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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온 에너지 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닥쳐온 에너지 위기, 우리나라 천연가스 시장의 앞날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은 초유의 천연가스 공급 위기에 직면했다. EU는 지금까지 천연가스 공급의 40%, 원유 공급의 25%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달여 만인 3월 25일, EU와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협력 방안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미국은 올해 말까지 EU에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 150억㎥를 추가로 공급하고, 에너지 안보를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이 전적으로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 Pipe-line Natural Gas)에 의존하기 때문에 EU 내 LNG 터미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LNG는 PNG에 비해서 도입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EU는 천연가스 공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 EU의 천연가스 시장을 장악하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EU는 미국과 함께 에너지 설비 및 서비스 수출 제한 조치 등 러시아를 향한 경제 제재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EU 천연가스 시장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더욱 확대되었다. EU 천연가스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에 30.6%, 2014년 33.3%, 2020년 38.2%였다.

EU의 러시아 경제 제재 주요 항목

  • 국영은행 및 에너지‧방산기업이 발행하는 만기 30일 이상의 신규 채권, 주식, 유사한 금융상품에 대한 매매 금지
  • EU 군용 품목 리스트(common military list)에 포함되는 품목에 대한 수출 금지
  • 에너지 설비 및 기술 수출 시 EU 회원국 관련 기관의 사전 승인
  • 심해 및 북극해 석유탐사 및 생산, 셰일오일 프로젝트 관련 제품의 수출 라이선스 발급 금지

이처럼 러시아 천연가스가 EU 천연가스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서유럽의 천연가스 공급국 중 하나인 알제리의 천연가스에 비해 10~20% 낮은 가격으로 수출되어 왔고, 덕분에 러시아는 EU 내 천연가스 점유율 1위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잠재되어 있던 EU의 천연가스 위기

EU는 주로 러시아, 노르웨이, 알제리, 리비아,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PNG)를 공급받고 있었다. 하지만,  노르웨이로부터 연결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제외하면 EU 회원국과 연결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모두 잠재적인 분쟁의 문제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EU 내에서 대부분의 천연가스는 러시아와 연결된 PNG 공급망을 통해 수입된다. (출처: 미국에너지관리청)

알제리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모로코를 통과하여 스페인으로 연결되는 마그레브-유럽(Maghreb–Europe) 파이프라인, 알제리에서 스페인으로 직접 연결되는 메드가즈(MedGaz) 파이프라인, 알제리에서 튀니지를 거쳐 이탈리아로 연결되는 지중해 통과(Trans Mediterranean) 파이프라인을 통해 EU로 운송된다. 그런데 알제리와 모로코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2021년 8월 24일, 알제리는 모로코와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후인 11월 1일, 마그레브-유럽(Maghreb–Europe)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중단됐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 전부터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루트를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이미 급감 중이었으며, 벨라루스(Belarus) 루트를 통한 공급 역시 2021년부터 중단된 상황이다.

단점 투성이인 PNG를 버릴 수 없는 이유

LNG 공급 비중이 점차 증가 중이지만, 여전히 EU에 도입되는 천연가스의 80% 이상은 PNG 방식이다.

PNG가 더 용이하다는 이유로 EU 내 일부 국가에만 갖추어진 LNG 인프라 (출처: EU집행위원회)

EU에 천연가스가 PNG 방식으로 도입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EU 회원국에 LNG 터미널 인프라가 갖추어진 국가들이 그리스, 몰타, 스페인 등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50%가 넘는 독일만 보아도 LNG 터미널을 아예 운용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EU 회원국에 LNG 터미널이 없는 이유는 LNG 시장 가격이 PNG보다 높기 때문. 여기에 러시아, 노르웨이, 알제리 등의 국가로부터 천연가스 조달이 용이했던 EU 회원국이 PNG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2021년 4월 EU의 LNG 수입이 2018년 동월 대비 2.5배 상승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LNG 수입이 2018년 10월 이후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현재 미국은 EU 최대 LNG 공급 국가가 되었다.

획일화된 PNG 시장에서 차츰 영역을 넓히고 있는 LNG 시장. 그중에서도 현재 미국은 EU 최대 LNG 공급 국가로 거듭났다. (출처: EU 집행위원회)

한국, 천연가스를 두고 유럽과 경쟁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는 2022년 말까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2/3수준으로 줄이고, 2030년까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를 위한 해결 과제는 많다.

해결과제

  •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 문제 감수
  • LNG 터미널 건설 등의 인프라 구축
  • 안정적인 LNG 물량 확보를 위한 선박 확보

EU 내 LNG 터미널 건설 확대와 LNG선 수주 증가는 국내 산업에 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대비 2021년 EU에서 미국 LNG 수입은 1.6배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LNG 운반선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신조 발주된 LNG 운반선은 108척으로 2021년 상반기 86척을 크게 상회하였다. 그리고 2022년 상반기 신조 발주 물량의 절반 이상을 한국기업인 한국조선해양(21척), 대우조선해양(18척), 삼성중공업(24척)이 수주하였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LNG 공급원 확보를 위해 카타르 에너지(Qatar Energy)의 2020년 가스 공급계약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중단하였다. 지난 2018년 EU 집행위원회는 카타르 석유(現 카타르에너지)와 유럽 수입국 간 공급 협정이 EU의 독점 금지 규정을 위반했음을 확인하고 그 여부를 조사했지만, 천연가스 공급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카타르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조사를 중단한 것이었다.

 

카타르는 현재 미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LNG를 생산/수출하는 국가다. 카타르는 2020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전체 LNG 수출 양의 68%를 판매했으며, 한국의 최대 LNG 공급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LNG를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2020년 한국에 수입된 553억㎥의 LNG 중 130억㎥가 카타르에서 수입된 것이다.

천연가스 공급 위기를 맞은 EU가 한국의 최대 LNG 공급국인 카타르와 에너지 파트너십에 속력을 내고 있다.

EU 회원국 중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독일 역시 카타르와의 천연가스 협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2년 3월 20일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는 도하에서 양국 간 천연가스 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두 국가는 에너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고,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는 2024년 독일에 LNG 공급을 시작할 것임을 확약하였다.

 

EU의 손은 카타르를 넘어 호주까지 뻗쳤다. 호주는 최근까지 중동지역 다음으로 아시아-태평양 LNG 공급에서 중요한 국가였다. 이는 카타르와 호주에서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게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도 기존 LNG 공급망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서 중동, 호주, 미국 등 기존의 LNG 도입국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안상욱 교수는 파리정치대학교(Sciences Po)와 파리3대학교(Université Paris III)에서 수학하고, 파리3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유럽지역학)학위를 수여받았다. 한국연구재단 SSK 에너지연구사업단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였다. 현재 국립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유럽학 학술단체인 한국유럽학회 부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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