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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말한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미래 세대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세계가 태양광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 EU Emissions Trading System)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유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월 4일 탄소배출권 가격은 96.45유로로 거래를 마감하며 2005년 시장 출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어 2월 8일에는 장중 한때 98.49유로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면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KAU22)은 현재 약 3만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EU 탄소배출권 가격과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 차이는 약 10만 원 정도이고 이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 우리가 EU에 부담해야 할 부담금이 된다. 즉,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성적표이자 청구서인 셈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기후∙에너지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EU에 수출하는 품목 상당 부분은 적자를 보거나 수출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EU는 내 기업에게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이, 해외 경쟁사들에게도 탄소세를 부과하는 조치이다. EU는 2025년까지 과도기를 둔 후 2026년부터 제도를 확대해 적용할 예정이다.

환경 중심 시대, 재생에너지로 상승 동력 삼아야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적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대한민국 수출액은 역대 동월 중 최초로 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무역적자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다소 빛이 바랬다. 지난 2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1월 수출이 작년 동기간 대비 15.2% 증가한 553억 2,000만 달러, 수입은 35.5% 늘어난 602억 1,000만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8억 9,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3대 에너지원의 원가 급등이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2022년 1월 수입 규모는 159억 5,000만 달러로, 지난 해 1월 대비 90억 6,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분야별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원유 187%, 가스 287%, 석탄 319%였다. 에너지 수입 증가액만 무역적자의 2배 가까이 되는 규모다. 만약 에너지 가격이 지난 해 수준에 머물렀다면 오히려 4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에너지 수입 증가액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재생에너지가 주요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급되었다면 에너지 수입에 따른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의 최근 10년(2011~2020) 1차 에너지 중 신재생 비율은 3.0%에서 7.0%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수입의존도는 96.5%에서 92.8%로 감소했으니 말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유망주’, 태양광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은 전 세계에 200GW 이상의 태양광이 설치되는 첫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다. BNEF는 글로벌 태양광 설치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2021년 183GW(범위 171~199GW)의 태양광이 설치되었다면, 2022년엔 228GW(범위 204~252GW)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2년 최고 시나리오로 206GW를 전망했던 2020년 11월 7일의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2015년 설치량의 약 4배, 2018년 설치량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듯 세계 각국의 태양광 행보는 숨가쁘게 전진 중이다. 태양광에 가장 앞선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기오염 감소 및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 National Energy Administration)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한 해에만 53GW, 누적 기준으로 307GW의 태양광을 설치했다. 더불어 ‘206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전력시장,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의 개선을 추진했고,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태양광 및 풍력 누적 용량을 1,200GW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세계 각국이 비준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나라별로 설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이행하는 조치.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중국은 이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중국의 태양광 설치량에 대해 중국전력위원회는 93GW, BNEF 등의 전문가들은 100GW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등, 올해 중국의 태양광이 100GW를 넘어설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참고로 100GW는 2018년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총량 108GW와 맞먹는 수준이며, 연간 40억㎾h의 전력을 생산하는 후버 댐(Hoover Dam)을 약 75기를 건설하는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처럼 거대한 용량의 태양광을 중국이라는 하나의 나라가 1년 동안 설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 발전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EU의 경우 *’Fit for 55’에 따라 2025년까지 매년 약 20GW의 태양광을 설치해 2030년까지 누적 660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싱크탱크인 Ember의 최근 보고서 ‘European Electricity Review 2022’에 따르면, 2021년 EU의 태양광 설치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22GW를 기록했다.

Fit for 55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2개 항목을 담은 EU의 탄소배출 계획안. 2030까지 EU의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일은 지난 해 9월 연방 의회 선거에서 사회민주당(SPD)이 제1당이 되며 녹색당, 자유민주당과 연합한 ‘신호등 연정’을 탄생시켰다. 연정은 독일의 새로운 기후 목표를 발표하며, 2030년 전력믹스에서 재생에너지의 목표를 기존 65%에서 80%로 높였다. 또한 지난 1월 발표한 연방경제기후보호부의 ‘즉각시행조치’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용량을 현재의 3배에 해당하는 200GW로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17GW의 태양광을 포함하여 24~28GW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해야 하는데, 2021년 설치된 태양광이 4.9GW였음을 고려할 때 이는 앞으로 해마다 2021년의 약 3.5배에 달하는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전 대국’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11일 프랑스 동부 벨포르(Belfort)의 원자력 터빈 공장을 방문하여 원자력 25GW(14기)를 포함한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발표했다. 국내 다수 언론에서 이날 발표를 ‘원자력 르네상스’라고 보도하였는데, 마크롱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전략 발표에는 육상풍력 37GW, 해상풍력 40GW, 그리고 태양광 100GW 계획이 함께 포함되었다. 용량만으로 본다면 원자력 르네상스보다는 오히려 ‘태양광 르네상스’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될 만큼 태양광 에너지 분야의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미국은 2021년 10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zero)로 만들기 위한 미국의 장기 전략을 발표했고, 관련 보고서에서는 2022년 미국 유틸리티 태양광을 전년 대비 91.2% 증가한 44.2GW로 분석했다.

 

이상과 같이 세계 주요 국가가 올해 설치할 태양광 용량만 더해도 2022년은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붐의 원년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전 세계에 불어오는 태양광 설치 붐의 동인은 비용 하락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와 Our World In Data 통계를 보면, 태양광은 1976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CAGR Growth) 40%, 학습률(Learning Rate) 24%, 연간 대비 비용 감소(Fall in Cost YoY) 12%를 보이고 있고, 2010년 이후만 보면 연평균 성장률 40%, 학습률 35%, 연간 대비 16% 비용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10월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Lazard)가 발표한 균등화 발전 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nergy,)에 따르면, 발전원별로 MWh당 원자력 167 달러, 석탄 108달러, 가스 60달러, 풍력 38달러, 태양광 36달러로, 태양광의 발전비용이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지금 붐업이 필요

반면 우리나라 태양광의 경우 주요 국가와 많은 차이가 있다. 몇 번에 걸쳐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여전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권고보다 약 10% 정도 낮고, Ember 보고서 ‘Global Electricity Review 2021’에 밝혀진 2020 발전량 중 재생발전 점유율도 5.7%로, 독일 44.9%, 영국 42.3%, 세계 평균 29.0%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가 인류의 경제∙사회 활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과학적, 기술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제공하고 국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유엔 산하 정부 간 협의체

2021년 말 기준 전체 발전설비 용량 중 재생발전 비율은 독일 63.8%, 중국 43.2%, 인도 38.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1.0%이고, 2030년 재생발전 목표 또한 독일 80%, EU 65%, 인도 60%, 중국 53%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에너지를 포함하여 30.2%에 불과하다.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2021) 특히 태양광 설치 용량은 2020년 4.6GW에서 2021년 4.4GW로 오히려 감소했고, 누적 용량은 21.7GW에 불과하다. 이런 결과는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 부족, 왜곡된 언론 보도, 발전설비를 혐오시설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하여, 그리고 미래 세대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함에 있어 태양광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월 9일 발표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K-Map’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태양광의 적정 설치 용량으로 연평균 11.7GW를 제시했다.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12GW의 태양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준을 조금 더 높여 IPCC 권고 또는 독일 목표 수준에 맞추면 약 17GW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태양광 붐업이 일어난다면 관련 시장의 확대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다. 태양광 1GW 당 공사비가 약 1.2조~1.5조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해마다 태양광 공사비로만 14조 원에서 20조 원의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의 물음에 이제는 답해야 할 때

필자는 재생에너지 전문가로서 태양광에 대한 장점을 20개로 요약하여 소개하곤 한다. 태양광은① 안전 ② 깨끗 ③ 무한 에너지 ④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⑤ 국산 연료 ⑥ 연료비 제로 등의 장점뿐 아니라, ⑦ 수입 대체 효과로 설치국가를 에너지 보유국을 만들어 준다. 또한, ⑧ 미세먼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⑨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며, ⑩ 간헐성 전원으로 AICBM(AI+IoT+Cloud+Big Data+Mobile)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이외에도 ⑪ 무역수지 개선 ⑫ 탄소국경세(CBAM), RE100 관련 기업 수출장벽 대비 ⑬ 글로벌 밸류 체인에 합류하는 기회 제공 ⑭ 휴경지 활용 ⑮ 소득 불균형 해소 ⑯ 미래 세대와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 이행 ⑰ 짧은 공사 기간 ⑱ 잉여전력, 탄소배출권 수출 가능 ⑲ 에너지 안보 강화 ⑳ 핵폐기물과 같은 위험 폐기물 배출 제로 등의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태양광 발전이다.

태양광 발전 원리 소개 (출처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공식 유튜브 채널)

주요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합의(*COP26),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 가스 가격 및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 무역 적자, 최근 화제가 된 EU 텍소노미 및 RE100 논쟁 등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주제는 기후변화 대응이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EU,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국을 포함한 138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의 90%,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8%, 세계인구의 85%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에 발맞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COP26(Conference of the Parties 26)

제26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

기후변화 위기 앞에 글로벌 경제 질서와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각 국가가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하면 가할수록 세계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태양광 설치 붐을 보게 될 것이며, 그 어떤 전문가의 예측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계획이 새롭게 발표될 때마다, 또 하나의 에너지 전망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태양광은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에너지전환포럼 황민수 이사는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황 이사는 숭실대학교에서 ‘학교 부하패턴 기반의 PV 경제운전을 위한 ESS 적정 용량 산정 및 운영방안 연구’로 학위를 받았으며, 1992~2017년까지 한국전기공사협회에 재직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 재생에너지 확대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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