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압도적 스케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인류의 생존위기,
인류의 재앙과 연결되는 본격 ‘환경 영화’다.
스크린에서 ‘공룡’을 볼 때의 놀라움은 <쥬라기 공원>이 개봉한 1993년이나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개봉한 2022년이나 변함이 없다. 29년이란 시간의 간격이 무색할 정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기대작이란 명성에 걸맞게 관객들이 원하는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전한다. 게다가 단순히 오락적인 재미뿐 아니라, 영화 속 공룡들을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도 설파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더 새롭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쥬라기’ 시리즈의 피날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29년 동안 이어진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전작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화산으로 파괴되어 공룡들이 인간 세상으로 나오게 된 이후,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복제인간 소녀 메이지(이사벨라 써먼)와 함께 인적이 드문 숲 속에 살고 있다. 오웬과 깊은 유대감을 쌓은 공룡 ‘블루’와 블루의 새끼 ‘베타’ 또한 그들 주변에 맴돌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바이오 기술 회사인 ‘바이오신’이 메이지와 베타를 납치한다. 이유는 이들이 특별한 복제기술로 탄생했기 때문. 바이오신은 메이지와 베타에게 내재화된 복제기술을 탈취하기 위해 이들을 연구단지로 데려가고, 오웬과 클레어는 메이지와 베타를 구하기 위해 바이오신으로 향한다.
한편, 이로운 유전자 공학 기업으로 포장된 ‘바이오신’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공룡의 독점 포획권을 얻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은밀히 공룡 DNA를 가진 메뚜기 떼를 탄생시켜 인류의 식량 공급망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바이오신에서 만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한 농작물은 먹지 않고, 그 외의 농작물은 다 먹어 치우는 거대 메뚜기 떼를 만들어낸 것. 이를 알아차린 새틀러(로라 던), 그랜트(샘 닐) 박사는 바이오신의 계획을 막기 위해 과거 ‘쥬라기 공원’에서 고난을 함께한 이안(제프 골드브럼) 박사의 도움을 받아 바이오신 연구단지에 잠입한다. 이렇게 약속이나 한 듯 모이게 된 오웬, 클레어, 새틀러, 그랜트 박사 등은 유전자 조작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악당들에 맞선다.
영화 속 공룡과 싱크로율 100%인 존재가 지구에 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블록버스터가 아닌 환경 영화로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서로 다른 생명체와의 공생, 그리고 기술 진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성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공룡과 공생한다는 게 환경과 무슨 접점이 있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공룡을 ‘야생 동물’로 바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는 불법 교배 공장에서 공룡들에게 비윤리적인 학대를 가하고, 공룡 밀렵과 밀거래를 일삼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러한 장면들을 보며 평소 동물 문제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은 아마 실제 우리 지구에서 밀렵으로 사라지고 있는 야생 동물들과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동물 교배 공장을 떠올릴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공룡이라는 가상의 동물과 인물들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디선가 고통받고 있을 동물들의 현실, 그리고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는다. 심지어 그 오만함이 메뚜기 유전자 조작으로까지 뻗쳐 그 결과로 식량난이 초래되는 상황을 그리며, 그 모든 과오들이 결국 자연의 순리에 의해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 더해 영화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야생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 문제까지도 상기시키는데, 특히 무분별한 벌목으로 먹을 것을 찾지 못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오도가도 못한 채 울부짖고 있는 모습은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들의 마음에 닿는다. 그리고 이내 이 공룡의 모습이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채 죽어가는 지구의 수많은 야생 동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서식지 파괴와 불법 거래 등의 요인으로 1970년부터 48년간 야생동물의 개체는 68% 급감했다. / 세계자연기금, 2020)
실제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연출을 맡은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이번 작품을 “우리가 자연계의 힘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라며,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간과 공룡(or 동물)의 공생이 곧 지구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일임을 강조했다.
‘공생’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다른 생명체와의 공생에서 꼭 필요한 존중과 신뢰는, 그 생명체를 있는 그대로 지키고, 보호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긍정적인 건 현실에서도 동물권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고, 이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을 가두고 관람하는 동물원을 없애거나 자연과 유사한 형태로 바꾸는 최소한의 노력부터, 육지∙바다 동물들을 위한 보호구역을 늘리고, 단절된 서식지를 잇는 ‘생태통로’로 야생동물의 이동권과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야생생물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처럼 세계적으로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려는 법적제도도 점차 공고해 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 하나 하나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인간 포함) 본연의 터전을 되찾아가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행히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상적인 공생의 모습을 펼쳐보인다. 도시뿐만 아니라 초원, 하늘, 바다에서 공룡, 동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려지는 것. ‘쥬라기’ 시리즈의 팬이라면 서로를 존중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오웬이 블루와 처음 교감을 쌓을 때 보여줬던 마음가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29년간 이어진 ‘쥬라기’ 시리즈는 공룡과 인간의 아름다움 공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스크린이 아닌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만들어나갈 공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