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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시대, 새로운 틀의 해외자원개발이 필요하다

자원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자구책!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전략의 틀부터 바꿔 나가야 할 때다.

어쩌면 글을 쓰고 있는 이 무렵은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기엔 이미 늦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수 년간 문자 그대로 내팽개쳐진 해외자원개발을 지금 와서 안 하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이미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자원 가치를 볼 때에 신규 자원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의 의견과 시장논리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가운데, 우리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근시안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해외자원개발을 두고 냉탕 온탕을 오고 가는 정부의 잘못도 있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무책임한 선동,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사회의 한계도 한몫 했다.

 

작금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흐름은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을 촉발시켰다. 특히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멈출 줄 모르고 급상승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구리, 니켈, 우라늄 등 에너지∙광물 자원뿐만 아니라 밀, 콩 등 농산물까지, 자원의 위기와 가격 상승은 산업 부문을 넘어 국민의 먹거리까지 전방위적으로 심대해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니켈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톤당 2만 달러→10만 달러(2021년 평균가)로 수직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거래가 며칠 동안 정지되기도 하는 등 전대미문의 폭등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가격 패닉에 충격을 받았는지 최근 정부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 소유 형태로 투자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니켈 광산인 암바토비 광산과 파나마의 꼬브레파나마 광산을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희소금속 시세가 치솟자 뒤늦게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외 광산 매각 중단에 나선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종합예술이자 전략게임이 필요한 분야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UCLA 교수였던 노먼 커즌스는 “가장 좋은 조기경보 시스템은 역사” 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10여 년간 과거 자원개발의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낙제 점수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고유가(高油價) 상황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자원개발을 시작하였다. 게다가 국가원수가 먼저 공개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선언해 버린 터라 실무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프리미엄 지불을 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이후 부실개발이라는 비판 하에 해외 광구를 매각하기도 했다. 주식으로 따지자면 머리에서 사서 무릎에서 판 것이다.

콩고 코발트 광산의 전경

이처럼 쓰디쓴 경험을 학습의 과정으로 삼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과거 실수를 통해 배운 게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유가가 130달러 넘는 상황에 이르고 나서야 해외자원개발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동안 학습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필자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하여종합예술이자전략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종합예술이라 함은, 자원개발이라는 분야가 기술개발 및 막대한 자금력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자원 보유국의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에 대한 고도의 접근 방식이 동시에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전략게임이라 함은, 자원개발 과정이 투명하고 열려 있는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만 아니라 자원 보유국 지배 계층과의 물밑 협상과 커튼 뒤 전략 또한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공기업 주도의 해외자원개발을 진행해 왔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종합예술과 전략게임적 접근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몇 가지 전략

이제 우리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하여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첫째, 자원개발의 기본 주체는 민간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 시장 상황에 대하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섹터는 민간이다. 또한 자원보유국의 거버넌스에 딥 플레이(Deep Play)할 수 있는 여력 또한 민간이 공기업보다 우월할 수 있다.

SK어스온의 그린빛 미래! 2021 해외자원개발 심포지엄에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발표 (출처 : SK이노베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

둘째, 정부나 공기업은 해외자원의 직접 개발보다 기술투자, 금융 및 세제지원, 그리고 자원보유국과의 외교나 고급 정보 제공에 있어 그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막대한 자원 보유국이자 석유∙가스 수출국이기도 한 미국조차도 해외 자원개발에 있어서는 여러 정부부처 및 정보기관, 그리고 국제금융기관의 막후 협력과 지원이 긴밀하게 이루어진다. 자원 초강대국조차 촉각을 곤두세우는 해외자원개발 전략게임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외교는 지극히 순진할 뿐이라고 자평하게 된다. 또한 기관마다 산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도 자원개발과 연계하여 점과 점을 연결해야 하며, 해당 지역에 민간이 진출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되어야 한다.

 

셋째, 공기업이 직접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하고자 할 때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평가가 필요하다. 실무진은 기업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사활을 걸고 현장을 누빈다. 어렵게 획득한 사업을 단기적인 성과로 평가하여 접어버리고 마는 실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추진했던 리튬 개발사업을 우리 스스로 내려놓았지만, 결국 글로벌 배터리 전쟁이 격화되면서 그 가치가 뒤늦게 주목받게 된 사례는 이를 입증한다.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단기 성과에 연연하거나 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유사한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넷째, 해외자원개발 정책 수립에 있어 무엇보다도 자원개발과 에너지 분야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투자를 이행하거나 투자를 중지하는 것 모두 비가역적 행위다. 자원개발과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전원을 올리고 내리듯 즉시적∙즉흥적으로 바뀌는 행위가 아니다. 미국∙유럽의 경우 제도 자체가 분권화되어 있어 중앙부처에서 만든 정책에 흠결이 있을지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지극히 중앙집권화된 우리나라의 경우 최상위 단계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하위 계획까지 일사불란하게 동조화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책의 파급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에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그 기대효과를 세심하게 예측하여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성과 해외자원개발의 역할 등 수치 지표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지하여야 한다.

 

다섯째,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에 필요한 자원개발도 ESG에 포함하여야 한다. 배터리와 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 희소금속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자원 개발에 대해서는 ESG로 인정하고 금융지원의 우선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도 해외자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최근 신규 해외 광산개발이 쉽지 않은 것처럼, 향후 해외에서의 온실가스 외부 감축 사업권 확보 또한 만만치 않게 될 전망이다. 경제규모가 큰 주요 국가들이 모두 탄소중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산림개발, 중소규모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 온실가스의 감축 내지 흡수 사업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더욱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긴 호흡과 장기적 시각으로 개발에 나서야

해외자원개발은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현재 에너지 가격 급상승으로 인해 너무 서두른다고 해결될 이슈도 아니다. 그 동안 유사한 실패가 발생했던 이유의 상당 부분은 공적 섹터 위주로 진행된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일본의 상사(商事)처럼 민간이 주체가 되어 해외자원개발을 진행하되, 공적 섹터는 정보와 외교 통로를 측면 지원하며,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및 세제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박호정 교수는 자원경제학과 에너지경제학 분야에서 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University of Maryland 자원경제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전력시장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현재 한국자원경제학회장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그린뉴딜∙탄소중립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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