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트렌드 총정리] ‘CES 2024’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지난 1월 9일부터 4일간,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우리의 일상을 바꿀 혁신기술들을 선보였던 CES 2024. 그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올해를 관통할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정리해 봤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기술 전시회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가전제품박람회)는 이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한 해의 비전을 공유하고 경쟁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4일, CES를 주관하는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전미소비자기술협회)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꼽은 ‘CES 2024에서 꼭 봐야 할 전시’ 추천 목록에 SK그룹의 전시관인 ‘SK원더랜드(SK Wonderland)’가 포함됐다. 친환경 에너지 열차, 매직 카펫, 춤추는 전기차 등 테마파크 콘셉트로 구성된 SK원더랜드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의 필요성을 다양한 체험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의 그린수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재활용 시멘트, 재활용 철근 대체재와 같은 다양한 친환경 기술은 SK원더랜드의 기반이자 핵심 전시 요소로 소개됐는데, 이밖에도 SK에코플랜트는 이번 CES 2024에서 피클(재활용 폐기물 관리 솔루션)과 안심(현장 안전 관리 솔루션)으로 각각 혁신상을 수상하며 친환경 기업 대표주자로서의 위상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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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핵심 트렌드는 ‘수평’
CTA는 매년 전시에 앞서 한 해의 기술 흐름을 짚어보는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Tech Trend to Watch)’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이 행사에서는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모빌리티(Mobility), TV, 콘텐츠, *인간안보(Human Security) 등의 수직적인 산업군과 함께, 전 산업군이 공통으로 지켜봐야 하는 수평적인 흐름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포용성(Inclusivity)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됐다. 실제로 이번 CES 2024 역시 수직적인 산업군과 수평적인 흐름이 맞물려 ‘AI’, ‘친환경 기술’,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접근성’ 등이 주요 트렌드로 점철됐다.
*인간안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누구나 굶어 죽지 않도록 식량을 얻을 수 있는 권리,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 기술의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권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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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를 넘어서는 ‘인공지능 생태계’
2023년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시장을 강타했다. 사람과 같이 대화가 가능한 챗GPT 등의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이제 누구나 익숙해져야 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프로세서와 SK하이닉스의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등이 발전하고, 그 위에 오픈AI, 구글 등의 생성형AI 기술이 더해지면서 형성된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CES 2024에서 자동차 산업은 생성형AI가 가져오는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AI가 제한된 명령어로 소통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이 되면서, 자동차는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생활공간으로까지 변해가고 있다. CES 2024에서 만난 아마존의 관계자는 “더 좋은 LLM이 향후 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CES 2024에서 구글은 사진 편집, 이미지 생성, 회의 요약 등 스마트폰과 PC 환경에서의 다양한 AI 응용 사례를 보여주었으며, 주요 스타트업들도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만화를 그려주거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는 등 다양한 AI 서비스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TA는 AI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앞으로 AI 기술이 기반 기술로서 *로보틱스(Robotics),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등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로보틱스: 로봇(Robot)과 메카트로닉스(Mecatronics)의 합성어로, 로봇의 구조, 행동 등 로봇을 구현하는 데 활용되는 기술 전반을 의미함.
*디지털 트윈: 현실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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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기후위기에서 구해내는 ‘친환경 기술’
기후위기 대응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에너지, 에너지 저감, 폐기물 재활용, 배터리, 푸드테크(Food-tech) 및 애드테크(ADtech)와 같은 친환경 기술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CES 2024에서는 그중 수소 산업 관련 기술이 강조됐는데, 2023년 10월 미국 정부가 청정수소 허브(Hub) 구축에 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주요 업체들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SK, 보쉬, 현대 등은 그린수소, 폐기물 수소, 암모니아,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관련 기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에너지 저감 기술로는 건물에서 에너지 소비를 모니터링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거나,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을 통해서 배터리 없이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 등이 소개됐으며, 일본의 인크스, 이스라엘의 가우지 등은 유리창을 활용한 에너지 관련 기술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AI 기술을 통해 재활용 폐기물 수거 및 처리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피클’을 선보인 SK에코플랜트, 농작물의 뿌리에 안개 형태로 물을 분사해 물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배양 기술을 선보인 우리나라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미드바르 등이 친환경 기술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에너지 하베스팅: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Harvesting)해 다시 활용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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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술에서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산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친환경,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LLM, 모빌리티 기기 확산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더 먼 거리를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구현하기 위해 SK온 등 여러 배터리 업체의 기술 혁신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수소연료전지, 수소엔진 등 수소 기반의 기술도 함께 제시됐다. 또한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배터리의 개발이 필수적인데, 슈퍼널, 샤오펑 등이 관련 기술을 전시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 엔진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차량을 개발하는 기존 방식 대신 자율주행,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안전보조기능 등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정의되는 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 지상과 항공을 연결해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차세대 교통체계.
모빌리티 기기가 타 분야로 확산하는 트렌드 역시 최근 산업 흐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선박, UAM, 로봇, 건설기계, 농기계 등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이번 CES 2024에서도 브런즈윅(선박), 존디어(농기계), 캐터필러(중장비), 슈퍼널(UAM) 등 여러 업체들이 일제히 전기동력 기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최근 북유럽을 중심으로 조용하고, 환경오염이 없는 전기추진선박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대형 선박 분야에서는 전동화 기술보다는 수소 관련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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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가전이 만드는 ‘스마트홈 서비스’
최근 스마트홈 시장에서는 더 얇아지고 더 커진 TV를 허브로 가전 기기를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CES 2024에서도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집 안에서 에너지 소비를 모니터링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연결하는 기술, 가전을 디지털 헬스와 연계하는 서비스 등이 주요 기술 트렌드로 제시됐고, 특히 로봇청소기에서 한 단계 진화해 이동성과 함께 사용자와 대화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서비스 로봇은 주요 업체의 미래 먹거리로 다뤄져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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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에서 치료로 진화하는 ‘디지털 헬스’
디지털 헬스 기술은 측정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병증을 진단하고 치료에 기여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원격진료 및 치료 관련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ES 2024에서는 비침습 당뇨 진단 기술을 비롯해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 심박수, 혈압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진단하는 기기들이 전시됐는데, 특히 소형 기기로도 진단이 가능해 의료용뿐만 아니라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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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접근성 기술
이번 CES 2024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을 비롯,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들이 돋보여 그 특별함을 더했다. 그중에서도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우리나라의 의수 제작업체 만드로, 디지털 트윈 기술과 3D 프린팅을 통해 가격을 1/10까지 낮춘 지멘스-언리미티드 투마로우의 로봇 의수 시스템,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과 싱가폴의 자이로기어가 선보인 수전증을 줄여주는 기기 등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이번 CES에서는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 약자를 배려하는 접근성 기술 등이 미래 핵심기술로 소개됐으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여러 기업들의 노력도 만나 볼 수 있었다. CES 2024에서 보여진 이러한 기술 흐름들이 큰 결실을 맺어,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더 나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네오엠텔의 창업 멤버였고, 이후 SK텔레콤에서 근무했다.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와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현재 휴맥스·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현대케피코 자문교수, 한국모빌리티학회 수석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및제어부문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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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핵심 트렌드는 ‘수평’
CTA는 매년 전시에 앞서 한 해의 기술 흐름을 짚어보는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Tech Trend to Watch)’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이 행사에서는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모빌리티(Mobility), TV, 콘텐츠, *인간안보(Human Security) 등의 수직적인 산업군과 함께, 전 산업군이 공통으로 지켜봐야 하는 수평적인 흐름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포용성(Inclusivity)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됐다. 실제로 이번 CES 2024 역시 수직적인 산업군과 수평적인 흐름이 맞물려 ‘AI’, ‘친환경 기술’, ‘모빌리티’,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접근성’ 등이 주요 트렌드로 점철됐다.
*인간안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누구나 굶어 죽지 않도록 식량을 얻을 수 있는 권리,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 기술의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권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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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를 넘어서는 ‘인공지능 생태계’
2023년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시장을 강타했다. 사람과 같이 대화가 가능한 챗GPT 등의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이제 누구나 익숙해져야 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프로세서와 SK하이닉스의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등이 발전하고, 그 위에 오픈AI, 구글 등의 생성형AI 기술이 더해지면서 형성된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CES 2024에서 자동차 산업은 생성형AI가 가져오는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AI가 제한된 명령어로 소통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이 되면서, 자동차는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생활공간으로까지 변해가고 있다. CES 2024에서 만난 아마존의 관계자는 “더 좋은 LLM이 향후 자동차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CES 2024에서 구글은 사진 편집, 이미지 생성, 회의 요약 등 스마트폰과 PC 환경에서의 다양한 AI 응용 사례를 보여주었으며, 주요 스타트업들도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만화를 그려주거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는 등 다양한 AI 서비스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CTA는 AI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앞으로 AI 기술이 기반 기술로서 *로보틱스(Robotics),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등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로보틱스: 로봇(Robot)과 메카트로닉스(Mecatronics)의 합성어로, 로봇의 구조, 행동 등 로봇을 구현하는 데 활용되는 기술 전반을 의미함.
*디지털 트윈: 현실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 등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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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기후위기에서 구해내는 ‘친환경 기술’
기후위기 대응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에너지, 에너지 저감, 폐기물 재활용, 배터리, 푸드테크(Food-tech) 및 애드테크(ADtech)와 같은 친환경 기술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CES 2024에서는 그중 수소 산업 관련 기술이 강조됐는데, 2023년 10월 미국 정부가 청정수소 허브(Hub) 구축에 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주요 업체들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SK, 보쉬, 현대 등은 그린수소, 폐기물 수소, 암모니아,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관련 기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에너지 저감 기술로는 건물에서 에너지 소비를 모니터링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거나,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거나,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을 통해서 배터리 없이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 등이 소개됐으며, 일본의 인크스, 이스라엘의 가우지 등은 유리창을 활용한 에너지 관련 기술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AI 기술을 통해 재활용 폐기물 수거 및 처리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피클’을 선보인 SK에코플랜트, 농작물의 뿌리에 안개 형태로 물을 분사해 물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배양 기술을 선보인 우리나라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미드바르 등이 친환경 기술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에너지 하베스팅: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Harvesting)해 다시 활용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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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술에서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산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친환경,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LLM, 모빌리티 기기 확산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더 먼 거리를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구현하기 위해 SK온 등 여러 배터리 업체의 기술 혁신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수소연료전지, 수소엔진 등 수소 기반의 기술도 함께 제시됐다. 또한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배터리의 개발이 필수적인데, 슈퍼널, 샤오펑 등이 관련 기술을 전시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 엔진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차량을 개발하는 기존 방식 대신 자율주행,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안전보조기능 등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정의되는 자동차.
*도심항공모빌리티: 지상과 항공을 연결해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차세대 교통체계.
모빌리티 기기가 타 분야로 확산하는 트렌드 역시 최근 산업 흐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선박, UAM, 로봇, 건설기계, 농기계 등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이번 CES 2024에서도 브런즈윅(선박), 존디어(농기계), 캐터필러(중장비), 슈퍼널(UAM) 등 여러 업체들이 일제히 전기동력 기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최근 북유럽을 중심으로 조용하고, 환경오염이 없는 전기추진선박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대형 선박 분야에서는 전동화 기술보다는 수소 관련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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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가전이 만드는 ‘스마트홈 서비스’
최근 스마트홈 시장에서는 더 얇아지고 더 커진 TV를 허브로 가전 기기를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CES 2024에서도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집 안에서 에너지 소비를 모니터링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연결하는 기술, 가전을 디지털 헬스와 연계하는 서비스 등이 주요 기술 트렌드로 제시됐고, 특히 로봇청소기에서 한 단계 진화해 이동성과 함께 사용자와 대화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서비스 로봇은 주요 업체의 미래 먹거리로 다뤄져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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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에서 치료로 진화하는 ‘디지털 헬스’
디지털 헬스 기술은 측정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병증을 진단하고 치료에 기여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원격진료 및 치료 관련 기술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ES 2024에서는 비침습 당뇨 진단 기술을 비롯해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 심박수, 혈압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진단하는 기기들이 전시됐는데, 특히 소형 기기로도 진단이 가능해 의료용뿐만 아니라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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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접근성 기술
이번 CES 2024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을 비롯,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들이 돋보여 그 특별함을 더했다. 그중에서도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우리나라의 의수 제작업체 만드로, 디지털 트윈 기술과 3D 프린팅을 통해 가격을 1/10까지 낮춘 지멘스-언리미티드 투마로우의 로봇 의수 시스템,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과 싱가폴의 자이로기어가 선보인 수전증을 줄여주는 기기 등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이번 CES에서는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 약자를 배려하는 접근성 기술 등이 미래 핵심기술로 소개됐으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여러 기업들의 노력도 만나 볼 수 있었다. CES 2024에서 보여진 이러한 기술 흐름들이 큰 결실을 맺어,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더 나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네오엠텔의 창업 멤버였고, 이후 SK텔레콤에서 근무했다.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와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현재 휴맥스·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현대케피코 자문교수, 한국모빌리티학회 수석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및제어부문회 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