럽연합은 2022년 2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는 규정안을 확정하며 다음과 같은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다.

  • 신규 원전은 2045년 전까지 건설 허가를 받을 것
  •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처분 시설을 위한 자금과 부지를 마련할 것
  • 폐기물 처리 세부 계획을 세운 뒤 심의를 받을 것
  • 기존 원전도 2025년부터 더 안전한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를 사용할 것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위기 때문에 결국 원전은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건부친환경’인 셈이다.

2. 🐘코끼리가 죽은 이유는… 녹조라떼?🍵

– 그런데 그 라떼가 내 식탁🍽까지 옴

2020년 3월부터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날씨가 가물지도 않았고 밀렵을 당했다고 하기엔 상아도 멀쩡해 처음에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상황. 조사 끝에 밝혀진 원인은 뜻밖에도 물웅덩이에 있던 ‘독성 녹조’였다. 녹조의 세균이 만들어낸 신경독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는 코끼리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신경독이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농산물에서도 검출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강물 위를 떠다니는 녹조라떼가 독성을 품은 농작물로 돌아오다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아프리카 코끼리 의문의 떼죽음 그 근처엔 ㅇㅇ있었다 #애니띵
(출처: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

코끼리에게서 발견된 신경독은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으로, 이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 Bacteria)’라는 세균이 생성하는 독이다. 여기서 시아노박테리아는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남조류)’을 말한다. 즉, 녹조가 뜬 물을 코끼리가 마시고, 코끼리의 몸으로 들어간 남세균이 신경독을 형성하게 된 것.

*남세균(Cyanobacteria)? 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으로 남조류(Blue green algae)라고도 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2010년 국제암연구기관(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이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할 만큼의 무서운 독소로,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 간 비대, 간세포 괴사, 폐포 붕괴, 단백질 감소, 인지 장애 등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멕시코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사람이 사망한 사례가 발생할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3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아무리 끓여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안전 기준치도 정해두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안전 기준치>

  • 캘리포니아주 : 간 병변 기준 농도 0.0064µg/kg-day
  • 오하이오주 : 음용수 기준 성인 1.6ppb, 미취학아동 0.3ppb, 레저활동 기준 (수상스키, 낚시 등) 20ppb
  •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 : 정자 수 감소(생식 독성) 기준 0.0018, 0.001µg/kg-day

출처: 미국 환경보호청(EPA),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

 1µg =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 ppb = 미량 함유 물질의 농도 단위로 Part Per Billion, 즉 10억분의 1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조류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는 아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 영양염류의 유입으로 인한 부영양화(富榮養化, eutrophication)
2. 긴 체류시간과 느린 유속
3. 높은 일사량과 수온

결국 코끼리의 죽음은 환경오염과 연관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조류 자체는 자연 현상의 일부이긴 하지만, 독성을 가진 남조류가 과다하게 성장한 배경 뒤에는 오염물질이 섞인 폐수의 무분별한 배출, 그리고 해마다 상승중인 기온이 있었던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독성 녹조류가 증가하고, 늘어난 녹조들이 뿜어내는 메탄의 양도 증가하는데, 메탄 가스는 다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악순환이 매년 녹조 현상을 심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남조류들이 결국 제대로 걸러지지 못해 수돗물과 우리 밥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저 멀리 남아프리카 코끼리들이 죽음이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물을 아무리 걸러 마셔도 마이크로시스틴을 피할 수 없듯, 기후 위기에 아무리 대비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낙동강의 녹조라떼는 계속해서 우리의 식탁을 넘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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