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재생에너지 시장, 우상향 유지 위한 숙제는?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이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신규 투자가 대폭 늘어나고,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기조도 흔들림 없이 굳건하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시장이 앞으로 계속 우상향하기만 할까?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숙제들을 해결해야 할지,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오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마치 세계 경제가 호황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가 2023년에도 어김없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2023년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The 28th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한 130개 국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하겠다’는 서약에 가입했으며, 대부분의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거의 모든 기관들이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의 장기적 전망을 밝게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고금리, 전력망 지연 등의 영향으로 3년 이내의 단기 전망은 당초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 이에 재생에너지의 성장세를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해결해야 할 최근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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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설비투자 2028년까지 꾸준히 증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총 용량은 3,870GW에 달한다. 가장 많이 설치된 설비는 태양광으로 총 용량 1,419GW, 그리고 수력 1,268GW, 풍력 1,017GW(육상 945GW, 해상 73GW)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올해 1월 발표한 ‘Renewables 2023’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설용량을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한 507GW로 추산하면서, 중국이 전년 대비 태양광을 116%, 풍력을 66% 늘린 것을 이 같은 ‘급성장(Acceleration)’의 주된 요인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설용량이 향후 5년간 계속 증가할 것이며 태양광과 풍력이 이중 9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의 총 재생에너지 신설용량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치를 살펴보면, 보급 가속화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별 문제를 고려한 기준안(Main Case)에서는 약 3,700GW, 각국 정부가 기존 정책을 보다 신속하게 구현하는 상황을 가정한 가속안(Accelerated Case)에서는 약 4,500GW가 각각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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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공급과잉, 풍력은 고금리… 단기적인 어려움은 존재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을 이끄는 태양광 및 풍력 시장 모두 현재 여러 난관에 당면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은 낮아지는데 주요국들이 자국 내 공급망 강화에 나서며 경쟁은 제한되는 이중고가 예정돼 있으며, 풍력 산업도 공급망 이슈로 단기적으로는 보급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세계 태양광 제조설비 용량은 2021년 대비 3배 확대됐다. 현재 건설 상황을 고려할 때 2024년 말 제조설비 용량은 1,100GW, 생산능력(Capacity)은 현재 수요 전망치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태양광 모듈의 2023년 현물 가격은 전년 대비 약 50%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IEA, 2024) 이에 더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NZIA) 등 주요 경제 권역에서 자국 내 재생에너지 제조업 지원정책이 신설되고 있어, 더 높은 가격의 자국 부품으로 수입 부품이 대체되며 전체 태양광 발전설비 구축 비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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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풍력 산업은 계속되는 공급망 이슈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고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설비 구축 비용도 늘었다. 여기에 더해 긴 허가기간으로 전반적인 프로젝트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됐다. 이에 IEA는 중국 이외 지역의 2028년까지 풍력 보급 전망을 이전보다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이슈로, 업계에서는 신규 해상풍력 설비용량이 향후 10년간 380GW 이상 늘고 그중 3분의 1이 앞으로 5년 안에 추가되는 등 업황이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GWEC,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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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경쟁력은 2028년까지 우상향… 늘어날 출력제한은 숙제
태양광 및 풍력 산업의 비용 경쟁력은 지속 강화될 예정이다. 이미 2023년에 신설된 발전사업용 태양광 및 육상풍력 용량의 75%는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했으며, 이러한 비용 경쟁력은 2028년까지 더욱 향상될 것이다. 다만, 실질적으로 화석연료 발전을 넘어서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풍력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전력망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신뢰할 만한 발전설비를 갖추거나 높은 효율의 전력 저장 설비가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급격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전력망이 확대되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다수의 국가에서 *출력제한이 증가하는 등 상당한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출력제한: 재생에너지 공급의 변동성에 의해 수요 이상으로 과도한 전력이 공급될 때 발전설비의 출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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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등 다른 청정에너지원 보급도 증가 추세
태양광과 풍력 외 수소, 바이오 연료, 재생열 등 다른 청정에너지원의 보급은 대체로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소 생산용 재생에너지 용량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45GW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기 발표된 프로젝트 용량의 7% 수준으로 앞으로 더 큰 성장이 예고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이 2028년까지 수소 생산용 재생에너지 용량의 75%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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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재생에너지 관련 이슈 중 우리 기업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단연 미국, 유럽을 필두로 확산하고 있는 ‘자국 내 부품 생산 지원정책’이다. 이에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며 수출에 유리한 거점을 확보 중에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공급망을 자국 내 확보하려는 각국의 노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방향의 대응책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이 높은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두각을 나타내길 기대해 본다.
오현영 부연구위원은 2008년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재생에너지 보급 및 산업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新석유대체연료의 개발·보급 현황과 정책 시사점: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를 중심으로’, ‘가구당 지역난방열 소비량의 변화요인 분석’, ‘산업연관표의 신재생에너지산업 설정방안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기고문으로는 ‘수상태양광의 해외 보급 동향과 시사점’, ‘영국 열차액지원제도 도입과 시사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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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설비투자 2028년까지 꾸준히 증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총 용량은 3,870GW에 달한다. 가장 많이 설치된 설비는 태양광으로 총 용량 1,419GW, 그리고 수력 1,268GW, 풍력 1,017GW(육상 945GW, 해상 73GW)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올해 1월 발표한 ‘Renewables 2023’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설용량을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한 507GW로 추산하면서, 중국이 전년 대비 태양광을 116%, 풍력을 66% 늘린 것을 이 같은 ‘급성장(Acceleration)’의 주된 요인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설용량이 향후 5년간 계속 증가할 것이며 태양광과 풍력이 이중 9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2023년부터 2028년까지의 총 재생에너지 신설용량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치를 살펴보면, 보급 가속화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별 문제를 고려한 기준안(Main Case)에서는 약 3,700GW, 각국 정부가 기존 정책을 보다 신속하게 구현하는 상황을 가정한 가속안(Accelerated Case)에서는 약 4,500GW가 각각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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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공급과잉, 풍력은 고금리… 단기적인 어려움은 존재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을 이끄는 태양광 및 풍력 시장 모두 현재 여러 난관에 당면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은 낮아지는데 주요국들이 자국 내 공급망 강화에 나서며 경쟁은 제한되는 이중고가 예정돼 있으며, 풍력 산업도 공급망 이슈로 단기적으로는 보급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세계 태양광 제조설비 용량은 2021년 대비 3배 확대됐다. 현재 건설 상황을 고려할 때 2024년 말 제조설비 용량은 1,100GW, 생산능력(Capacity)은 현재 수요 전망치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태양광 모듈의 2023년 현물 가격은 전년 대비 약 50%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IEA, 2024) 이에 더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NZIA) 등 주요 경제 권역에서 자국 내 재생에너지 제조업 지원정책이 신설되고 있어, 더 높은 가격의 자국 부품으로 수입 부품이 대체되며 전체 태양광 발전설비 구축 비용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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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풍력 산업은 계속되는 공급망 이슈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고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설비 구축 비용도 늘었다. 여기에 더해 긴 허가기간으로 전반적인 프로젝트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됐다. 이에 IEA는 중국 이외 지역의 2028년까지 풍력 보급 전망을 이전보다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이슈로, 업계에서는 신규 해상풍력 설비용량이 향후 10년간 380GW 이상 늘고 그중 3분의 1이 앞으로 5년 안에 추가되는 등 업황이 빠르게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GWEC,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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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제한: 재생에너지 공급의 변동성에 의해 수요 이상으로 과도한 전력이 공급될 때 발전설비의 출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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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등 다른 청정에너지원 보급도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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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재생에너지 관련 이슈 중 우리 기업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단연 미국, 유럽을 필두로 확산하고 있는 ‘자국 내 부품 생산 지원정책’이다. 이에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며 수출에 유리한 거점을 확보 중에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공급망을 자국 내 확보하려는 각국의 노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방향의 대응책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이 높은 성장세를 예고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두각을 나타내길 기대해 본다.
오현영 부연구위원은 2008년부터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재생에너지 보급 및 산업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新석유대체연료의 개발·보급 현황과 정책 시사점: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를 중심으로’, ‘가구당 지역난방열 소비량의 변화요인 분석’, ‘산업연관표의 신재생에너지산업 설정방안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기고문으로는 ‘수상태양광의 해외 보급 동향과 시사점’, ‘영국 열차액지원제도 도입과 시사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