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더 이상 Internet Explorer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위해 다른 웹브라우저 사용을 권장합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ESG로 상생하다

ESG에 기반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은 보다 다양하고 풍성한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참석한 세미나에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최근 수 년간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찰되는 것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추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기사나 SNS를 통해 심심찮게 어떤 대기업이 무슨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들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그 종류도 몇 천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것부터 직접적인 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상호 혁신을 추구하다

최근에는 이런 스타트업 지원을 ESG 경영과 연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또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다.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ESG라는 관점과 결부하여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활동 자체를 일종의 사회공헌적 의미에서 해석하고 접근하는 경우이며, 두 번째는 ESG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로서 스타트업과 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첫 번째 경우에 있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엄밀한 의미의 ESG 관점에 적합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충분히 용인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있는 지역에 청년층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해당 지역에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라는 S(social)의 주요한 이해관계자에 적합한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이 더욱 활력 넘치게 변모하고 지역에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지역사회가 이러한 지원을 수행한 기업에 대한 호의와 신뢰를 쌓게 된다면 분명히 기업의 리스크는 낮아지고 미래 가치는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경우에 대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정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즉 개방형 혁신은 폐쇄형 혁신의 반대개념으로 사용된다. 폐쇄형 혁신은 기업이 내부에 잘 갖추어진 강력한 연구소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과거 GE 등이 이런 작업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아주 핵심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개발에는 여전히 큰 의미가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거나 구체적인 실천현장에서 도출되어야 하는 성격의 연구개발에 대응이 매우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런 부분의 전문성과 관련 고유 자산들은 외부에 있는 연구소, 스타트업 등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때 서로의 자산을 공유하며 개방형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방안이 도출되었다.

 

기업의 ESG 경영에 있어서도 그 전문성이나 고유 자산을 더욱 고도화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이 적용될 수 있다. 이 때 스타트업이 동반상생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가가 설립한 소셜벤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셜벤처는 기업의 ESG 가치에 부합하는 고유자산과 전문성을 발전시키고 있는 혁신 조직이기 때문이다.

쉘과 바이오빈의 런던 바이오 디젤 프로젝트 뉴스 영상 (출처 : 비즈니스와이어 유튜브 채널)

기업과 소셜벤처의 동반 상생에 있어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은 화석연료인 석유 관련 사업이 점차 어려워진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까닭에 오래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다양한 소셜벤처에 지속적 협업과 지원, 투자를 이어왔다.

 

예를 들어, 쉘은 커피찌꺼기에서 바이오 디젤 추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바이오빈과의 협업을 통해 런던 시내 카페에서 모인 커피찌꺼기에서 바이오 디젤을 추출했다. 이렇게 탄생한 바이오 디젤을 연료 삼아 런던 시내버스가 달리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 홍보 활동이나 바이오빈을 돕는 사회공헌활동을 넘어서 오픈이노베이션의 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바이오빈이 갖춘 기술 수준을 확인하고 이후 관련 사업을 상용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점들에 대한 점검 차원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가 주최한 ‘2021 SKIL 데모데이’ 소개 영상 (출처 : SK에코플랜트 공식 유튜브 채널)

SK에코플랜트 또한 지속적으로 친환경, 신에너지, 건설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스타트업과 함께한 ‘디데이 글로벌 리그’, 스타트업에 대한 공동 연구와 투자, 지원이 함께하는 ‘SK Eco Innovators Y21’과 ‘SKIL 데모데이’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SK에코플랜트와 많은 스타트업들이 ESG 경영의 핵심 가치에 부합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함께하는 성장의 길, 도전과 협력으로 보다 멀리 나아가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를 살펴보고, 앞서 논의한 관점을 다시 고려할 때 두 가지 함의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상호 간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진다

우선,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지원할 때 단순히 자원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 보다 깊이 있는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초기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어떤 나라보다 많다고 한다. 이에 변별성이 없는 지원을 조금 더 하는 정도로는 평범한 사회공헌활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ESG 관점에서는 기업의 미래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아울러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시도함으로써 ESG의 가치 달성을 보다 빠르게 추진하는 기회로 삼아 보면 좋겠다. 필자는 여러 기업에서 소셜벤처 및 ESG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곤 하는데, 여기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그래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죠?’라는 질문이다. ESG에 대해 현장 실무자들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는 막막함이다. 조직도 새로 만들어졌고, ‘뭘 좀 해 보라’는 안팎의 요구도 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활동이 ESG에 부합하는 활동인지 막연하기만 하다. 이럴 때, 조직 안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중점 이슈에 연관된 다양한 소셜벤처, 임팩트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모아 지원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크고 두드러지는 행보를 아직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관련 분야에서 이미 연구와 기술개발을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반드시 존재한다. 스타트업의 연구 개발 과정을 지원하며 충분한 기술 검증을 통해 이들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혁신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보다 명확한 협업으로 상호간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지원과 기회에 힘입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고,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문제 해결과 성공적인 ESG 경영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이들의 관계는 동반상생이자 파트너십이며, 윈-윈 구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끔은 큰 배가 움직일 때에 먼저 움직이는 작은 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좋은 선단은 큰 배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ESG라는 흐름은 물론 전 지구를 엄습하는 기후변화와 사회문제의 심화가 우리 앞에 큰 풍랑을 품은 대양으로 있을 때, 우리는 작고 날렵하며 특화된 스타트업이라는 배들과 크고 무거우며 강력한 대기업이라는 배들로 조화롭게 연계된 선단을 형성해야 한다. 그런 관점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 지원사업이 고도화되기를 바란다.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대기업 ESG 컨설팅, 사회적 가치 측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학사, 동 대학 경영대학원 석사 출신이다. 2019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임팩트스퀘어 대표직 외에도 임팩트얼라이언스 이사, 대통력직속 일자리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