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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0원인 시대 올까?”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그리고 SOFC

‘제로 에너지 건축물(Zero Energy Building, ZEB)’ 인증 의무화가 민간으로 확대되는 2024년을 앞두고 ZEB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등의 다양한 청정에너지원 중 ZEB와 가장 어울리는 발전 방식은 무엇일까? ZEB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건과 다양한 에너지원의 기술적 적합도를 세세히 따져봤다.

전승민

과학기술분야 전문 기자 및 저술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1970년대에 발표된 가수 남진의 노래 ‘임과 함께’는 나만의 집을 짓고 한적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잠재 욕구를 자극한 가사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애창곡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정말로 푸른 초원에 집을 지어 보려 마음먹고 보면,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 사회에 가스도, 전기도 끌어오기 어려운 곳에 집을 짓고 유유자적 살아가기란 대단히 번거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억지로 집을 지을 수야 있는데, 그 집은 대단히 살기 불편해지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런 집은 집주인이 외부에서 에너지를 스스로 ‘옮겨와야’ 한다. 집에 자체 발전 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거기에 따른 석유저장고 등도 설치해야 한다. 취사나 난방 등을 위한 대형 LPG(Liquefied Petroleum Gas, 액화석유가스) 통이 추가로 필요해질 수도 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시설들을 수시로 점검하고, 재고도 관리해야 한다. 건축물이란 결국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만들고,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그 공간의 환경을 조절하는 시설’이다. 에너지의 원활한 보급을 생각하지 않고 집을 지으면, 비용만 많이 들고 생활은 훨씬 피곤해질 것이다. 단순히 ‘낭만’과 바꾸기에 저 푸른 초원 위의 집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이런 비효율을 피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대안은 있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져오지 않고, 자체적으로 취사와 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며 살아가는 ‘자급자족 건물’을 만들면 된다. 만약 건축물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자체 생산할 수만 있다면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 전기, 가스 등의 주택유지 에너지 비용부담도 0원이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에서 탄생한 것이 ‘제로 에너지 건축물(Zero Energy Building, 이하 ‘ZEB’)’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ro Energy Building)이란?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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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B, ‘초원 위의 집’보다는 ‘도심형 건축물’에 적합

그렇다면 ZEB 형태로 ‘초원 위의 집’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은 가능할까? 이론적으로는 안 될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이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아무튼 100만큼의 에너지만 생산한다면 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산법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에너지의 생산량과 사용량이 항상 일치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난방, 취사 등으로 최대 에너지 사용량이 치솟을 수 있는데, 생산량을 그에 맞춰 갑자기 늘리기는 어렵다.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실험목적으로 이런 건축물을 만들어 운영해 보는 사례는 찾아볼 수 있지만, 실제로 개인이 이 같은 건축물을 지어 운영하려면 비용 면에서 대단히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ZEB를 만들고 운영할 때는 좀 더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우리 집에서 생산되는 에너지가 남을 때는 에너지가 필요한 다른 곳으로 보내고(판매하고), 우리 집에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외부에서 받아오는(구매하는) 형태로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하면, 사회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은 100%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집 에너지 비용 역시 0원에 가깝게 줄어들 것이다. ZEB가 ‘푸른 초원 위의 집’보다는 사실 사회 에너지 시스템과 상시 연결된 ‘도심형 건축물’에 적합하다는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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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부터 신축건물은 ZEB 1등급 의무화

여기서 알아 둬야 할 것은 ZEB도 등급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ZEB는 5등급부터 1등급까지 5단계로 구분된다. 우리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량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자체 생산한 에너지의 총량이 20~40% 사이면 5등급을 받는 식이다. 이렇게 20%씩 기준을 올려 100%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축물은 1등급으로 분류된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ZEB 보급을 늘리려 애쓰고 있다. 1등급 건물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건축비와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운영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효율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우선 5등급부터 ZEB 보급을 시작한 뒤,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그 등급을 높여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7월 1일 탄소중립 이행과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가속화를 위해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의 공공건축물에만 의무적으로 시행했던 ZEB 의무 인증 대상을 올해인 2023년 1월부터 연면적 500㎡ 이상 공공건축물(5등급)과 30세대 이상 공공 분양·임대 공동주택(5등급)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나아가 내년부터는 민간 분양·임대 공동주택(5등급)으로까지 확대, 이런 식으로 2050년부터는 모든 신축 건물을 ZEB 1등급 수준으로 짓게 하겠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계획이다. 즉, 앞으로 새로 짓는 신축건물은 의무적으로 ZEB을 충족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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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관련 제도가 정립되면서 ZEB 구현을 위한 기술적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ZEB 인증을 완료한 건축물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ZEB 인증을 완료한 건수는 2017년도 10건에서 2022년 1262건으로 약 120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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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B 구현에 가장 적합한 발전 방식은?

ZEB를 구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요구량을 최소화하는 것, 즉 최대한 에너지 손실이 적은 ‘절약형 건물’을 짓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건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열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조건이지만, 어떤 형태의 건축물을 짓든 늘 고려되는 조건이므로 ZEB라고 해서 기술적으로 특기할 점이 많지는 않다. 그보다는 ZEB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어찌 됐든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므로 건물 내부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열,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시스템 등 교과서에서 보던 수많은 신재생에너지를 모두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심 속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지열 발전을 하려면 땅을 깊게 파 들어가야 하는데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설사할 수 있다 해도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풍력 발전은 대규모 시스템일 때 효율이 높아 건축물 하나하나마다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태양광 발전은 앞선 두 방식보다는 ZEB에 현실적으로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 방식은 빛이 비치는 곳이면 어디서든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전력망을 연결해 얻은 에너지를 즉시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있어 편리하다. ZEB를 만들 때는 건물 옥상 등에 대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일반적 형태의 태양광 발전과 함께, 건물 유리창, 벽체 등 다양한 곳에 태양광 패널을 맞춤형으로 설치하는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가 두루 고려될 수 있다.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BIPV.

그러나 태양광 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단점이 있는데, 지붕전체, 혹은 건물 전체를 뒤덮을 만큼 많은 패널을 설치해야 하므로 필요 에너지 요구조건을 충족하기가 까다롭다. 더 큰 문제는 에너지 생산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낮 태양이 떠 있어 따뜻할 때는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때는 사회 전체적으로 난방시스템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있을 시간이다. 버려지는 에너지가 생긴다는 뜻이다. 정작 난방이 필요한 밤에는 해가 뜨지 않아 전기를 생산하기 어렵다. 낮에 생산한 에너지를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lectric power Storage System, ESS)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으로 보완 가능하지만, 이 역시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충분한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려면 적잖은 비용과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요소요소에 적절히 활용하면 대단히 유용하지만, 현시점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이를 기반으로 ZEB를 설계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만으로는 ZEB를 운영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학술적 연구도 있다. 대한설비공학회는 올 상반기 발표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적용을 위한 건물용 연료전지 확대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경우 지붕 면적의 53.1% 이상 설치해 용량 28.3kW를 확보할 경우 에너지자립률 100%를 달성할 수 있지만, (수요건물 대다수가) 도심지에 위치한 저층 건물임을 감안하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ZEB 1등급을 달성하긴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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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B 해답은 수소연료전지 ‘SOFC’

세상에 완벽한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지만 최선의 대안은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러 신재생에너지들이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안할 때 현명하지 않으며, 태양광 발전 방식은 현 시점에서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재 ZEB 건설 과정에서 가장 우선해서 고려되는 것이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SK에코플랜트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는 현존하는 연료전지 가운데 최고의 종합발전효율(85%)를 자랑한다.

연료전지 시스템은 신재생에너지로 구분되며, 건축물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상시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으면서도, 열과 전기에너지를 동시에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각 건물에 보일러를 설치하듯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연료전지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면 현시점에서 ZEB의 요구조건을 가장 편리하게,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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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는 사용하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고분자연료전지(Polymer Electrolyte Membrane Fuel Cell, PEMFC), 인산연료전지(Phosphoric Acid Fuel Cell, PAFC), 용융탄산염연료전지(Molten Carbonate Fuel Cell, MCFC),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 등으로 분류된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소규모 건물이나 공장 등에 주로 쓰이는 것은 PEMFC 타입과 SOFC 타입이다. 이 중에서도 ZEB에 적합한 형태로는 SOFC가 꼽히는 경우가 많다. SOFC는 24시간 상시 가동이 가능하며, 발전효율이 대단히 높고 대규모·대용량 설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한설비공학회는 “투입 비용 대비 생산량을 비교할 때 SOFC는 태양광 발전보다 1.6배 유리하지만 PEMFC는 다소 불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친환경은 우리 인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수렴해야 하는 조건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도 ZEB 인증 조건이 강화돼, 당장 30세대 이상의 공공, 민간 분양·임대 공동주택은 ZEB 의무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ZEB 1~2등급 확보를 위한 기술들이 앞으로 점점 더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승민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 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과학팀장, 과학동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수석기자를 역임했다. 현재 과학기술분야 전문 저술가로서 다수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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