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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팔고, 저기는 사고’ 드러나는 수소무역 윤곽. 주도권은?

수소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청정수소 확보를 위한 주요국들의 노력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호주, 독일, 한국 등 앞으로 세계 청정수소 무역을 주도할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국제 수소 공급망 형성 양상을 살펴보자.

(출처: 셔터스톡)

신민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청정수소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2020년 기준 9,000만 톤 수준인 전 세계 수소 수요량은 2050년 6억6,00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Hydrogen Council&Mckinsey, 2021), 이중 청정수소의 비율이 73~10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McKinsey, 2024). 이 같은 긍정적인 수요 전망에 발맞춰 안정적인 청정수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제무역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데, 청정수소 최대 수출국으로는 호주가, 주요 수입국으로는 독일과 함께 우리나라가 꼽히고 있다. 다가올 청정수소 시대, 주도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청정수소 분야의 글로벌 트렌드와 국가 간 현황을 살펴보며 그 주인공을 예측해 보자.

*청정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현저히 적게 배출하는 수소.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수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와 그레이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활용·저장해 생산하는 ‘블루수소’가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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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부터 경매까지, 청정수소 시장 본격화

2024년 수소 분야의 핵심 이슈는 ‘청정수소 시장의 본격화’다. 실제로 최근 각국 정부의 주도하에 청정수소 시장이 개설되거나 준비되고 있다. 입찰, 경매 등 시장을 운영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 청정수소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에게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시한 데 이어, 오는 6월에는 청정수소를 사용해 생산된 전기만 구매·공급하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시할 예정이다. 해당 시장에 올해 예정된 입찰물량만 6,500GWh에 달한다.

*수소발전 입찰시장: 수소 또는 암모니아 등의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생산된 전기를 전력거래소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구매해 한전, 구역 전기사업자 등에게 공급하는 제도.

세계 최초! 수소 발전 입찰 시장 개설(이옥헌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정책관 국장)(출처: 연합뉴스경제TV)

다른 예로, 유럽연합(EU) 수소은행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청정수소시장 발전을 위해 ‘수소생산 보조금 시범 경매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에 최종 낙찰된 7개의 그린수소 사업에는 앞으로 10년간 7억 2,000만 유로(약 1조 원)의 보조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또한 일본에서도 연내 수소시장이 개설될 전망이다. 일본 도쿄도지사는 올해 1월 연내 시범운용 개시를 목표로 수소거래소 설립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청정수소 생산업체와 구매 희망업체를 중개하는 한편, 청정수소 생산가격과 거래희망가격간 차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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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소로 재편되는 세계지도

수소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트렌드는 ‘청정수소 확보를 위한 국제 협력 가속화’다. 지난 2022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는 2050년 수소 무역 구도를 전망하면서, 수출, 수입, 자급자족으로 분야를 나눠 주요국을 예측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과 함께 생산량에 비해 수요량이 많은 ‘대규모 순수입 그룹’에 포함됐으며, 수요량에 비해 생산량이 많아 ‘대규모 순수출 그룹’으로 분류된 호주는 단일 국가 중에서는 수출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들은 규모에 따라 EU, 중국 등은 ‘무역중심지’로,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은 ‘소규모 수출입 그룹’으로 분류됐다. 실제로도 여기 포함된 주요국들은 청정수소 확보를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력 기회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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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호주, 재정지원 통해 그린수소 주요 수출국으로 도약

호주는 그린수소를 중심으로 수소산업을 육성 중이며, 대외협력 수요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지정학적 안정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 그로 인한 그린수소 가격경쟁력 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주요 지원 정책으로는 2023년 7월 공개한 ‘수소 헤드스타트 프로그램(Hydrogen Headstart Program)’이 있는데, 이를 통해 호주 정부는 자국 내 그린수소 프로젝트에 20억 호주달러(약 1조 7,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 아래 호주에서는 AGL 에너지(AGL Energy), 오리진 에너지(Origin Energy) 등의 기존 전력 및 천연가스 분야 기업들이 에너지 관련 사업 경험과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수소부문으로 사업을 확장, 다수의 시범 생산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The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 CSIRO)는 이 같은 정책적 지원과 산업 활성화를 기반으로 2050년에는 청정수소 산업에서만 매년 110억 호주달러(10조 원) 규모의 GDP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②캐나다, 천혜의 수소 생산 입지로 글로벌 기업 진출 활발

캐나다는 청정수소 생산에 유리한 자연환경, 부존자원, 에너지 관련 인프라를 토대로 2020년 12월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하고 일찌감치 글로벌 수소산업 선점에 나섰다. 순조롭게 전략이 이행될 경우 캐나다는 매년 2,000만 톤의 청정수소와 35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며, 수소경제 규모는 최대 500억 캐나다달러(약 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캐나다에서는 청정수소 생산과 활용 분야 모두에서 다양한 사업과 국제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청정수소 생산에 있어 캐나다는 글로벌 기업의 현지 진출이 활발한 편으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주요 사업으로는 미국 산업용 가스회사인 에어프로덕츠(Airproducts)가 주도해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추진 중인 16억 캐나다달러(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블루수소 복합단지 건설 사업(Canada Net-Zero Hydrogen Energy Complex), 미국 에너지 연료 전문 기업 월드에너지(World Energy) 주축의 합작법인 월드에너지GH2(Green Hydrogen2)가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주에서 진행 중인 170억 캐나다달러(약 17조 원) 규모의 그린수소 상용화 사업 ‘뉴지오호닉 프로젝트(Project Nujio’qonik)가 대표적이다.

뉴지오호닉 프로젝트는 총 3단계에 걸쳐 풍력발전 단지 건설부터 그린수소 생산, 유통 시설까지 구축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SK에코플랜트는 뉴지오호닉 프로젝트 1단계의 사업 주체로서 참여하고 있다.

③독일, 안정적인 해외 공급처 확보에 주력

독일은 충분하지 않은 자연환경 탓에 2030년 자국 내 총 수소 수요 95~130TWh 중 수입량이 50~70%(45~90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자국 내 생산량 확대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을 통한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캐나다와 구축한 협력 관계가 대표적이다. 독일은 캐나다와 2022년 8월 대서양을 횡단하는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는 협약을 체결했으며, 2023년 2월 맺은 수소공급 협약에 따라 2025년부터 캐나다에서 생산된 수소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2022년 8월 23일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에서 열린 캐나다-독일 간 수소공급 협약 서명식에서 양측이 서명을 마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 올라프 슐츠(Olaf Scholz) 독일 총리, 로버트 하베크(Robert Habeck) 독일 부총리, 조나단 윌킨슨(Jonathan Wilkinson) 캐나다 천연자원부 장관.(출처: 연합뉴스)

민간 차원에서도 국제협력이 활발하다. 일례로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Global)는 호주 태양광 기업인 에디파이(Edify Energy)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양 기업은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에 위치한 랜스다운 생태산업지구(Lansdown Eco-Industrial Precinct)에 총 1GW의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시설에 대한 개발 승인을 받았으며, 그 첫 번째 단계로 17.6MW 규모의 수전해 설비를 구축 중이다. 계획된 모든 생산 설비가 완공되면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최대 15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양 기업은 지난해 *‘독일-호주 수소 혁신 및 기술 인큐베이터(GeHydrogen Innovation and Technology Incubator, HyGATE)’를 통해 호주 정부로부터 2,074만 호주달러(약 188억 원), 독일 정부로부터 1,640만 유로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냈으며, 올해 1월에는 지역 수소 허브 개발 프로그램이 이 프로젝트에 4,820만 호주달러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호주 수소 혁신 및 기술 인큐베이터: 지난 2021년 체결된 독일-호주 수소 협정에 따라 독일 정부가 5,000만 유로(약 741억 원), 호주 정부가 5,000만 호주달러(약 453억 원)를 출자해 설립한 이니셔티브. 출자한 기금은 수소 공급망 관련 파일럿 프로그램, 실증 및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④대한민국, 세계 3위 수소 수입국 대비 국제협력 활발

2050년 세계 3위 수소 수입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우리나라는(IEA, 2022) 수입량 중 청정수소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역시 2050년 수소 사용량 전망치 2,790만 톤 중 2,290만 톤은 수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지속가능한 수소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제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칠레, 캐나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수출국과 장관급 회담을 통해 수소 부문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일례로 SK에코플랜트는 앞서 언급한 캐나다 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인 ‘뉴지오호닉 프로젝트’ 1단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26년 그린수소 사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1단계 사업은 매년 생산된 6만 톤의 그린수소를 그린 암모니아로 변환해 유럽 등 타 대륙으로 운송할 예정으로, SK에코플랜트는 프로젝트 구축 및 생산 과정 전반에 참여 중이다. 뿐만 아니라 호주, 미국 등지에서도 수소 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청정수소의 국제 무역이 본격화되면, 국가별로 상이한 청정수소 인증 기준과 절차 등을 놓고 기술·제도적 이슈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청정수소 국제 인증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한 국가일 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청정수소 인증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관련 기술 확보 및 제도 마련을 위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수소 부문 주요국들의 정책 변화와 프로젝트 추진 현황을 관찰하고 대비한다면 그 선두에 우리나라가 서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2024년이 우리나라가 세계 청정수소 무대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기회의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신민이 전문연구원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2014년부터 호주, 인도네시아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저자의 수소 관련 연구로는 ‘한-호주 공급망 협력 방향: 핵심광물과 수소를 중심으로(2022)’, ’호주의 수소부문 국제협력 확대 요인과 시사점(2023)’ 등이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같은 대학교에서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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