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NEWS  2022.08.26

#3. 기후위기와 동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동물 연쇄 의문사’의 전말.
범인은 누구인가?

아직도 이상기후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는가.
뜨거워진 지구에서 죽음 외엔 선택지가
없는 이들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희생
당하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뉴질랜드 북섬 다우틀리스만 토케라우 해변에서 올해 5월초부터 매일 ‘요정’의 시체 수십 구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6월까지 해변으로 쓸려 온 시체는 500구 이상. 이것 역시 추정일 뿐, 정확한 숫자는 파악조차 안 된다. 이렇게 바닷가에서 떼죽음을 맞이한 요정들의 정체는 바로 ‘쇠푸른펭귄’,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새끼들이다.

굶어 죽은 바다의 요정

바다 수온 상승으로 먹이를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쇠푸른펭귄이 늘고 있다.

쇠푸른펭귄은 다 자란 성체의 몸길이가 30cm밖에 되지 않는, 현존하는 펭귄 중 가장 작은 펭귄이다. 푸른 깃털에 작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덕분에 ‘꼬마 펭귄’, ‘요정 펭귄’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 쇠푸른펭귄이 푸른빛을 잃은 채 허연 배를 드러낸 사체로 해변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새끼 쇠푸른펭귄들의 집단 폐사 원인은 놀랍게도 ‘굶주림’이었다. 쇠푸른펭귄은 주로 차가운 바닷물에서 작은 물고기들을 먹이로 사냥한다. 하지만 뉴질랜드 인근 해역의 지속적인 수온 상승의 여파로 작은 생선들이 온도가 낮은 수심 깊은 곳으로 이동했고, 이에 쇠푸른펭귄들은 먹이를 잡기 위해 더 깊고 멀리 헤엄쳐야 했다. 쇠푸른펭귄은 생후 7~8주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데, 이렇게 갓 독립한 어린 쇠푸른펭귄은 바다 깊은 곳으로 해엄쳐가기에 체력도, 지방도 부족하다. 그래서 결국 먹이를 구하지 못한 채 굶어 죽고 만 것. 실제로 해변으로 떠밀려온 사체들은 새끼 쇠푸른펭귄의 평균 몸무게의 절반 수준인 500~600g에 불과했다. 즉,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쇠푸른펭귄을 떼로 굶어 죽게 만드는 셈이다.

산 채로 익어간 연어들의 마라톤

수온 상승은 펭귄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물속이 서식지인 물고기에게는 직격탄이라 할 수 있는데, 심지어 최근에는 뜨거워진 물속에서 그야말로 산 채로 익어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 컬럼비아 강(江)에서는 산란을 위해 태평양에서부터 헤엄쳐온 연어들이 뜨거운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뜨거운 물을 헤엄치던 연어들은 살점이 뜯어지거나, 곰팡이에 감염되고, 화상을 입는 등 심각한 상태였으며, 헤엄치던 중 그대로 죽기도 했다.

뜨거운 강물에서 헤엄치다 죽어가는 연어들 (출처: Columbia Riverkeeper 유튜브 채널)

미국의 수질오염방지법에 따르면 강물의 수온은 20도가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시기 컬럼비아 강의 수온은 21도였다. 연어들의 비극을 공개한 환경보호단체 ‘컬럼비아 리버키퍼(Columbia Riverkeeper)’는 이를 두고 “사람으로 치면 38도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마라톤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지만, 연어들은 번식하려면 죽음의 마라톤을 할 수밖에 없다.

타 죽거나, 받혀 죽거나

아르헨티나 산불로 서울 면적 13배 초토화… 생태계도 위험 (출처: 연합뉴스TV 유튜브 채널)

바다와 강, 해변이 고온으로 치솟는 동안, 육지에선 불길이 치솟았다. 올해 초 아르헨티나 북동부에서는 화재로 최소 9,000㎢가 불탔다. 서울 면적(605㎢)의 15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 지역은 원래 비가 많이 오는 곳이었으나, 2년 전부터 이상기후로 가뭄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산불이 나자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방목해서 키우던 소 7만 마리가 사망할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이곳에 살고 있던 야생동물 380여 종의 생존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였다. 버팔로 57마리를 비롯한 많은 야생동물들이 산 채로 타 죽거나, 질식해 숨졌다. 특히 뱀, 개미핥기 등 움직임이 느린 동물들은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다. 움직임이 빠른 동물들은 불길은 피했지만, 자동차까진 피하지 못했다. 불을 피해 도망가다 로드킬을 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로 인해 이곳의 생물 다양성이 크게 파괴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피해로 잿더미가 된 야생 동물들의 터전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용케 죽음을 피하더라도 잿더미가 된 터전에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 불길과 자동차를 피해 살아남은 동물들을 기다리는 건, 대기근이다. 이처럼 서식지에 불이 나면 많은 동물이 피하지 못하고 그저 죽는다.

뜨거움을 견디지 못한 새들의 투신

그렇다면 인간이 사는 도심에 정착한 동물들은 이상기후를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자연에서 이상기후를 맨몸으로 겪는 동물들보다 조금은 나을까.

폭염으로 인도의 많은 새들이 추락하고 있다. (출처: Inside Edition 유튜브 채널)

도시의 동물들도 처절한 생존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42도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스페인의 세비야와 코르도바 인도 곳곳에서는 죽은 새끼 새들의 모습이 자주 발견됐다. 이중에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깃털 하나 없는, 갓 태어난 개체들도 있었다. 칼새의 새끼들이었다.

칼새는 고층건물의 틈, 지붕 구멍, 첨탑 등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는다. 그런데 최근 기온이 치솟으면서 콘크리트와 금속판 등이 일종의 오븐 역할이 되어 칼새 둥지를 달궜다. 날 수 없는 새끼 새들은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다 도시 한복판으로 곤두박질쳐 죽었다. 칼새 새끼들처럼 스페인의 세비야와 코르도바에서 폭염 탓에 죽거나, 죽기 직전인 새들이 100마리이며, 구조돼 치료받은 새들이 400마리에 이른다.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주의 최대 도시인 아마다바드에서는 심지어 날던 새마저 폭염 탓에 떨어져 죽었다. 이 지역은 올해 5월에만 43~47도에 달하는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는데, 도시의 수원(水源)과 늪지대마저도 메말라 가는 상황이다. 불타는 듯한 기온 속에 비행하던 새들이 체력과 수분 고갈로 힘없어 추락하고 있다. 아마다바드에서는 이렇게 떨어져 죽거나 다치는 새가 매일 수십 마리에 다다르는 상황이다.

잠수하는 동물마저 익사한 폭우

폭염만 동물을 죽이는 게 아니다. 폭우에도 동물은 죽는다. 2020년 인도 동북부에 폭우가 쏟아져 카지랑가 국립공원의 85%가 잠겼고, 동물 100여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카지랑가 공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외뿔 코뿔소 2,400여 마리가 사는 곳이었다.

외뿔 코뿔소는 덩치가 매우 큰 육지 동물이면서도 수영에 능해 잠수해서 먹이를 찾는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쏟아진 폭우에는 이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홍수로 8마리의 외뿔 코뿔소가 물에 잠겨 익사했다. 그외에도 60여 마리의 동물이 익사했고, 10여 마리의 동물은 불어난 물을 피하려다 로드킬로 죽었다.

호주 역대급 폭우에… 머리까지 물에 잠긴 동물들 (출처: JTBC 뉴스룸 유튜브 채널)

사람을 경계하는 야생동물이지만, 폭우를 피할 곳이 없으면 사람 사는 곳으로 피난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호주에는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비를 피해 온 거미 떼가 가정집 마당을 뒤덮은 모습, 집을 잃은 박쥐나 날다람쥐들이 처마 밑으로 피신하는 모습, 가로수 여기저기에 뱀들이 올라간 모습들이 목격됐다. 이상 기후로 자연재해가 닥치면 야생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뿐 아니라, 잠시 위험을 피할 곳조차 찾기 어렵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잠수하는 동물마저 익사한 폭우

생존을 위해 서식지를 이동하는 동물들

이상기후를 피해 동물이 살아남는 법은 이동이다. 먹이가 풍부하거나 번식하기 좋은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이동은 인간에게도 예상치 못한 만남과 새로운 상황을 가져온다.

동물들의 이동은 무엇보다 전염병 창궐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동물들이 가진 다양한 바이러스가 다른 종들 간의 접촉으로 서로 옮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50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포유동물 간 바이러스 전이가 15,000건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2002, Climate change increases cross-species viral transmission risk)

동물 간의 바이러스 전이는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이미 박쥐에게서 옮았다고 전해지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원숭이두창, 뎅기열, 탄저병 등 수많은 인수공통 감염병에 고통받고 있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수공통 감염병의 발병 건수가 10년 전 대비 63%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동물이 이동하지 않으면 괜찮을까? 이동에 실패하는 동물들은 멸종한다. 또한 한 종만 사라져도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일례로, 인간에게 해충인 모기마저 생태계에서는 조류, 양서류, 박쥐류, 어류, 파충류 등 수많은 동물들의 중요한 먹이이자, 식물들의 수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만약 모기가 멸종된다면 더 많은 종이 사라지게 되고,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물의 멸종이 곧 환경 재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 예일대의 한 연구팀(앨르스 카프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초식동물의 멸종이 대륙 규모의 큰 화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밝혀냈다. 생태계에 큰 타격을 입히는 대형 산불도 동물들의 멸종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수온 상승, 산불, 폭염, 폭우 등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모든 자연재해는 그 형태를 불문하고 오롯이 인간의 책임이다. 수년 전부터 지구온난화로 많은 동물이 멸종되고 있었지만,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때까지 외면할지도 모른다. 맛있는 음식, 새로운 옷 등 현재 인간이 지구의 온도를 높이며 누려온 모든 것에는 동물들의 숱한 죽음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대로 놔둔다면, 기상 이변으로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이 더는 새삼스럽지 않은 것처럼, 인류가 지구에서 모조리 사라지는 ‘멸종’도 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